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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도둑맞은 선거, 늪에 빠진 그들
대법원 "구체적 주장·객관적 증거 없다"
2년간 검증까지 거쳐 '부정선거' 기각
"선관위 조사받으란 주장, 설득력 없어"

편집자주

부정선거 음모론의 망령이 떠돌고 있다. 수많은 검찰 수사와 대법원 판결로 이미 검증이 끝났는데도 극우 진영은 각종 의혹을 신봉하며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파고 들었다. 한국일보는 한미 양국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이들의 행태와 그 배후로 지목된 백만장자 재미동포 애니 챈의 행적을 추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22년 3월 부산 남구 대연동 부산남구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들어서고 있다. 오대근 기자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정선거가 벌어졌을 것이란 구체적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물증이 없다."

대법원이 그간 부정선거 의혹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선거무효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유는 이렇게 요약된다.
①선거무효를 주장하는 쪽에서 선거부정이 벌어졌다는 점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고 ②재판부가 직접 검증도 해보니 실체가 없는 의혹에 가까우므로 ③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결과를 무효화할 수는 없다
는 것이다.

1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의 대표 박주현 변호사는 2020년 총선과 관련한 선거무효소송 최소 25건을 대리했지만 모두 기각
판결을 받았다.

대표적인 사건이 '민경욱 판결'이다. 민경욱 전 의원은 2020년 총선에서 인천 연수구 을에 출마했으나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2,893표 차로 패배하자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센터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투표지를 재검표한 끝에 민 전 의원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재판의 핵심 쟁점은 외부 세력의 개입으로 인해 투표지 바꿔치기 등 부정선거가 벌어진 게 맞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2년간의 심리 끝에
"수많은 사람의 감시하에서 부정행위를 몰래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산 기술과 해킹 능력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인력과 조직,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며 "선거부정 행위자뿐만 아니라 위반된 사실이 일어난 일시, 장소, 행위의 실행 방법 등에 관한
구체적 주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부족하다
"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민 전 의원 측이 제기했던 다른 의혹도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봤다. '투표지 위조' 주장에 대해서는 "원고가 위조됐다고 주장한 투표지는 모두 (외부가 아니라) 선관위가 제공한 발급기의 프린터기 등으로 인쇄된 게 인정된다"고 밝혔다. 투표지 분류기 해킹 가능성에 대해서는 "무선 인터넷이 연결될 수 없기 때문에 조작이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전투표 득표율과 당일 투표 득표율이 차이가 나는 건 이례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봤다.

이 외에도 △개표 참관 방해 △투표지 보관 불량 △QR코드 사용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대법원은 "선거를 무효로 판단할 만큼의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다른 선거무효소송의 기준으로 지금도 활용되고 있다. 검찰, 국정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주요 국가기관도 현재까지는 대법원 판결과 유사한 논리로
부정선거 의혹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정선거 의혹 주장은 '애국'이 아니라 나라를 무너뜨리는 '매국'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선관위가 당당하면 조사를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부정선거론자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부정선거론자들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불량 투표지 등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음모론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국과 대만 등에서 직접 개표 참관을 해본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정선거론자들이 주장하는 정황은 대법원 판결 등으로 반박이 되고 그걸 뛰어넘어서는 객관적 증거는 지금도 나오지 않았다"
며 "국정원 보안점검에서도 문제가 없는 걸로 드러났기 때문에 선거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특히 "
부정선거론자들이 한 번만이라도 선거 개표 과정에 한 번이라도 참여해봤으면 좋겠다
"며 "
오해가 사라지게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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