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며 또다시 국무위원 탄핵 카드를 흔들고 있다. 30일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 대행이 다음 달 1일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하겠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으로 한 대행이 복귀한 지 일주일도 안 돼서다. 박 원내대표는 “1일 이후엔 이 혼란을 막기 위한 어떤 결단도 할 수 있다”고 했으나, 한 대행 재탄핵으로 해결되는 것은 없다. 탄핵 정국 장기화 속에 국정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민주당은 헌재에서 공직자 탄핵안 9건을 연달아 기각당하고도 반성이 없다. 최상목 부총리 탄핵안을 철회하지 않은 채 한 대행·최 부총리 쌍탄핵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초선 의원들은 국무위원 연쇄 총탄핵을 경고했다. 줄탄핵으로 국무회의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탄핵이 게임인가. 탄핵을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쓰는 것은 수권정당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이재명 대표가 자중시키기 바란다.
근본적 책임은 마 후보자 임명을 회피한 한 대행에게 있다. "마 후보자 임명 거부는 국회의 헌재 구성 권한 침해"라는 헌재 전원일치 결정이 나온 게 32일째다. 그간 검토할 시간은 충분했다. 더이상 임명을 거부할 명분도 없다. 헌재 정상화를 통한 위헌·위법 상태 해소는 한 대행의 헌법상 의무다. 법적 근거도 없는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임명을 계속 거부한다면 행정부 수반·헌법기관이 헌재 결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전례를 쌓게 된다. 헌재가 한 대행 탄핵을 기각한 것이 마 후보자 임명 거부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한 대행은 복귀하면서 "이제 좌우는 없다"고 하지 않았나. 마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국민의힘과 임명을 압박하는 민주당 사이에서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오직 헌법과 법치 수호를 기준으로 결단해야 한다. 숙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입장이라도 내야 한다. 침묵으로 여야 대립을 부추기고 혼란을 키우는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