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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속 라마단 시작 │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 첫날인 1일(현지시간) 일몰 후 첫 식사인 이프타르 행사를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1단계 휴전이 1일(현지시간)을 끝으로 종료됐지만 휴전 연장을 위한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은 공개적으로 전쟁 재개 태세를 갖추며 하마스를 압박하고 있다.

양측은 당초 42일간의 휴전 1단계 기간에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및 종전 합의, 남은 인질 전원 석방을 골자로 하는 휴전 2단계를 협상하기로 했으나, 이스라엘이 2단계 이행을 거부했다. 이스라엘은 대신 교전을 중지한 채로 남은 인질을 교환하는 휴전 1단계를 연장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휴전 종료 몇 시간 뒤인 2일 새벽 성명을 내고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대통령 중동 특사가 제안한 대로 라마단 기간과 유월절까지 휴전을 연장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올해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은 가자지구를 기준으로 오는 29일 종료되고, 유대교 명절인 유월절은 4월20일까지다.

이 기간 휴전을 이어가기로 양측이 합의하면 그날 즉시 하마스가 남은 생존 인질 및 사망자 유해의 절반을 돌려보내고, 이후 종전이 합의되면 나머지 절반을 송환하는 것이 이 중재안의 골자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위트코프 특사가 “현 단계에서는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기 불가능해 보이고, 종전을 위해서는 대화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이런 중재안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총리실은 하마스가 동의하면 즉시 이 중재안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겠다면서도 “협상이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휴전 시작 42일 후에 전투에 복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2단계 휴전 이행 대신 1단계 휴전을 4주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주장했으나, 하마스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이에 이스라엘 협상단은 중재국과의 협상이 열린 이집트 카이로에서 빈손으로 귀국했다.

하마스는 미국이 제시한 새 중재안에 대해선 현재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제안에 하마스의 핵심 요구사항이자 2단계 이행 사안인 이스라엘군 철군이 빠져 있으며, 사실상 1단계 휴전 시일을 연장하는 내용이란 점에서 하마스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스라엘이 공개적으로 전쟁 재개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하마스가 당장 이스라엘군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일단 이 제안을 수용한 뒤 이후 추가 협상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양측이 합의한 조건에 따라 휴전 1단계가 끝나더라도 2단계를 위한 협상이 진행되는 한 교전은 계속 중지되지만, 이스라엘은 협상 파행 시 언제든 전쟁을 재개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을 포함해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은 최근 며칠간 군이 전쟁 재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당장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2단계에 진입할 경우 연립정부에서 탈퇴하겠다는 극우 연정 파트너들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들이 연정에서 탈퇴하면 네타냐후 정권은 무너진다.

이스라엘 채널12는 최근 며칠간 이스라엘군이 넷자림 회랑 등 가자지구 주요 거점에 복귀하기 위한 훈련을 했고, 총리와 국방장관 등이 2일 전쟁 재개 문제 등을 두고 회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넷자림 회랑은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가르는 약 6㎞ 도로로, 이스라엘군은 휴전 협정에 따라 지난달 이곳에서 철수한 바 있다.

폐허 속 라마단 시작 │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 첫날인 1일(현지시간) 일몰 후 첫 식사인 이프타르 행사를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당초 넷자림 회랑에 이어 휴전 발효 50일차에 해당하는 오는 9일까지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지대 필라델피 회랑에서도 철군하기로 했으나, 최근 이 약속을 파기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7일 하마스가 필라델피 회랑을 통해 무기를 반입해 조직을 재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철군 합의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은 인질 가족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2단계 이행을 방해하고 카이로에 “가짜 휴전안”과 “가짜 대표단”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하마스는 인질 야이르 호른(46)이 지난달 15일 석방되기 전 동생 에이탄(38)과 작별 인사를 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며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여전히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에이탄은 영상에서 “형이 내일 석방돼 기쁘지만 가족이 헤어지는 건 어떤 식으로든 온당하지 않다”며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2·3단계 휴전에 서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잔인한 선전 영상”이라며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선전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는 휴전 1단계 기간 태국인 인질 5명을 포함해 생존 인질 총 30명을 석방했으며, 사망한 인질 시신 8구를 이스라엘에 반환했다. 이스라엘도 합의에 따라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1900여명을 석방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 현재 인질 59명이 남아 있으며 이 가운데 32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1단계 휴전 종료일을 하루 앞두고 이스라엘에 총 30억달러(약 4조4000원)에 이르는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판매가 승인된 무기 중에는 2000파운드급 폭탄 MK-84 등 가자지구에서 막대한 인명 피해를 일으킨 살상 무기가 다수 포함됐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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