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던진 마지막 승부수는 개헌이었다. 윤 대통령은 25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무복귀를 전제로 임기단축 개헌 카드
를 꺼낸 것이다.

그러나
끝내 12·3 불법계엄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정치권에서 기대했던 ‘결과에 대한 승복’ 메시지도 없었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북한과 결탁한 내란 공작 세력이라고 강변
했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계엄의 강’을 건너기엔 너무 큰 암초를 만났다. 탄핵 인용 결정 시 조기 대선 모드로 전환해 중도 확장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통합보다는 분열의 메시지에 가까운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에 여당 전체가 발목 잡힐 가능성이 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최후진술을 통해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결국 국민통합은 헌법과 헌법가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만큼, 개헌과 정치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현행 헌법상 잔여 임기에 연연해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개헌 구상은 구체적이지 않았다. 1만9,000여 자 분량 중 700여 자 분량 정도의 작은 비중이었다.

당초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하야를 통해 정면으로 상황을 돌파하려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야는 헌재를 압박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로 거론됐다. 하지만 결과는 실체가 모호한 개헌과 책임 회피성 임기 단축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계엄이)
헌법 위반 소지가 있지만 대통령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한다면 헌재가 윤 대통령의 파면을 일방적으로 선고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었을 것
”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구체적 개헌 플랜 없이, 그것도 탄핵 기각을 가정해 직무복귀 계획을 언급한 건 민심에 역행하는 일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
성찰 없는 자기 합리화"라며 "(개헌 등 최후 진술이) 헌재 재판관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고, 국민들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할 것"
이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최후진술로 국론분열 양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됐다. 야당을 반국가세력이라고 규정한 기존 문법 그대로였고 통합이나 화합의 메시지는 전무했다. 서부지법 폭동 등으로 드러난 일부 2030 지지층을 겨냥해 “계엄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로 이미 많은 국민과 청년들께서 상황을 직시”,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이라고 부추겼다. ‘헌재 선고 결과에 대한 승복 메시지’가 없다는 점에서 중도 확장이 절실한 여당은 되레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의힘의 평가는 엇갈렸다. 한 지도부 핵심 의원은 "
윤 대통령이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말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라며 “대통령의 고민을 당이 어떻게 받아 보조를 맞출 것인지 고민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택한 상황을 진솔하게 설명했다”라며 “
윤 대통령의 변론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고 말했다.

반면 사과가 부족한 데다, 국면 전환용 개헌 카드에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당의 다른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12·3 계엄 직후 ‘문제 될 거 없다’는 대국민 담화를 냈는데, 최후 변론도 다를 것 없는 내용”이라며 “
당시 질서 있는 퇴진 등의 약속을 모두 뒤집었기 때문에 이번 개헌 등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고 지적했다. 수도권 다선 의원은 “
국민들은 개헌을 상황 모면용이라고 보지 진정성 있게 생각하지 않을 것
”이라며 “다만 논의가 가열된다면 의미가 있을 수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 »»»»» 尹 마지막 카드는 임기 단축 개헌... 반성과 통합 대신 분열 부추겨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36 사고 현장 아래는 일반 도로‥붕괴 5초 전 버스 통과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35 美국방 副장관 후보 "북한 핵·미사일 보유고 확대 막아야"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34 [Today’s PICK] 배달로봇, 거리 누빈다…배민도 강남서 서비스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33 尹, 최후진술서 "개헌이 마지막 사명…잔여 임기 연연 안해"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32 컴백 예고 한동훈 “이재명, 한국서 가장 위험한 인물”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31 “계엄 또 없다…개헌할 것” 복귀 그리는 尹 최후진술 [전문]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30 “계엄 또 없다…개헌할것” 복귀 그리는 尹 최후진술 [전문]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29 K뷰티 물량 대기 바빴다…한국콜마·코스맥스, 지난해 매출 2조 신기록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28 윤석열 쪽 김계리 “저는 14개월 딸의 엄마…비상계엄으로 계몽됐다”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27 “AI메모리 수요 잡는다” SK하이닉스 1기 팹 첫 삽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26 8회 직접 출석, 68분 일장 연설···‘윤석열 탄핵심판’ 73일 총결산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25 기초연금 수급자 200만→650만명 급증…“저소득 노인 집중 지원해야”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24 트럼프에게 할말 한 마크롱…간극 못좁혔지만 '성과' 평가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23 비트코인 급락 '가상자산 조정 오나?'‥'업비트'는 중징계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22 헌재, 27일 ‘마은혁 재판관 불임명 권한쟁의심판’ 선고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21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극복...선거구제 개혁이 돌파구다[한윤형이 소리내다]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20 "계엄 후 84일, 삶에서 가장 힘든 날"…尹, 승복은 없었다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19 [전문] 윤석열 대통령 헌재 탄핵심판 최종의견 - 2(끝) new 랭크뉴스 2025.02.26
47518 [사설] 이제 헌재의 시간…“나라 위험한 상황, 어떤 결과도 존중해야” new 랭크뉴스 2025.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