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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산에서 1856만원 찾아낸 직원들


포클레인이 쓰레기를 끌어 모으는 게 아니라 밀어서 넓게 펼칩니다. 그 위로 작업복 차림의 남성들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이들이 낯선 이를 위해 쓰레기 산에서 한 놀라운 일



지난 2월 24일 오전 10시. 세종시 자원순환과에, 아파트 관리소장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옵니다. 60대 주민 한분이 돈을 쓰레기 봉투에 잘못 버렸는데, 그 안에 아들의 수술비 2600만원이 들어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담당자는 일단 쓰레기의 소재부터 찾아나섰습니다. 쓰레기가 소각장으로 들어가버리면 끝이니까요. 다행히 쓰레기는 아직 집하장에 있었습니다.



강현규 세종시 환경녹지국 자원순환과 주무관
“거의 꽉 채워서 (소각장으로) 반출되기 직전이었거든요. 일단 반출되면 안 되니까 제3자동 집하장의 소장님께 반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을 드렸고...”




이 때부터 돈을 찾기 위한 분투가 시작됐습니다.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관리 업체인 엔백 주식회사와 소각시설을 운영하는 계룡건설산업, 두 업체의 직원들이 모두 나섰습니다.



일단 25톤 컨테이너 박스를 계룡건설산업의 소각시설 공터로 옮겨와 쓰레기를 바닥에 쏟아붓고는 포클레인 두 대로 평평하게 펼쳤습니다. 그러고는 그 위에서 직원들이 쓰레기를 하나씩 헤치며 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근데요, 돈을 찾는 일이,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안병규 엔백㈜ 소장
“돈을 보관했을 때는 현금 다발이었을 거잖아요. (자동집하시설인 크리넷) 시설 특성상 바람을 타고 오거든요. 쓰레기가... 그 돈다발이 다 흩어져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9명의 사람들은 허리를 접은 채 쓰레기 더미 위를 헤매고 다니면서 흩어진 돈을 한장씩 한장씩 낱장으로 주워야 했습니다. 마치 보물찾기처럼 말이죠.



그러기를 3시간 넘게 한 끝에 찾은 게 총 1740만원. 아직 800만원 넘게 찾지 못했지만, 더 이상 찾는 건 불가능해보였습니다.



사실 짓이겨진 쓰레기 속에서 더러워진 지폐를 이만큼 찾은 것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어요. 수색을 지켜보던 주민에게 돈을 건넨 뒤 모두 현장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곽영신 계룡건설산업 차장
“저하고 포클레인 기사분하고 나머지 3명이 더 올라와서 5명이서 또 (오후) 6시까지 했죠”




그렇게 또 한참을 뒤진 끝에 이들은 116만원을 추가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돈은, 퇴근길 직원이 집까지 찾아가 돌려드렸다고 해요. 돈을 찾아주고 배달까지 해드린 거죠.



이들이 이렇게까지 애쓴 이유요? 있었습니다.

안병규 엔백㈜ 소장
“사연을 들어보니까 아주머니 아드님께서 30대 초중반 정도 됐던 것 같아요. 근데 대장암이라고 하셔 가지고, 또 수술비라고 하니까 이걸 찾아 드리고 안 찾아 드리고 차이는 아드님하고 볼 수 있는 시간이 짧으냐 기냐 그 차이일 텐데, 마음이 쓰여서 찾게 됐죠”


묻힐 뻔했던 사연은 돈을 잃어버렸던 주민이 세종시 홈페이지에 감사 글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 주민은 “자포자기하고 있었는데 크리넷 직원분들이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풀고 꽁꽁 숨어 있는 지폐를 하나씩 찾아주셨다”며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에 눈물만 나왔다. 작은 사례도 받지 않으시고 오히려 다 못 찾아준 것에 너무 미안해하셨다”고 했습니다. 누구라도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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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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