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레지던트 9222명 중 5176명 재취업
의원급 근무자 3023명··· 67%가 수도권
4000여명이 여전히 의료기관 바깥에 존재
의원급 근무자 3023명··· 67%가 수도권
4000여명이 여전히 의료기관 바깥에 존재
서울 한 대형병원 전공의실 앞 복도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등에 반발해 집단 사직한 전공의 10명 중 약 6명은 일반의로서 의료기관에 재취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재취업한 전공의 중 40% 가까이가 수도권 동네 의원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쏠림 현상이 상당했다. 필수의료 분야에서 수련하던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나 동네 의원에 정착하게 되면 지역·필수의료에 상당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사직 전공의 의료기관 재취업 현황’을 보면 사직 레지던트 9222명 중 재취업 인원은 지난달 기준 5176명이다. 전체의 56.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나머지 4046명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되지 않으며 의료기관과 관계없는 분야에서 다른 일을 하거나 계속해서 일을 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인원은 3023명이며 이들 중 67.4%가 서울(998명), 경기(827명), 인천(205명) 등 수도권에서 근무 중이다. 재취업한 전공의 전체로 따져도 39.2%에 이른다. 진료과별로는 일반 의원 근무자가 1121명(37.1%)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 내과 382명(12.6%), 정형외과 254명(8.4%), 이비인후과 229명(7.6%), 안과 215명(7.1%), 피부과 206명(6.8%) 순서로 상위권을 이뤘다. 반면 외과 35명(1.2%), 산부인과 80명(2.6%), 소아청소년과 45명(1.5%) 등 필수의료과목은 매우 적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재취업한 전공의는 2153명이다. 상급종합병원에 재취업한 이는 1.7%인 88명뿐이며, 병원 815명(15.7%), 종합병원 763명(14.7%), 요양병원 383명(7.4%), 한방병원 58명(1.1%) 등이다.
전공의들은 지난해 2월 6일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자 이에 반발해 같은 달 20일부로 일제히 근무를 중단했다. 정부는 당초 이들의 사직서 수리를 금지했으나 작년 6월 이를 철회함에 따라 전공의들은 이미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서 의사 자격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반의로 재취업이 가능해졌다.
전공의들의 사직과 재취업은 전국 의료기관 인력 현황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국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일반의는 모두 1만684명으로, 전년대비 76.9%나 늘었다. 이들은 대부분 사직 전공의들이다. 종별로는 의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의가 7천170명으로 76.0% 늘었으며 병원서 일하는 일반의는 842명으로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김선민 의원은 “필수의료 의사를 늘리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의사를 감소시키고 있는 형국”이라며 “정부는 하루빨리 의료계와 협의해 1년이란 긴 의료대란을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