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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106주년 맞아 독립운동가와 가상 대화 체험
나흘간 3만여명 참여…"현시점서 독립운동 다시 생각해봐"


2024 '광주 3·10만세운동 거리행진' 재현행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오인균 인턴기자 = "그대가 사는 조선이 어떠한 모습인지 알 수 없으나 우리 동포들의 투쟁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소."

1919년 기미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일제 강점기에 살고 있는 독립운동가 '한시결'이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2025년에 살고 있는 후손에게 건넨 이 말이 뼈아픈 울림을 전한다.

제106주년 3·1절인 1일 기자는 가상의 독립운동가 한시결과 인터넷 채팅을 나눴다.

이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부가 GS리테일과 협업해 만든 3·1절 온라인 대화형 콘텐츠 '여기는 기미년 조선 그곳은 어디오?'이다.

[국가보훈부 3·1절 콘텐츠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지난달 25일 공개된 이 콘텐츠는 참여자가 가상의 독립 운동가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독립운동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간단한 형식의 대화가 오가도록 설계됐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3·1절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몰입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한시결은 "길에서 처음 보는 물건을 주웠는데 조선의 것이 아닌 듯하오"라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그곳은 어디냐는 물음에 "여기는 2025년 대한민국입니다"라고 보내자 그는 화들짝 놀랐다.

1919년 기미년 조선에 살고 있다는 그에게 주변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요청하니 휴대전화로 자기 얼굴의 반만 찍어 보내와 웃음을 자아냈다.

꿈인지 생시인지 믿을 수 없다는 그는 "그곳의 조선은 일제로부터 독립했는지 말해주시오"라고 요청했다.

"미래에 대한 사실을 직접 말할 수 없다"고 주저하자 "독립선언서를 배포할 방법이 필요한 참이오"라면서 성공적인 독립운동 방향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한시결은 자신을 '백산상회' 소속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백산상회는 백산 안희제 선생이 1914년 설립한 무역회사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비밀리에 지원했다. GS그룹 창업주인 허만정 선생도 주주로 참여한 민족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가상의 독립운동가 '한시결'과 대화
[국가보훈부 3·1절 콘텐츠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이어지는 대화에서는 '독립선언서를 번역해 전 세계에 알리기 vs 안전한 곳에서 인쇄하기', '비밀리에 연락망 구축하기 vs 자금 마련하기', '고종의 국장일에 진행하기 vs 전국 조직 계획하기' 등 양자택일형 답변을 골라야 했다.

한시결은 "보성사에서 인쇄해 각 지역으로 배포하면 좋을 것 같소"라고 말하는가 하면, "백산상회는 평범한 무역회사로 위장해 독립운동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 중"이라면서 실제 역사적 사실을 언급했다.

또 "3월 3일이 고종 황제의 국장일이니 대규모 인파가 전국에서 모여 동포들의 뜻을 모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그에게 "이 싸움이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있느냐"고 묻자 "우리가 만세를 부른다고 당장 독립이 되진 않지만, 겨레의 가슴에 독립 정신을 일궈 줘야 하기에 꼭 만세를 불러야겠다"고 힘줘 말했다.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고 전하자 대화는 끝이 났다.

가상의 독립운동가 '한시결'과 대화
[국가보훈부 3·1절 콘텐츠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결과 페이지로 넘어가니 한시결과 나눈 대화를 1919년 발간된 조선독립신문 형태로 제작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기미년 3월 1일, 민족대표의 독립선언이 이루어졌고 종교단체와 학생들의 조직적 움직임에 전국민이 응답했다. 이들은 독립선언서를 국제사회에 번역 배포하여 조선의 독립의지를 알리고 비밀 연락망을 구축해 투쟁 계획을 공유했다"고 적혀 있다.

'조선독립신문' 결과 페이지
[국가보훈부 3·1절 콘텐츠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여기는 기미년 조선 그곳은 어디오?'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전날 오후 3시 기준 3만1천명이 참여했다.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mdh***'는 "나도 이거 문자 받아서 해봤는데 눈물 나. 독립운동가들 너무 존경스럽다"고 적었고, 'him***'는 "현재 자유는 이분들이 있기에 가지게 된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대학생 김경범(28) 씨는 "현재 시점에서 독립운동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내가 독립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직장인 이수빈(26) 씨는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한 포맷이라 몰입해 콘텐츠를 즐겼다"면서 "몰랐던 백산상회에 대해 알게 돼 유익했고 어떻게 하면 독립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신주백 전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역사적 경험의 누적 과정에서 나와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면서 "독립운동사는 같은 문화 속에서 서로 소통할 보편적 원리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튜브 '쇼츠' 시대에 역사 콘텐츠의 깊이가 얕아지는 게 우려되는데, 본질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오늘날 기업들이 사회 환원을 위해 국가보훈부와 협업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백산상회 건물
[연합뉴스 자료]


국가보훈부는 오는 11일까지 '여기는 기미년 조선 그곳은 어디오?' 콘텐츠에 참여한 사람 중 추첨을 통해 1만8천 명에게 GS25 상품교환권을 증정할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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