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쇼츠
[서울경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모(40)씨는 얼마 전 아이와 휴대전화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자녀가 보는 유튜브 쇼츠마다 19금 성인 광고부터 도박 광고까지 댓글이 여러개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해외 플랫폼에서 불법 유해 광고가 범람하고 있다. 음란물 유통 사이트들은 주 모니터링 대상이 되는 동영상이 아닌 댓글을 통해 우회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접근한다. 인기 급상승 동영상이나 구독자가 많은 영상에서 좋아요를 받은 댓글의 대댓글을 통해 본인들의 채널로 유도하는 식이다.
주로 인기 여자 아이돌의 불법 촬영 동영상이 유출됐다거나 무료로 음란물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광고했다. 해당 댓글을 작성한 유저의 프로필을 타고 유튜브 채널로 들어가도록 유도하는데 채널의 메인 동영상에 본인들의 유통 사이트 링크 및 가입 방법을 안내하는 식이다. 대부분 짧은 영상 여러 개를 넘겨보는 시청 환경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미성년자들도 제한 없이 볼 수 있어 음란물 사이트로 자연스레 연결된다.
실제로 한 유튜브 사용자 A씨는 “요즘 보는 영상마다 댓글 창 맨 위에 야한 영상 시청을 유도하는 댓글이 있다”면서 “처음에는 댓글 내용도 영상과 관련된 것이고 추천 수도 많아서 멀쩡한 댓글인 줄 알았는데, 프로필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이용자가 한 달 동안 40여 차례 해당 플랫폼의 불법 유해 광고를 신고해도 삭제나 비공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치 사항을 묻는 신고자에게 ‘광고는 삭제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계속 도움을 드릴 수 있으니 신고해달라’는 답변만 되풀이하는 식이다. 논란이 되는 불법 유해 광고 대부분 정보통신망법, 형법, 사행산업법, 청소년보호법 등에 위반된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이 유해 광고 매뉴얼 의무화를 준수하면서 관리하는 데 비해 해외 플랫폼은 손을 놓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특히 국내에서 유튜브, 인스타그램 이용량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해 1월 기준 한국인 한 명의 월평균 유튜브 이용 시간은 40시간에 달한다.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긴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 이용 시간(23시간)의 1.7배다.
하지만 모니터링 사각지대인 댓글 관리는 갈 길이 멀다. 유럽의 경우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유해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섬세하게 관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3년부터 온라인 플랫폼상 불법·유해 콘텐츠 유통을 막는 ‘디지털서비스법’을 시행했는데 SNS 기업이 불법 콘텐츠를 자체 검열하고 이를 삭제하지 않으면 연간 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관련 논의를 이제 막 시작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플랫폼 사업자에게 불법·유해 정보 유통 방지 등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온라인 서비스 이용자 보호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판 DSA’ 형태의 플랫폼 규제안을 만들어 공정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