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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수 청각장애인 바리스타(카페스윗 정릉점)
카페스윗 정릉점 내부에 붙어있는 수어 포스터.


“청각장애인 바리스타는 커피 한 잔을 만들더라도 비장애인에 비해 집중력이 높아요. 위생적인 부분도 훨씬 더 깔끔하고 꼼꼼합니다.(김혜진 카페스윗 점장 ”

올해로 7년차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이인수 씨는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한 청각장애인이다.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다는 그의 어릴 적 꿈은 들을 수 없다는 불편함이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불편함이 불가능이 되지 않는다는 걸 몸소 증명한 이인수 바리스타를 통해 그의 직업의 세계를 들어봤다.

바리스타를 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7년 정도 됐습니다. 첫 사회생활을 바리스타로 시작해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일반 커피숍과 다를 게 없어 보여요. 하는 일도 비슷한가요.

“그렇죠. 여느 바리스타처럼 에스프레소 추출 세팅을 하고, 고객들이 오시면 주문 받아 음료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근무도 오픈조(7시~14시), 마감조(12시~21시)로 로테이션으로 하고 있고요. 저희 매장에는 저처럼 청각 장애인과 비청각 장애인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데요. 서로 매장 재고 관리도 하고, 발주 품목 정리도 맡고 있어요. 일반 커피숍과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매장 곳곳에 저처럼 청각 장애인 바리스타가 근무한다는 안내가 되어 있다는 점이죠.”

바리스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막연히 커피를 통해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행복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제가 만든 커피 한 잔이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바리스타로 일하려면 자격증이 꼭 있어야 하잖아요. 자격증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학원을 다니면서 자격증 공부를 했어요. 운 좋게도 1필기시험, 2차 실기까지 한 번에 합격했습니다.”

취업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취득한 후 사회적협동조합 스윗 카페사업팀에 이력서를 제출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어요. 저희 지역에 있는 청각장애인복지관 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죠.”

"청각장애인 취업은 지역 내 장애인복지관이나 지원 단체에서 장애인 고용에 관심있는 기업과 연결"

보통 복지관에서 취업 연결을 해주나 보군요.

“맞아요. 지역 청각장애인복지관이나 장애인 지원 단체에서 장애인 고용에 관심 있는 기업과 연결을 해주고 있어요. 그리고 스윗에서는 저와 같은 청각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어 장애인들에게도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요.”

농인을 대상으로 하는 채용공고가 종종 있나 보군요.

“스윗 뿐만 아니라 택배회사나 운송업, 그리고 소음이 크게 발생하는 공장 생산직에서 청각장애인을 채용 하고 있어요. 공장이나 택배업은 고객과 마주칠 일이 없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가 아니라서 아무래도 청각장애인들이 일하기 수월하거든요.”

면접 땐 뭘 준비했나요.

“스윗에 대해 꼼꼼히 알아봤어요. 그리고 제 자신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정리를 준비했죠. 무엇보다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이 있어 자신 있었죠.”

면접관과의 소통은 어떻게 했나요.

“스윗 본사에서 수어통역사가 함께 면접에 참관해 도움을 주셨어요. 스윗에 함께 일하는 비장애인 직원들도 웬만한 수어는 할 줄 알거든요. 그래서 일 하면서도 소통은 크게 어렵지 않아요.”

언뜻 생각해봐도 바리스타는 서비스 직종인데, 첫 적응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고객들이나 비청각 장애인 동료와 소통하기 위해 수어나 문자, 필담패드를 활용하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특히 동료들과 서로의 소통방식을 존중할 수 있도록 각자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요. 예전 대구 매장에서 근무할 때, 비청각 장애인과 소통할 수 있는 보조기기가 없어 손님들의 추가 요청사항에 정확히 대처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어요. 당시엔 당황했지만 지금은 필담패드 같은 장치들이 있고, 요즘엔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오더가 가능해 걱정 없습니다.”

카페를 찾은 고객들과 청각장애인 바리스타가 소통하는 필담패드.


필담패드와 같은 소통장치는 도움이 되나요.

“그럼요. 어떻게 보면 저와 고객 간의 소통 창구 역할이라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저희 매장을 찾아주시는 고객 중에는 수어를 배워 오셔서 수어로 소통하는 분들도 있어요.”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도 많을 것 같아요.

“언젠가 고객님이 수어로 ‘맛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굉장히 행복했어요. 그리고 종종 새로운 수어나 지문자를 배워 보여주실 때 정말 감사하죠. 그 분도 어색해 하시지만 왠지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공간으로 인해 비청각 장애인이 수어에 관심을 가졌다는 게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고객들이 수어 배워 표현할 때 고맙고 뿌듯한 마음···청각 장애인 바리스타, 집중력 뛰어나고 위생관리에도 탁월한 장점 있어"


농인 바리스타에 대한 편견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제가 가진 장애가 업무 능력에 영향을 끼쳐 비장애인 직원보다 뒤쳐질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농인 바리스타는 시각적 집중력이 뛰어나고 음료 제조나 위생관리에 오히려 집중력을 발휘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7년차 바리스타로서 자부심도 있겠군요.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대회에 출전해 입상한 적이 있어요. 그 경험으로 에스프레소 추출 세팅 방법이나 라떼아트를 만들 때 저만의 노하우가 생겼죠. 그래서 동료들에게도 제 노하우를 공유해주곤 합니다.”

경력이 오래 됐지만 그래도 힘든 부분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필담패드의 사용방법을 잘 모르는 고연령층의 고객이 방문했을 때예요. 처음에는 직접 설명이 어려워 당황했는데, 지금은 제가 필담패드에 직접 써서 보여드리거나, 이용하는 방법을 행동으로 먼저 보여드리죠.”

직업적 장단점이 있다면요.

“우선 장점은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저만의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바리스타로서 점점 성장하는 제 자신을 볼 수 있어 좋아요. 단점이라면 오랜 시간 서서 일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하다 보니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연봉은 어느 정도인가요.

“저희 매장에서는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두지 않아요. 장애인, 비장애인 동등하게 보장해 주고, 경력에 따라 급여도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최저시급보다 여유 있게 받고 있어 덕분에 가장으로서 경제적 자립도 했죠.”

농인들의 취업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농인들의 원활한 취업을 위해선 사회적 인식 개선, 맞춤형 직업교육, 정부의 정책 강화가 모두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농인 스스로의 전문성을 강화해서 적극적으로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의 경쟁력을 만들면 자신감도 올라가고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김세은 대학생 기자]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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