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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세대 브랜드도 한국서 1년 못 채우고 폐점
환율·물가·임대료 3중 폭탄
‘뉴욕 감성’보다 ‘가성비’ 중시
전문가 “현지화 전략 취해야 생존 가능”

한때 국내 외식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미국 브런치 브랜드들이 잇따라 한국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12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미국 브런치 1세대 버터핑거팬케이크는 이달 서울 연남동 매장 폐점을 결정했다.

버터핑거팬케이크는 2006년 서울 청담동에 1호점을 열며 한국 시장에 진출, 18년 동안 미국 1세대 브런치로 이름을 알렸다. 오픈 초기 주말 2시간 이상 대기가 일상일 정도로 국내 브런치 붐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문을 연 연남점은 시장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채 1년이 되지 않아 폐점한다.

서울 청담동 버터핑거팬케이크 매장 창 너머로 임대문의 간판이 보이고 있다. /유진우 기자

미국 브런치 브랜드는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유명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 등장해 화제를 모은 ‘사라베스’는 2017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샌프란시스코 미쉐린가이드에 오른 ‘클린턴 스트리트 베이킹 컴퍼니’는 2019년 한국에서 문을 열었다. 모두 미국 현지 못지않은 높은 가격에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하지만 팬데믹이 덮치자 사라베스는 2021년 서울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를 포함한 매장 문을 닫았다. 클린턴 스트리트 베이킹 컴퍼니는 2022년 이후 주요 지점들을 정리했다. SPC그룹이 운영하던 달걀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 역시 지난해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펴낸 ’2023 외식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외식 업계는 원재료비 상승과 인건비 부담이 주요 경영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다른 외식업종보다 수입 식자재 의존도가 높은 미국 브런치 브랜드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에도 취약한 구조를 보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외식기업 경영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계 원자재 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22% 상승했다. 특히 유제품은 수입 물가가 직전 해보다 3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 등장한 '사라베스(Sarabeth's)'. /조선DB

김소형 데이비스앤컴퍼니 컨설턴트는 “프리미엄 외식 브랜드들이 주로 입점한 강남, 이태원, 홍대 등 핵심 상권 임대료가 오른 것도 수익성이 악화한 주요 원인”이라며 “여기에 지난해 이후 가격을 중요시하는 소비 패턴(가성비 중시)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기준 강남 주요 상권 외식업체 평균 임대료는 1평(3.3㎡)당 11만8000원으로, 2021년 대비 15.3% 상승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외식 소비 행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소비자 가운데 70%는 가격을 외식업체 선택 최우선 기준으로 꼽았다. 2021년 조사 대비 12.3%포인트(p) 증가했다.

외식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브런치 시장은 단순히 ‘외국 브랜드’라는 이미지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외식산업협회(NRA) 조사에 따르면, 미국 브런치 전문점의 해외 시장 진출 성공률은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아시아 시장에서 1년 이내 폐점률이 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당스’, ‘강별’ 등 최근 주목받는 로컬 브런치 브랜드들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지역적 효율을 살린 운영 시스템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식자재를 적극 활용하고 한국인 입맛에 맞는 메뉴를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외식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각국 외식 시장에서 현지화한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로컬 브랜드들의 시장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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