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사건 이첩 등 논의할 것”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를 받는 대통령 경호처 ‘강경충성파’ 김성훈 경호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또다시 기각했다. 경찰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는 가운데, 경찰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사건을 넘겨 검찰을 우회해 영장을 청구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서울서부지검은 18일 경찰이 신청한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구속영장 신청서에 기재된 범죄 사실과 관련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등 경찰이 추가로 확보한 증거를 종합할 때 범죄 사실과 관련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경찰 조사 자진 출석, 지위와 경호 업무 등을 고려할 때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도 영장 기각의 배경이 됐다고 한다.
앞서 경찰 특수단은 지난달 18일과 24일에도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이를 번번이 반려했다. 경찰의 첫 구속영장 신청 당시 검찰은 ‘재범 위험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뒤이은 영장 신청에 대해선 경찰이 새로 적용한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이에 경찰은 경호처 압수수색 등을 시도한 뒤 지난 13일 세 번째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검찰은 “법리적으로나 사실 인정 부분 등과 관련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잇달아 거부하자, 경찰 내부는 들끓는 분위기다. 경찰청의 한 경정급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에 문제가 있다면 법원이 심사를 통해 영장을 기각할 것”이라며 “법원 판단을 받기도 전에 검찰이 잇따라 영장을 반려하는 것은 권한남용”이라고 말했다.
실제 2023년 기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2만6989건 가운데 검찰 단계에서 기각된 경우는 2.7%(717건)에 그친다. 게다가 김성훈 차장은 12·3 내란사태의 핵심 증거로 여겨지는 ‘비화폰’ 서버 삭제지시 등 증거인멸 의혹까지 받는 터라, 한층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치안감급 경찰은 “이미 검사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된 상황이지만, 지금 검찰의 행태를 보면 영장 청구권을 들고 사실상 수사에 개입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12·3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사건을 공수처에 넘겨 공수처 검사를 통해 영장을 청구하는 등 검찰을 우회해 강제수사를 이어갈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특수단은, 같은 날 오후 구속영장 기각이 전해진 직후 “불청구 사유를 보고 향후 방향을 따질 것”이라며 “공수처에 대한 사건 이첩 또한 회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