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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공영방송사 아에르데(ARD)와 체트데에프(ZDF)가 제작하여 6일(현지시각) 방영을 예고한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코리아―중국과 북한의 그늘에 가려진 국가 위기(INSIDE SÜDKOREA - STAATSKRISE IM SCHATTEN VON CHINA UND NORDKOREA)’의 한 장면. 피닉스 누리집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산시킨 극우 인사들의 주장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독일 공영방송 채널이 “균형을 갖춘 방송이 아니었다”며 영상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독일 공영방송 아에르데(ARD)와 체트데에프(ZDF)가 운영하는 티브이 채널 ‘푀닉스’는 7일(현지시각) 프로그램 제작 및 삭제 경위를 질의한 한겨레에 “검토 결과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 정치 상황의 복잡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푀닉스의 저널리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답했다. 푀닉스는 “시청자로부터 비판적인 피드백을 받아 편집팀이 다큐멘터리를 재검토했다”며 “(이 방송은) 윤석열 대통령에 관한 보수 진영의 관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제작됐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필수적인 균형을 이루지는 못했다”고도 했다.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극우 성향의 유튜버와 전문가 주장을 사실관계 확인이나 검증없이 보도한 데 대한 국내외 비판이 커진 뒤, 푀닉스가 다큐멘터리의 문제를 인정한 입장을 처음 낸 것이다. 논란이 제기된 뒤 푀닉스는 영상을 재검토했고, 그 결과 “아에르다와 체트데에프에서 영상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독일 1공영방송 아에르데(ARD)에서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코리아-중국과 북한의 그늘에 가려진 국가 위기’는 삭제된 상태다. 아래엔 “오류가 발생했다”며 프로그램명을 다시 검색해 볼 것을 요청하고 있다. 아에르데 누리집 갈무리

현재 극우 세력을 비롯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권위 있는 독일 공영방송이 “진실”을 말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다큐멘터리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작한 방송사가 다큐멘터리의 문제를 직접 인정하고 영상을 삭제한 경위를 밝힌 것이다.

지난달 아에르데와 체트데에프는 한국의 계엄령 사태와 중국, 북한의 공작 활동을 연결 지은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코리아-중국과 북한의 그늘에 가려진 국가 위기’를 공개했다. 그러나 극우 인사 인터뷰에 치중된 방송은 이들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계엄령을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후 푀닉스는 6일과 7일 예정된 재방송 계획을 취소하고, 현재는 두 방송사 공식 누리집과 유튜브 채널 등에서 영상을 모두 삭제한 상태다.

독일 언론도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독일 정론지로 꼽히는 슈피겔은 7일 ‘저널리즘적 결점을 이유로 아에르데와 체트데에프가 한국의 다큐멘터리를 삭제한다’는 제목으로 이 문제를 조명했다. 슈피겔은 이 다큐멘터리의 부제로 달린 ‘중국과 북한의 그늘에 가려진 국가 위기’라는 표현부터 이미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며 현재 삭제된 이 방송은 “음모론자들에게 충분한 공간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언뜻 보면 방송은 갈등이 발생한 양쪽에 모두 발언권을 주어 균형잡힌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윤 대통령 진영의 음모론이 담긴 뉴스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슈피겔은 “윤 대통령 지지 집회에 참여하는 극우 성향의 유튜버 우동균씨가 다큐멘터리에선 언론인으로 소개되고, 우파 포퓰리스트인 전광훈 목사가 (방송에서) 목소리를 얻었다”고 했다.

이 방송에 출연한 한국 전문가 에릭 발바흐 박사 쪽도 방송사에 문제제기를 한 상태다. 그가 소속된 독일 싱크탱크 국제안보문제연구소(SWP)는 슈피겔에 “다큐멘터리는 정보 선택이나 일부 인터뷰 대상자와 관련해 매우 편향적이고, 비판적이지 않다”며 “(방송에선) 근거 없는 주장들이 한국 전문가인 발바흐 박사의 타당한 주장과 동등한 선상에 놓여 있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독일 공영방송사 아에르데(ARD)와 체트데에프(ZDF)가 제작하여 6일(현지시각) 방영을 예고한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코리아―중국과 북한의 그늘에 가려진 국가 위기(INSIDE SÜDKOREA - STAATSKRISE IM SCHATTEN VON CHINA UND NORDKOREA)’의 한 장면. 피닉스 누리집 갈무리

발바흐 박사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12·3 계엄의 불법성과 함께 부정선거 주장은 증거 부족으로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다는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극우 성향의 유튜버와 전문가들의 발언, 주장을 훨씬 비중있게 다루고, 그 반대 의견을 전하는 전문가로는 발바흐 연구원 한 명만 소개할 뿐이다. 이에 발바흐 연구원의 발언은 극우 인사들의 주장에 휘말려 반박되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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