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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이 전하는 도서관 이용 에티켓
2주 대출 기간 지키고, 책 훼손 금지 등
"공공 자산 위해 성숙한 시민 의식 필요"
지난해 9월, 서울 양천도서관 2층 책누리실 입구에 마련된 훼손 도시 전시. 물에 오염된 책이 전시돼 있다. 권영은 기자


2,187권.

개관한 지 20여 년 된 서울의 한 구립도서관이 최근 집계한 돌아오지 않은 도서 수다. 책들은 수십 통이 넘는 사서들의 독촉에도 3년 이상 반납되지 않아 제적 처리됐다. 이 도서관의 사서 A씨는 "책을 돌려달라는 전화를 하면, 죄송하다는 분은 극소수고 오히려 화를 내거나 '이사를 와 버렸다'는 사람들이 흔하다"며 "도서관 책이 공공 자산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공공도서관 이용자 수가 늘어나면서 도서 이용 문제가 심각하다. 장기 연체해 책을 잃어버리거나, 책을 함부로 훼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새해 목표로 독서를 꼽는 독자들이 많은 만큼 사서들로부터 도서관 이용 실태와 모두가 지켜야 할 이용 수칙을 물었다.

대출 중지, 연체 사면...연체율을 낮춰라

시민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뉴시스


사서들이 당부하는 도서관 에티켓 1순위는 반납일 지키기다. 도서 대출 기간은 보통 2주고, 최대 3주까지 가능하다. 책이 연체되면 도서관은 연체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반납을 재촉하는 전화를 한다. 실제 책을 반납하지 않아도 책을 회수할 방법이 마땅찮다. 이 과정에서 연체자와 사서 간 실랑이도 잦다. 책을 기다리던 이들의 민원도 폭주한다.

송인노 서울 노원중앙도서관장은 "베스트셀러라 해도 한 기관에서 서너 권 사는 게 최대"라며 "책 예약은 평균 5명까지 가능한데, 이런 인기 있는 책의 경우 중간에 반납을 안 하고 연체를 하면 기다리는 사람은 대출이 무기한 밀리는 거라 화가 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말했다.

연체자에 대한 페널티는 도서관 정책의 딜레마다. 페널티가 강하면 도서관 이용률이 저하될 수 있고, 반대로 제재가 약하면 이용자의 규정 위반이 빈번해질 수 있다. 도서관들은 주로 연체 기간만큼 대출을 중지하는 페널티를 운영한다. 도서관마다 계산법에 차이는 있지만 '연체일 수X연체 도서 수'만큼 대출을 중지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책을 2권 빌려서 5일을 연체하면 10일 동안 책을 빌릴 수 없게 하는 식이다.

지난해 9월, 서울 양천도서관 2층 책누리실 입구에 마련된 훼손 도서 전시. 권영은 기자


장기 연체를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연체자 사면도 실시한다. 서울도서관 등 서울 시내 244개 공공도서관은 지난해 12월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도서 연체 사면의 날'을 운영했다. 연체 도서를 반납하기만 하면 대출 중지 기간을 모두 말소해줬다. 서울 시내 도서관 이용자 총 1만7,666명이 사면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 도서관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자료를 이용할수록 제약보다는 '당근'을 주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며 "상위 대출 이용자인데 연체가 없는 경우에 기념품을 제공하거나 대출 권수를 늘려주는 이벤트를 올해 중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밑줄 친 게 다른 사람 위해서?"

지난해 9월, 서울 양천도서관 2층 책누리실 입구에 마련된 훼손 도서 전시. 책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권영은 기자


도서 훼손도 사서들이 꼽는 고질적인 문제다. 정종희 서울 아차산숲속도서관장은 "도서관 책에 볼펜이나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거나 필기를 하는 등 낙서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며 "주로 무인 반납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저희가 일일이 확인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공공도서관의 한 사서는 "직원이 하루종일 책에 낙서를 지우고 있을 때도 있다"며 "지적했더니 '밑줄이 쳐져 있으면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편하다'라는 황당한 반응을 보이는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도서관 문화 행사의 '노쇼(No-show·예약 부도)'도 빈번하다. 정 관장은 "도서관에서 열리는 무료 강연이나 행사 예약자의 30%는 어김없이 안 와서 강연을 듣고 싶었던 이들이 정작 피해를 입는다"며 "이제는 아예 50명 정원이면 70명 예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렬 전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공공 도서관들의 분실, 훼·오손 도서로 매년 상당수의 소중한 자원들이 버려지고 있다"며 "주인 의식을 가지고 공공 자산을 다루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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