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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천고속도로 건설 현장 붕괴 사고로 숨진 근로자 3명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의 유가족 대기 장소. 최모란 기자
“우리 아빠 어떻게 해.”
25일 오후 세종-포천 고속도로 건설 현장 붕괴 사고로 숨진 근로자 3명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장례식장.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들은 A씨(56)의 딸은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던 A씨의 부인도 “아이고”라며 함께 통곡했다.

A씨는 다정한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였다고 가족들은 입을 모았다. 두 딸은 물론 4개월 된 손녀를 유독 예뻐했다고 한다. 일할 땐 다른 지역에 머물기도 했지만, 쉬는 날은 집에 돌아와 사위와 술잔을 기울이곤 했다.
A씨는 10여년 간 건설 현장을 다닌 베테랑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사고 현장으로 출근한 지 10일 만에 변을 당했다. A씨의 사위는 “장인어른이 현장 일을 오래 하셔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겼는데”라며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다리가 어떻게 그렇게 붕괴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부실 공사인지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신이 안치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을 찾은 유가족 10여명은 갑작스러운 비극에 황망한 표정이었다.
이 사고로 중국 국적인 동생 강모(59)씨를 잃은 형은 연신 한숨을 쉬며 “구정(설)과 지난주에도 봤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강씨는 약 20년 전 중국에서 한국에 온 뒤 국내 건설 현장을 오가며 일했다고 한다. 중국엔 10대 후반의 아들이 살고 있다. 그는 국내에 머물면서도 중국에 있는 아들을 만나러 종종 중국을 찾기도 했다. 강씨의 형은 “(아버지 사망 소식을 들은) 아들이 내일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라며 “참 열심히 살았던 동생인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형 B씨(48)의 소식을 들은 동생도 급히 장례식장을 찾았다. 장례식장 안에 마련된 대기실에 들어가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연결공사 교량 붕괴 사고 현장. 김종호 기자
대기실 안에선 유족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연신 흘러나왔다. 일부 유가족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슬 픔을 토해내기도 했다.

이 장례식장에 안치된 근로자 세 명은 사고가 난 안성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등은 건설현장 특성 상 근로자들이 일하기 위해 장기간 집을 떠나 안성 현장 인근에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족들은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부검 등 절차가 끝나면 장례 장소와 일정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신재민 기자
이날 오전 9시49분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신평리 세종-포천 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공사 현장에서 교량 상판이 무너지면서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사고를 당한 인부 10명 중 7명은 한국인, 3명은 중국인이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다른 인부 가운데 사고를 목격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다.

안성시는 사고 현장 인근 서운면사무소에 사고 수습과 피해자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또 부상자와 시신이 안치된 병원 등에 전담 공무원을 보내 지원하고 있다. 유족 장례와 피해자 보상·보험 등과 관련해서는 시공사 측이 전담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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