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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학교에서 흉기 구할 수 있나”
“앞으로 ‘제2의 하늘이’ 나와서는 안돼”
11일 오전, 초등생 1학년 여아가 살해당한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 시민들이 두고 간 편지와 꽃, 과자, 인형 등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에게 흉기로 살해당한 김하늘(8)양의 아버지가 지난 10일 건양대병원 응급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무 죄 없는 아이가 가방 메고 학원으로 가려던 새 교사에게 끌려가 죽었다”며 비통함을 토로했다. 하늘양의 아버지는 “상식적으로 학교에서 흉기를 어떻게 구하냐”며 계획범죄 가능성을 제기하고 학교 측에 책임을 물었다. 다음은 하늘양 아버지의 심경 토로 전문.

저희 하늘이는 오늘 별이 됐습니다. 하늘이는 최근 월요일 수요일 목요일에 수업 후 미술학원을 갔습니다.

하늘이는 정규 수업시간에는 A초등학교 1학년 2반 교실에서 정규 수업을 받고, 이어 오후 1시 이후에는 2층의 2학년 3반 돌봄 교실로 올라갑니다.

화요일 금요일은 할머니가 오후 3시40분에 학교로 데리러 가서 함께 귀가합니다. 월,수,목은 미술학원에서 오후 4시40분쯤 학교로 아이를 픽업하러 옵니다.

A초등학교 1층에서 돌봄 교실 비밀번호를 누르면 선생님과 통화를 하고 ‘누굽니다’라고 얘기하면 아이 혼자 가방을 메고 나가는 시스템이에요. 그런데 오후 4시50분쯤 학원에서 연락이 와 ‘하늘이가 안 나오고 연락이 되지 않는다. 통화가 되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가족들이 전화를 걸며 급히 학교로 갔어요. 약 20분 뒤에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관들도 같이 아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하늘이 휴대폰에 부모 보호 어플을 깔아서 전화를 안 해도 실시간으로 아이 휴대폰 주위에서 나는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습니다. 오후 4시50분쯤부터 아이 핸드폰 주위 소리를 들으면서 A초까지 오게 됐습니다. 4시50분쯤부터 들었을 때는 하늘이 목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고, 늙은 여자가 달리기한 뒤 숨을 헥헥 거리는 듯한 소리, 서랍을 열고 닫는 듯한 소리, 가방 지퍼를 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늘이 핸드폰에는 앱을 통해 무음이나 매너 모드든 알람을 울릴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이 알람을 계속 울리게 했는데 가해자가 알람 울리는 걸 강제로 종료한 것 같았고, 숨을 헥헥 거리는 소리만 들려서 계속 아이를 찾으려고 수색을 했습니다.

선생님들과 경찰관들이 한 시간 동안 찾았는데 하늘이가 피살된 곳은 결국 돌봄교실에서 10~20m 정도 거리에 있는 시청각실이었습니다. 한 시간 뒤에 발견한 건 하늘이 할머니에요. 가해 교사가 시청각실 안 어두운 비품 창고 안에 있었고, 저희 어머니가 “혹시 애기 봤어요?”라고 물어봤을 때, 가해자는 “없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11일 오전 초등생 1학년 여아가 숨진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학생안전보호실 앞에 한 사람이 서성이고 있다. 연합뉴스

느낌이 이상하다 여긴 하늘이 할머니가 시청각실로 빨리 와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경찰관들과 함께 시청각실로 향했어요. 그 전에 경찰관은 학교 옆 아파트에서 신호가 추적되는 것 같다고 해서 아파트를 함께 수색하고 있었습니다.

가해 교사는 40대 여성이에요. 학교 측에서 들은 얘기로는 그분은 우울증으로 휴직을 했다가 12월 말에 복직을 했다고 합니다.

오후 3시40분쯤 돌봄교실에 있던 애들 대부분은 학원이나 집으로 귀가를 합니다. 하늘이는 어제 오후 4시20분까지 친구 한 명과 교실에 있었고, 4시20분부터 4시40~50분 까지는 하늘이 혼자 있었던 것 같아요. 돌봄 선생님이 함께 있었겠지만요.

