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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안 논설위원
많은 법관의 로망은 대법관 또는 헌법재판관이다. 수재들이 모인 법원에서도 선두 그룹에 들어야 꿈꾸는 자리다.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하기 때문인지 대법원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세상의 관심은 헌법재판소에 더 쏠린다. 대통령 탄핵부터 기후 위기 대응 소송까지 중대한 결정이 헌재에서 나왔다.

대법관은 사건에 파묻혀 산다. 2023년 대법원에 접수된 본안 사건만 3만7669건이다. “대법원은 수도원이나 절간에 비유된다”고 할 정도다(김영란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이에 비해 지난해 2522건이 접수된 헌재는 9명의 재판관이 선택과 집중을 하기에 유리한 구조다. 상대적으로 행복해 보이던 헌법재판관이 요즘 가장 위태로운 직업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의 영향이다. 재판관들에게 경호 경찰이 배정됐다. 재판관 집까지 찾아가 “공격하자”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잇따른 협박에 경찰관 경호 받아
표적 된 재판관 야당 기대 따랐나
전직 보수 재판관 “좌우 문제 아냐”

탄핵 반대 진영에선 재판관 성향을 문제삼는다. 8명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2명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2명,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 지명한 1명이 주 타깃이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 한국사 일타 강사 전한길씨가 ‘을사5적’이라고 낙인찍은 재판관들은 지명자 코드에 맞춰 왔을까. 헌재 결정문에 기록된 그들의 의견을 들여다봤다. 문 전 대통령이 지명한 이미선 재판관은 2023년 7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사건에서 기각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사후 대응과 일부 발언이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도 “국민이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 손을 들어준 셈이다. 비난의 중심에 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어떨까. 지난해 8월 선고된 이정섭 검사 탄핵 사건에서 문 대행은 기각을 택했다. 이 검사가 누구인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 검사다. 국민의힘에서 이 대표의 절친이라고 몰아세우는 문 대행이 이 검사 파면을 반대했다. 그는 이 검사가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면서도 “파면할 정도엔 이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쯤 되면 화는 민주당이 내야 하지 않나.

재판관 의견을 예단하기 어려운 건 윤 대통령 지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형식 재판관은 5대4로 나뉜 지난해 8월 기후 위기 대응 사건 선고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문형배·이미선 재판관과 함께 위헌 의견을 냈다.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서 문 전 대통령 지명 재판관들과 같은 편에 섰다.

헌재와 재판관을 둘러싼 의문에 대해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명쾌한 답을 내놓은 적이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안 의결로 주목 받은 안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헌법재판관이었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지명으로 재판관이 된 안 위원장은 2018년 9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 과속 논란에 관해 설명했다. 당시 문답은 이랬다.


Q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비화는.

A :
“당시 박한철 헌재 소장이 집중심리제로 결정을 빨리 내리려고 했던 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대행하는 헌법적 위기상황을 신속히 해소해야 한다는 데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재판관들 전원이 무엇이 국민과 국가를 위한 것인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그래도 재판관을 못 믿는 사람에게 안 위원장 답변을 하나 더 소개한다.


Q :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이수 (전)재판관과 같은 의견을 낸 적도 있던데.

A :
“헌법 재판은 좌우 또는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문제다. 국민과 국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가 최우선 고려 대상이고, 그에 입각해 사안별로 소신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게 헌법재판관의 일이다.”
진정으로 “2시간짜리 대국민 호소용 계엄”이라는 윤 대통령의 말을 신뢰한다면 재판관 협박은 그만두고 안 위원장의 말을 한번 믿어 보면 어떨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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