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1년, 재점검의 시간]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국내에 ‘주식 열풍’이 불었지만 투자자들의 돈은 국내보다 미국 주식을 향한다. 국내 기업에서 ‘혁신’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국내 투자자들의 목소리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국내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미국 주식 보관액은 1088억3431만 달러(약 156조원)에 이른다. 이중 가장 많은 금액이 몰린 곳은 테슬라로, 보관 규모가 총 20억4628만달러다. 엔비디아(11억7275만달러), 애플(4억7015만달러)이 그 뒤를 잇는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기업들은 모두 AI(인공지능) 등 신사업을 선도하고 있거나 신기술을 접목해 실용화를 이끌 수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다”며 “한국은 투자 부진 등으로 AI에서 두각을 보이는 기업을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한국에 비해 높은 혁신성과 수익성을 미국 증시의 장점으로 꼽는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민 1505명을 대상으로 ‘한·미 자본시장에 대한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4.5%가 미국 증시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이중 27.2%가 그 이유로 ‘기업의 혁신성·수익성’을 꼽았다.
미국 기업들이 AI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동안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만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최근 중국의 ‘딥시크’ 충격으로 미국 증시가 급락할 때 국내 IT기업이 수혜를 본 것도 해당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한국의 입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딥시크가 차기 추론모델을 발표한 뒤 첫 거래일인 지난달 31일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각각 직전 거래일(24일) 종가대비 11.52%, 18.88% 급등했다. 미국이 패권을 잡고있던 AI 산업에서 중국이 ‘저비용 고효율’ AI를 개발하자 후발주자의 가능성이 열린 것으로 시장이 해석했다는 것이다.
우재준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벤처캐피털 석사 교수는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이미 일어난 혁신을 빠르게 체화해 상품력 있는 기술을 내놓는 것이 국내 기업들의 과제”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