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10차 변론이 열린 가운데 윤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오는 25일 11차 변론을 마지막으로 끝난다. 이어 2주가량 뒤에는 윤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다. 여기서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파면을 인용하면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 이른바 ‘5월 장미 대선’으로 향하는 시곗바늘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직 변수는 남아있다. 윤 대통령 측은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헌재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헌재가 이를 얼마나 받아주느냐에 따라 남은 일정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우선 임명이 보류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문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미루면서 헌재는 현재 ‘8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헌재에 제기된 마 후보자 불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과 헌법소원 사건은 지난 10일 변론을 끝내고 결정만을 남기고 있다. 만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나오기 전 두 사건 결정이 나오고 마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재는 변론을 갱신해야 한다. 새 재판관이 증거 기록 등을 살피고 심판에 참여하게 하기 위한 절차다. 국회와 윤 대통령 측 동의를 얻어 그간의 절차를 반복하지 않고 요지만 간략히 설명한 후 곧바로 갱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고가 늦춰지길 희망하는 윤 대통령 측은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변론 갱신’ 논란을 피하고자 마 후보자가 스스로 심판을 회피하는 방법도 있다. 재판관 취임 후 평의 등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이다. 이 경우 윤 대통령 측이 ‘완전체 헌재’가 됐는데도 변론을 갱신하지 않으려 고의로 심판을 회피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기자와 통화하며 “내부 사정 때문에 심판을 회피하도록 결정한 것에 대해 (피청구인이) 이의를 제기할 방법은 없다”며 “대통령 탄핵심판의 신속성이라는 요건에 부합하기 위해서 변론을 갱신하지 않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헌법적으로 잘못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8인 체제’ 결정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나왔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선고기일을 약 10일 앞두고 “8인 체제 선고는 재심 사유”라고 주장했다. 2014년 4월에 나온 재판관 불임명 관련 헌재 결정에 “재판관 결원으로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같은 주장에도 헌재는 8인 체제에서 박 대통령 탄핵을 인용했다. 박 대통령 측은 이후에도 8인 체제 결정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심리를 하지 말라는 주장”이라며 각하했다. 윤 대통령 측이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하더라도 헌재는 박 전 대통령 사례를 토대로 논란을 잠재울 것으로 보인다.
변론이 종결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도 윤 대통령 측이 자주 언급하는 ‘카드’ 중 하나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을 기각하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조한창·정계선 재판관 임명 효력이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두 재판관 임명이 무효가 되면 헌재는 다시 ‘6인 체제’가 돼 심리의 절차적 정당성 시비가 붙을 수 있다. 그러나 한 총리가 직무에 복귀하더라도 이전 권한대행의 업무상 효력이 무효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 다수의 의견이다.
심판 진행 과정에 대한 윤 대통령 측 문제 제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윤 대통령 측은 증거 채택, 수사기록 송달 등과 관련해 헌재가 형사소송법을 엄격히 준용하지 않는다고 비판해왔다. “중대한 결심”을 운운하며 대리인단 집단 사퇴를 시사하기도 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불러야 할 증인은 다 불렀고, 증거 조사도 끝났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절차를 문제 삼더라도 아무 소용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종변론 뒤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뒤 탄핵여부가 결정됐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다퉈야 할 사실관계가 비교적 간단해 이보다 빨리 선고될 수도 있다. 역대 탄핵심판 중 변론 종결 후 가장 빨리 결론이 난 사례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8일이다. 다만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 사례와 비슷한 일정을 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교수는 “빠르면 빠른 대로 논란이 일 수 있어서 2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