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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하차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를 인용한 후폭풍이 검찰과 법원 양측에서 이어지고 있다. 요점은 구속기간과 체포적부심사 등에 소요된 기간을 ‘일수’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재판부 판단에 수긍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선 “지금이라도 총의를 수렴해 즉시항고 포기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고, 한 현직 법관은 “(법원의 판단은) 종래의 실무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현직 부장검사 "즉시항고 포기, 의견 수렴 거쳐야"
창원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소속 채수양 부장검사는 10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구속취소 즉시항고의 필요성’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번 즉시항고 포기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구속집행정지 및 보석에 대한 즉시항고를 위헌으로 결정한 취지를 고려했다는 취지로 이해한다”면서도 “기존 헌재 결정이 구속취소 즉시항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지는 의문”이라고 적었다.

채 부장검사는 그러면서 “구속기간 해석 문제와 즉시항고 포기 여부는 일반적 대응이 필요한 문제다. 지금이라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검찰 조직 전체가 구속기간 해석 및 즉시항고 포기 여부를 논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철완 광주고검 검사도 지난 9일 이프로스에 “대검이 이번 의사결정과 관련된 정보를 정확하고 풍성하게 제공해 주기를 기대한다”며 “그래야 검찰 구성원들만이라도 대검 지휘의 순수성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듯하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수사 실무를 담당하는 검사들도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아직 구속기간 산정과 관련한 새로운 지침이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구속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하라고 한 이상, 우리도 그렇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잘 사용되지 않았던 체포적부심도 피의자들이 적극 악용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평검사는 “이번 법원 결정은 기존 관행과 실무, 그 어떤 것과도 맞지 않는다”며 “구속 기한이 새벽에 끝나는 사건들의 경우, 새벽에는 조사를 못하니 그만큼 조사시간과 구속기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검찰 내부는 충격적이란 반응이다”고 했다. 법원에서 체포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적부심 기간 등은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없는데, 이를 구속기간에 포함하니 피의자를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단축된다는 설명이다.



현직 판사 “구속 취소 유감…실무 완전 뒤집어”
법원에서도 이견이 분출됐다. 부산지법 소속 김도균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구속 취소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과 검찰은 수사 기록이 법원에 접수된 날로부터 반환된 날까지의 일수를 구속기간에서 제외하는 실무를 유지해 왔다”며 “검사의 구속기간은 10일, 즉 날수로 정해져 있을 뿐이지 240시간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법의 이번 결정은 종래의 실무를 완전히 뒤집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공소 제기가 구속기간이 만료된 후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체포적부심사와 구속적부심사,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소요된 기간을 ‘일수’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형사 전문 로펌, 이미 계산기 두드리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변호사 업계는 체포적부심과 구속 취소 청구를 적극 활용하려 들썩이고 있다. 한 서초동 변호사는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들은 이미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오늘도 변호사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윤 대통령이 구속 취소된 사유가 의뢰인과 유사해 구속 취소 청구를 해보려고 한다’는 말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사기‧마약 등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이미 구속 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하는 작업에 돌입했다”며 “윤 대통령과 비슷한 방법으로 의뢰인에 대한 구속 취소를 이뤄내면 ‘셀링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체포적부심의 경우 수사기관에 밉보일 이유가 없어 지금까지는 청구하지 않았지만, 의뢰인에게 이익이 된다는 게 만천하에 공표됐으니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를 결정한 법원의 판단으로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참여연대 출신 양홍석 변호사는 “앞으로 법원‧경찰‧검찰 등 피의자의 인신을 구속하는 모든 기관이 혼란에 빠질 것이다. 체포적부심과 구속 취소 청구 모두 폭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이번 결정은 명백히 현행 법에 반하는 위법적 판단으로, 구속기간을 어떻게 따질지는 대법원을 통해 정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수사 실무에 큰 영향이 없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형사 전문 로펌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고는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할 것이다. 검찰은 그간에도 구속기간을 보수적으로 잡고 여유있게 시간을 둬 기소했다”고 짚었다. 수도권의 한 차장 검사도 “실무에서 이미 시간 단위로 계산해 기소를 해왔다”며 “시간 계산을 좀 더 꼼꼼히 하는 효과는 가져올 것이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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