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한 부지에 세워진 서울 분양 아파트 견본주택 모습.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0년여 만에 2만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정부가 건설 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비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 지방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인수하는 방안을 내놓는다. 정치권과 업계에서 요구했던 지방 대출 규제의 한시적 완화와 양도세 면제 등 금융·세제 혜택은 대책에서 제외될 방침이다.
18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19일 건설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건설 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간담회에서 비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엘에이치가 매입하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엘에이치는 2009년에 2163가구의 미분양 주택을 7045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구체적인 매입 기준과 물량 등이 관건이 될 전망인데, 업계에선 과거 전례대로 2천가구 이상이 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엘에이치가 인수하는 방안까지 내놓은 것은 비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상황이 그만큼 심각해서다. 지난해 12월 기준 주택통계를 보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국적으로 2만1480가구에 이른다. 2022년 이후 고금리 상황과 공사비 인상 요인 등이 겹치면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014년 7월 이후 10년5개월 만에 2만가구를 넘겼다. 그중 비수도권에만 악성 미분양 주택 물량이 80% 쏠려있다.
간담회에선 건설업계가 줄도산 위기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해온 ‘책임준공 확약’ 부담을 덜어주고, 공공 공사비 현실화를 앞당기는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책임준공이란 부동산 파이낸싱프로젝트(PF) 대출을 일으킬 때 신용이 약한 영세 시행사를 대신해 시공사(건설사)가 기한 내 준공할 것을 보증하는 제도로, 하루라도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시공사가 피에프 대출 전액을 인수해야 하는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는 비수도권 미분양 대책에 정치권과 업계에서 요구했던 디에스알(DSR) 규제 완화는 적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 “정책의 신뢰성 (우려)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대출 규제 완화 반대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박상우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디에스알 규제 완화는 대출을 더 많이 해주는 거라 빚내서 집 사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미분양은 전반적인 경기나 집값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집 구매를 꺼리는 것인데 대출을 해준다고 유효하게 작동할 지 의문”이라고 김 위원장과 같은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달 4일 당정협의회에서 대구 등 비수도권의 악성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해 비수도권 지역에 한해 디에스알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금융위와 국토교통부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