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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피살 사건 '전조들' 왜 외면했나]
6개월 휴직 신청하고 20여일 만에 복직
동료 교사 ‘헤드록’ 걸고 집기 부수기도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김하늘(8)양의 영정이 놓여 있다. 뉴스1


가장 안전해야 하는 공간에서, 가장 믿어야 하는 사람에게 고작 여덟 살된 아이가 살해당했다. 지난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40대 교사의 1학년생 살인 사건은 범행 장소와 가해 인물의 상징성 때문에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범행 나흘 전, 선의를 베푸는 동료 교사에게 이유없이 심각한 폭력을 휘둘렀는데도 이 교사는 여전히 학교에 있었다.

교육 현장에서는 "사건 전 이미 크고 작은 전조들이 있었다"며 "책임있는 어른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조치했더라면 막을 수도 있었던 비극"이라는 탄식이 나온다.

①사건 며칠 전 'PC 부수고 동료 교사에 폭력'



11일 대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피의자 A 교사는 그 전주에 심각한 전조를 보였다. 폭력적인 행동이 연달았다. 지난 5일 업무 포털 프로그램에 빠르게 접속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컴퓨터를 파손했다. 다음 날에는 화가 사람을 향했다. 지난 6일 오후 A 교사가 불꺼진 교실에 혼자 서성이고 있자 이를 발견한 동료 교사는 "함께 퇴근하겠느냐" "이야기를 나누겠느냐"고 말을 걸었다. A 교사는 돌변하더니 동료 교사에게
'헤드록'(팔로 목을 감싸 조르는 행위)을 하고 손목을 강하게 부여잡는 등 폭력성
을 보였다.

학교 측은 다음 날 교육청에 상황을 알리고 "연가나 병가 등을 통해 문제의 교사를 학교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또 A 교사에게 수업을 맡기지 않고 교감 옆에 앉아 있도록 조치했다.

교육청 소속
장학사 2명
은 주말을 지난 직후인
10일 학교를 방문
해 정황 등을 물었다. 하지만
A 교사를 만나 조사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최재모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은 "해당 교사가 불안한 상태여서 학교 관리자와 소통하는 게 낫겠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A 교사는 학교에 머물다 돌봄교실에서 나오는 김하늘(8)양을 시청각실로 유인해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했다. 만약 학교 측이 A 교사를 귀가 조치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분리했다면 참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때늦은 지적이 나온다.

11일 오후 초등학생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 옆 담장에서 초등학생들이 국화꽃과 과자·음료 등을 놓으며 고 김하늘(8)양을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②6개월 휴직 써놓고 20여일 만에 복직… "돌아온다면 막을 수 없어"



이에 앞선, 첫 전조는 '이른 복귀'였다. A 교사는 지난해 12월 9일 병가휴직을 떠났다. 사유는 우울증이었다. 6개월간 휴직을 승인받았기에 오는 5월에 학교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불과 21일 만인 같은 달 30일 돌연 복직했다. 병이 다 나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학교는 이를 승인했고 원래 맡던 담임 대신 교과전담교사로 배치했다.

문제는 A 교사가 실제로는 완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가능한지 학교나 교육당국이 면밀히 따져봤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시 교육청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최재모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
휴·복직 업무 규정상 의사 진단서를 첨부해 복직 신청을 하면 30일 내에 반드시 받아주게 돼 있다
"며 "A 교사는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됐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발급받아 제출했다"고 말했다.

A 교사처럼 학기 중 복직하는 건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의 한 고교 교장은 "휴·복직은 한 학기 단위로 받아줘야 학사 운영에 차질이 없다"면서 "
휴직 중에는 깎인 급여를 받기에 경제적 이유로 일찍 복직하려는 교사들이 있는데 12월에 돌아오는 건 방학이 임박한 데다 연초 설 상여금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가 크다
"고 설명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③학원 차 탔는지 확인 안 한 학교, 경찰은 엉뚱한 곳 '수색'



사건 당일에도 학교 측과 경찰의 미숙한 대응이 드러났다. 김양이 다니는 미술학원 차량 기사는 지난 10일 오후 4시 30분쯤 학교에 도착해 현관 인터폰을 통해 돌봄 교실에 연락했다. 10분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자 재차 연락했고 돌봄 교사는 "하늘이가 이미 내려갔다"고 답했다.
아이가 교실을 나가는 것만 봤을 뿐 기사를 만났는지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것
으로 보인다.

이후 김양의 부모와 학교 교사들, 신고 받은 경찰이 학교 안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김양의 아버지는 딸의 스마트폰에 깔아놓은 자녀보호 앱을 통해 아이가 학교 안에 있다고 판단했다. 또 앱 기능을 이용해 김양 전화기 주변 소리를 들었는데 나이 든 여성이 헐떡거리는 음성이 들렸다. 아버지는 11일 기자회견에서 "
딸이 무조건 실내에 있다고 생각했고 출동 경찰관에도 말했지만 경찰 위치 추적 결과로는 주변 아파트 단지에 있는 것으로 나왔다며 그곳을 수색했다
"고 주장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결국 김 양은 아버지의 말처럼 학교 건물 안에 있는 시청각실에서 가해 교사와 함께 발견됐고 끝내 숨졌다. 아버지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딸을 위한 마지막 부탁을 했다.

"기사에 이 문구 하나만 꼭 넣어주세요.
'하늘아, 어른들이 미안해'
라고."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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