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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기일
영풍 주식 산 SMC, ‘상호주’에 걸리나
‘유한회사냐 주식회사냐’도 쟁점
“최윤범 경영권 위한 방어권 남용”

고려아연 이사회가 열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안내판의 모습. 2024.10.1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지난해 9월부터 5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상법 해석에 좌우될 전망이다. 재판부가 고려아연 호주 손자회사의 영풍 주식 취득 문제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따라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 결과가 전면 무효화될 수도 있고, 반대로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이 승기를 잡을 수도 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 심리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MBK-영풍 연합과 최 회장 측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MBK-영풍은 고려아연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외국 회사이며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상법상 상호주(두 회사가 상대방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 규정에 해당하지 않으며, 따라서 최 회장 측이 이를 근거로 임시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SMC의 영풍 지분 취득도 상호주 규정에 걸린다는 논리를 펼쳤다. SMC가 외국 회사인 건 맞지만, 고려아연의 영풍 지분 취득을 위한 ‘도구’일 뿐이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 회장 측은 SMC가 유한회사가 아니라 주식회사라는 점도 강조했다. 가처분 결과는 이달을 넘겨 3월 초에 나올 전망이다.

SMC가 영풍 주식 사자, 주총서 영풍 의결권 29% 제한
투자은행(IB)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열린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양측은 크게 두 가지 쟁점을 놓고 맞붙었다. 하나는 ‘외국 회사인 SMC가 영풍 주식을 산 게 상법상 상호주 규제에 걸리느냐’였으며, 다른 하나는 ‘SMC가 유한회사냐’였다.

이 문제가 왜 중요한지 이해하려면 지난달 임시주총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임시주총이 열리기 전날인 지난달 22일, 고려아연의 호주 소재 손자회사 SMC는 돌연 영풍 지분 10.33%를 최씨 일가와 영풍정밀(최 회장 측 계열사)로부터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영풍은 이미 고려아연 지분 25.42%를 들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SMC가 영풍 주식을 사자, SMC의 궁극적 지배회사 고려아연이 영풍 지분을 간접적으로 취득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다음날 열린 임시주총에서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두 주식회사가 서로의 지분을 10% 넘게 보유한 경우 상대방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상법 제369조 제3항을 이용한 것이다.

결국 해당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지분율 29%)은 제한됐고, MBK의 의결권(영풍이 빠져나간 후 27.3%)만 행사할 수 있었다. 당연히 주총은 최 회장 측의 ‘압승’으로 끝났다. MBK-영풍은 즉각 주총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SMC, 외국 법인은 맞는데…
첫번째 쟁점은 외국 회사인 SMC가 상호주 규제에 걸리는지 여부다. MBK-영풍 측은 SMC가 호주에서 설립된 외국 법인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상법상 의결권 제한 규정은 상법에 따라 설립된 회사에만 적용될 뿐, 외국 회사와 유한회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고려아연과 영풍 간 상호출자 고리 안에 SMC라는 외국 회사가 끼어있기 때문에, 국내 법의 법리가 SMC까지 적용되지 않고 끊어진다는 얘기다.

반면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과 영풍이 국내 회사라는 점이 중요하지, SMC가 외국 회사라는 점은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에 영풍의 의결권 제한은 정당했다”고 반박한다.

최 회장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SMC를 통해서 영풍 주식을 살 경우, SMC는 쉽게 말해 ‘도구’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도구로 이용되는 이 손자회사는 외국 회사든 국내 회사든 관계없이 상법상 상호주 규제의 적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국내는 물론 일본, 독일에서도 그렇게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SMC는 유한회사인가? 주식회사인가?
두번째 쟁점은 SMC가 유한회사냐 주식회사냐 하는 문제다. MBK-영풍 측은 SMC의 공식 명칭이 ‘Sun Metals Corporation Pty Ltd’라는 점을 근거로 SMC가 유한회사라고 주장한다. ‘Ltd(Limited)’는 일반적으로 유한회사를 가리킨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SMC는 이름이 Ltd일 뿐 주식을 발행하고 있는 엄연한 주식회사”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호주 회사 중 99%가 Ltd로 끝나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99% 회사가 유한회사인 나라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SMC가 유한회사인지 여부를 결정짓는 또 다른 문제는 ‘폐쇄성’이다. MBK-영풍 측은 “기본적으로 유한회사는 소규모의 폐쇄된 회사를 가리키며, 주식회사는 주식을 자유롭게 양도하고 공모를 통해 자본을 확장해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회사를 뜻한다”며 “SMC는 주주 수가 제한돼 있는 ‘프라이빗 리미티드(private limited)’ 회사이기 때문에 유한회사로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MBK-영풍 측은 호주의 유한회사 제도가 영국법에서 온 것이라며, 영연방 국가들의 회사법 내용이 대부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콩의 프라이빗 리미티드 회사를 ‘비공개 유한회사’로 판단한 한국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법과 호주법 모두 영국법에서 유래한 만큼, 호주 회사 SMC 역시 홍콩 회사처럼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로 보는 게 맞다는 얘기다.

“할아버지 돈으로 할아버지 재산권 행사 방해한 셈”
이날 MBK-영풍 측은 최 회장 측의 ‘방어권 남용’도 문제 삼고 나섰다. SMC를 통해 갑자기 영풍 주식을 취득해 상호주 보유 구조를 만든 것이 ‘일반적인 원칙’에 반한다는 얘기다.

법무법인 세종 관계자는 “(최 회장 측이 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는 가정하에) 아무리 합법한 행동을 했더라도 사회적으로 부당한 결과를 낸다면, 그것은 신의칙에 맞지 않는다”며 “법이 인정한 권리라 하더라도 그 권리를 반사회적인 방법으로 사용하면 법이 협조해 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풍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만큼,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SCM의 자산도 3분의 1은 영풍에 귀속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 “SMC 입장에선 할아버지(지배회사의 모회사)인 영풍의 재산을 이용해 할아버지(영풍)가 재산권(의결권)을 행사하는 걸 완전히 방해한 셈인데, 상호주 규제는 이런 경우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오는 28일까지 서면을 제출하기로 했다. 가처분 결과는 빠르면 3월 첫째주에 나올 전망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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