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백악관 취재를 제한당한 AP통신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당국자 3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AP통신은 미국 남부와 멕시코 사이에 있는 해역의 명칭을 ‘멕시코만(Gulf of Mexico)’에서 ‘미국만(Gulf of America)’으로 바꾸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백악관 출입이 거부됐다.
AP통신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 당국자 3명을 상대로 워싱턴DC 지방법원에 취재 제한 조치를 해제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송 대상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테일러 부도위치 백악관 공보·인사 담당 부비서실장,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등 3명이다.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트레버 맥패든 판사에게 배당됐다.
AP통신은 “언론과 미국 내 모든 사람 정부에게 보복당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AP통신의 뉴스 생산과 편집권 독립에 대한 공격은 미국의 수정헌법 1조의 핵심을 위배한 것”이라며 “법원은 즉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지난달 20일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바꾸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에는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 관람을 위해 멕시코만 연안에 있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방문해 이날(2월9일)을 ‘미국만의 날(Gulf of America Day)’로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AP통신은 400년 이상 쓰여온 ‘멕시코만’ 명칭을 계속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미국 내에서만 효력을 갖는데, 전 세계에 뉴스를 전하는 글로벌 통신사로서 국내외 독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지명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백악관은 AP통신 기자들의 백악관 행사와 대통령 전용기 출입을 거부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백악관이 표면적으로는 ‘멕시코만’을 문제 삼고 있지만 사실은 진보적인 AP통신의 ‘스타일북’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장에 따르면 와일스 비서실장은 AP통신에게 메일을 보내 스타일북에서 멕시코만 표기를 수정할 것을 요청하면서 “스타일북의 영향력이 분열적이고 당파적인 의제를 추진하기 위해 때때로 오용되고 무기화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