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이 재판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지키는 재판이며, 대한민국의 존립을 지키는 재판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믿으며 그 가치를 수호하고자 합니다. 오늘 우리는 모두 민주주의자입니다. 부디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하여 주십시오.”(국회 대리인단)
“거대 야당의 이런 지속적인 국헌문란 행위는, 국가 정체성과 대외 관계에 있어서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과 동떨어진 인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 제가 비상계엄을 결단한 이유는, 이 나라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 그것이었습니다.”(윤석열 대통령)
양쪽 모두 헌법과 헌정질서를 강조했지만, 그 내용과 방향은 달랐다.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마지막 변론에서 국회와 윤 대통령은 탄핵 소추 사유 5대 쟁점(비상계엄 선포 위헌성, 계엄 포고령 1호, 군·경 동원 국회 활동 방해, 군 동원한 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법조인 체포 지시)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날 국회 대리인단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송두환 변호사는 “헌법 77조에서 말하는 국가비상사태도 아니었고, 병력으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도 아닌 것이 객관적으로 분명한 상태에서, 피청구인(윤 대통령)의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동기와 목적으로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그 과정에서 적법한 국무회의 심의 및 부서 등 절차를 갖추지도 않고, 국회에 통고할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황영민 변호사는 “피청구인과 사전에 공모한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고 어떤 국무위원도, 이 재판정에서 증언한 국무총리조차도 동의하지 못한 ‘국가비상사태’는 피청구인의 몽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최후발언 내내 비상계엄 선포가 야당의 입법 폭주에 대항한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목적이 망국적 위기 상황을 헌법제정권력인 주권자들께서 나서주시기를 호소하고자 하는 것이었다”며 “비상계엄은 범죄가 아니고,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합법적 권한 행사”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가 위법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국무회의를 할 것이 아니었다면, 12월3일 밤에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실에 대체 왜 온 것인가?”라며 “저는 국무위원들에게 비상계엄에 대해 설명하고, 국방부 장관이 계엄의 개요가 기재된 비상계엄 선포문을 나눠 줬다”고 말했다.
계엄 포고령과 국회 봉쇄 시도를 놓고도 부딪쳤다. 국회 쪽 장순욱 변호사는 “포고령에는 피청구인을 비판해온 모든 세력들이 망라돼 있고, 이들을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비상계엄을 통해 자신에 대한 모든 정치적 반대파들의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범 변호사는 “국회의장, 여당 및 야당 대표, 전직 대법원장, 언론인 등을 체포·감금하려 계획했던 사실이 밝혀졌고, 피청구인이 직접 나서서 계엄군의 국회 진입과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 저지를 명령·지휘했다는 증언과 진술이 잇따랐다”며 “한마디로 대한민국 헌법 파괴 행위이자 민주공화국 전복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의원들을 체포하고 끌어내서 계엄 해제를 늦추거나 막는다 한들, 온 국민과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는데 그다음에 뭘 어떻게 하겠나”라며 “준비된 치밀한 작전 계획이나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혼선과 허술함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날 수도 없는 불가능한 일에 대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과 같은 허황된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병력 투입’을 놓고 국회 쪽 이원재 변호사는 “(윤 대통령 쪽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 확산시킨 행위는 우리나라의 선거제도와 대의제도에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고 선관위와 선거 시스템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쪽은 중국이 하이브리드전(군사·비군사적 조처를 병행하는 전쟁)을 진행하고 있다며 ‘부정선거’ 주장을 이어갔다. 차기환 변호사는 “중국은 2019년 캐나다 총선에서 최소 11명 이상의 친중 후보를 당선시켰다”며 “중국의 하이브리드전 정치적 공작을 보면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도 “심각한 보안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선관위 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보낸 것”이라며 “선관위 시스템 보안 문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핵심 공공재이자 공공 자산을 지키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