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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성수기와 비수기라는 게 있었는데, 요즘엔 1년 내내 비수기로 느껴집니다.”

“과거에 일부 지역에서 호객 행위를 하고 가격이 투명하지 않기도 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는데) 인식이라는 게 무섭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 있는 장안평자동차매매시장. 10년 넘게 자동차를 팔아온 손모(56)씨는 “10년 전에는 한 달에 15~20대는 팔았는데, 요즘은 1~2대 정도 계약한다. 이것도 아는 사람 소개로 오는 경우가 많다. 폐업하기 일보 직전”이라고 말했다.

매매단지 입구에서 자동차 오디오 업체를 운영하는 조모(60)씨는 “옛날에는 판매할 차로 도로가 꽉 차서 교통 통제원까지 있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차가 거의 안 팔려서 매입도 거의 없다. 매출이 이전보다 5분의 1로 줄어서 올해 안에 사업을 접을 예정”이라고 했다.

장안평 중고차 매매단지 전경. 46년 역사가 보증한다는 플래카드가 보인다. /서일원 기자

장안평자동차매매시장은 1979년에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중고차 시장이다. 2만9883㎡(약 9000평) 부지에 중고차 매매업체와 정비·부품 업체 등 600여 곳이 모여 있다. 1980년대에는 ‘중고차 본고장’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이 낡고 중고차 사기 피해 사례가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줄었다.

아들에게 사 줄 차를 보러 장안평을 찾은 김태환(64)씨는 “3년 전 여기서 산 중형 세단을 문제없이 타고 있어 다시 왔다”며 “예전엔 여기가 중고차의 메카였는데 사기부터 도난 차량까지 이미지가 좋지는 않으니 차량 원부, 인감, 업체 이력까지 다 직접 확인해서 거래한다”고 말했다.

장안평에서 첫 차를 구입했다는 김준희(35)씨는 “삼촌의 지인이 하는 곳이라 믿고 거래했다. 지인이 아니었다면 인증된 중고차 플랫폼을 통해서 샀을 것”이라고 했다.

장안평자동차매매단지에 중고 차량이 전시돼 있다./서일원 기자

중고차를 찾는 사람들은 대기업과 제휴하고 인증마크를 붙인 차량만 파는 매매단지로 몰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율현동에 있는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중고차를 판매하는 이기창(42)씨는 “우리는 인증받은 차량만 취급해서 허위 매물이 있을 수 없다. 고객의 70~80%가 인터넷으로 차를 미리 보고 온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중고차를 살 때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영업용 소형차를 알아보러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은 이현(49)씨는 “가격이 좀 더 비싸도 신경을 덜 쓰는 게 낫다”고 했다. 결혼 후 쓸 중고 스포츠유틸리티차(SUV·Sport Utility Vehicle)를 알아보고 있는 윤모(35)씨는 “중고차 구입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는 업체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가양동 매매단지에 입점한 한 금융서비스 업체 직원은 “이 건물에서 한 달에 1500대는 팔릴 것”이라며 “딜러나 고객들이 점점 인증된 차를 파는 곳으로 몰리고 있다”고 했다. 국내 최대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에 등록된 딜러 수는 약 3만7000명이다.

가양동 중고차 매매시장에 주차된 중고 차량. 대기업 플랫폼에서 검사하고 인증받았다는 스티커가 모든 차량에 붙어있다. /서일원 기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된 중고차(개인 간 거래 제외)는 약 252만대다. 인증된 중고차 대수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지만,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K Car)의 판매량은 2018년 8만3000여대에서 작년 15만4000여대로 84.3% 증가했다.

케이카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차를 구매하는 비율이 전체의 56.4% 달하는데 그중 93%는 직접 차를 보지 않고도 구매한다”며 “360도로 볼 수 있는 기능부터, 보험·사고이력, 차량 옵션 등 온라인으로도 충분한 정보제공이 이뤄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석 원주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교수는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으로 들어오면서 가격은 조금 올라갔지만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안감은 줄었다. 판매 주체가 기업형으로 커지는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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