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이 20일(현지시간) 공화당 지지자들의 집회에서 나치 경례를 연상케 하는 동작을 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에 이어 트럼프의 과거 책사인 스티브 배넌도 공식 석상에서 '나치 경례'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배넌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공화당의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무대에서 연설한 뒤 나치식 경례와 흡사한 팔 동작을 취했다.
과거 전체주의 시기 독일에서는 "지크 하일"(Sieg Heil·승리 만세)이나 "하일 히틀러"(Heil Hitler·히틀러 만세)라는 구호와 함께 오른팔을 들어 올려 뻗는 경례가 널리 사용됐다.
배넌은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3선 도전을 제안하며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를 외쳤고, 군중이 박수로 환호하자 답례하는 과정에서 오른팔을 곧게 들어올렸다.
미국 수정헌법 22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재선까지만 가능하다. 두 번째 임기를 마친 트럼프는 개헌이 이뤄지지 않는 한 2028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배넌의 행동은 즉각 반발을 불렀다.
CPAC에 참석한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29)는 "연사 중 한 명이 나치 이념을 연상시키는 도발적 제스처를 했다"며 연설 일정을 취소했다.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연설 도중 나치식 인사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달리 나치 독일의 침략과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은 유럽, 특히 프랑스에선 나치 경례를 연상시키는 동작이 금기다. 독일에선 이를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한다.
그러나 배넌은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다음 날 문자메시지를 통해 "연설에서 늘 하듯이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에 경의를 표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연설을 취소한 바르델라 대표를 "이쁘장한 소년"(pretty boy)이라고 비꼬며 "프랑스를 통치하기엔 너무 약하다. CPAC에 모인 세계적 혁명의 지도자들은 그를 겁쟁이로 여긴다"고 조롱했다.
배넌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수석전략가로 백악관에서 7개월가량 근무했다. 트럼프와 결별한 뒤에도 팟캐스트 '워 룸'을 통해 극우·강경보수 진영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우파 진영에서 나치식 동작 논란은 배넌만의 일이 아니다.
앞서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기업인 머스크도 지난달 20일 대통령 취임 축하행사 연설 도중 나치 경례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두 차례 해 논란이 됐다. 머스크는 "주류 언론의 선동"이라며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