시청각실은 교실에서 20m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저는 완벽한 계획 살인이라 생각합니다. 하늘이는 학교에서 칼로 수십 번 찔렸습니다. 저항하다가 손에 난 상처도 많이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은 바로 옆에 20m 시청각실을 한 시간 동안 찾지 못했고, 결국 할머니가 발견을 했고 경찰들과 함께 시청각실 창고 문을 부수고 들어갔습니다. 창고에 들어간 경찰관들이 저한테 딸을 보지 말라고 했습니다. 보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그래서 119 구급대를 통해 아이가 병원으로 이송돼 심폐 소생술을 20~30분 받았는데 6시35분쯤에도 신체 리듬이 계속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사망 선고를 받았습니다.

11일 오전, 초등생 1학년 여아가 살해당한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가 어린 자녀와 함께 사망한 김하늘 양을 위해 추모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는 우울증 환자를 특히 초등학교를 봐주는 분이 복직을 했다는 것도 이상하고, 학교 선생님들이 20m 있는 곳을 특히 제가 알람을 계속 울리고 있는데, 교실에서 들릴 수 있는 소리인데….

그렇게 저희 애는 별이 됐고요. 저는 앞으로는 제2의 하늘이가 안 나와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분에 대한 학교에 대한 책임을 강력하게 기사를 써달라 부탁합니다. 며칠간만이라도 뉴스 특보에 나오기를 바랍니다.

저녁에 유족 조사를 했는데, 직접적인 살인은 무조건 부검을 해야 된다고 들었습니다. 경찰이 하늘이 부검은 이틀 뒤 정도에 할 것 같다고 얘기했어요. 저는 장례를 일단 오일장으로 할 생각입니다.

아직도 꿈같아요. 오늘도 딸이 엘리베이터까지 나와 인사해줬는데….

다시는 하늘이 같은 아이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에서 법을 개정하든, 정신적으로 아픈 선생님들에 대한 규제를 어떻게 하든 대책이 꼭 나와서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생겼으면 합니다.

11일 오전, 초등생 1학년 여아가 살해당한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2층 시청각실에 커튼이 처져 있다. 연합뉴스

가해 교사 상태는 괜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딸로부터 가해 교사에 관한 말을 일전에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복직한 지도 얼마 안 됐다고 들었고, 애들도 저번 주에 개학했습니다.

1학년 2반에서 돌봄 교실(2학년 3반)로 올라갑니다. 그곳엔 돌봄 선생님이 따로 있어요. 교감 선생님께 들은 얘기로는 가해 교사는 돌봄 교사는 아니라고 합니다.

범행동기나 원인으로 추정되는 바는 아직 전혀 모릅니다. 제 의견으로는 우울증에 의한 것은 아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 죄 없는 하늘이는 가방 메고 학원으로 가려던 사이 교사에게 끌려가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소리도 못 질렀을 겁니다. 아이의 얼굴, 어깨, 겨드랑이 등 몸 왼쪽에 칼자국이 많습니다.

돌봄 교사는 돌봄 교실에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돌봄 교사가 “하늘아. 학원차 왔으니까 가도 돼”라고 했다는데, 교실을 나온 아이를 좀 더 지켜봤더라면 이런 일이 안 생겼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돌봄 교사를 만났는데 선생님도 계속 울다가 갔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을 오후 3시40분쯤 대부분 학교를 떠납니다. 이후에도 돌봄 교실에 남은 아이는 하늘이 1명이었습니다. 가해 교사가 하늘이를 붙잡아 인근 시청각실로 끌고 가서 범행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아쉬운 게 하늘이가 공격당하며 분명히 소리를 질렀을 텐데, 그 비명 소리만 들었더라도 하늘이가 다칠 순 있겠지만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다시 선생님을 한다는 거, 심지어 초등학교 저학년 교사라는 거…. 고등학생 남자라면 막았겠죠. 40대 여자 교사니까요.

하늘이가 저번 주부터 미술 학원에 다녔습니다. 기존에는 안 다녔어요. 기존에는 항상 오후 3시40분에 혼자 집으로 출발했습니다. 오후 3시40분에 돌봄교실 아이들이 90% 이상 다 빠지니까. 그때쯤 빠졌으면 그 선생님이 그런 짓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아마 가해 교사가 저번 주부터 하늘이가 오후 4시 40분쯤까지 혼자 있는 걸 알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늘이가 나올 때는 복도에 아무도 없었을 거고요.

정말 죄송하지만 가능하시면 마지막 문구에 “하늘아. 이쁜 별로 가” 이런 문구, 추모의 글을 마지막 한 줄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하늘’이라는 이름과 2017년 10월 22일생이란 점은 공개 가능하지만, 아이나 가족의 얼굴을 절대 공개하면 안 됩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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