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12·3 내란사태 때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에서조차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당 지도부는 공개적인 언급을 삼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빠서 헌재 재판 진행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헌재 재판과 관련해 당 차원의 직접적인 언급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전날 윤 대통령의 발언에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일부 헌법재판관의 ‘편향성’을 문제 삼는 등 그간 윤 대통령 쪽 궤변을 그대로 전파해온 것과는 다른 태도다. 앞서 윤 대통령은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했니, 지시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빠진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야당을 겨냥한 ‘엄포용 계엄’이었다는 주장의 연장선이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당 안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손바닥에 ‘왕’ 자를 새길 수는 있어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며 “진실을 자꾸 가리려고 하면 안 된다. 윤 대통령이 부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가 과연 헌재 재판에서 도움이 되겠냐”고 꼬집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비상계엄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지금도 나라가 여기저기서 쪼개지고 있는데 어떻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김재섭 의원도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에서 “비상계엄 당시 군이 국회에 들어왔고, 헬기가 떴고, 유리창이 부서졌던 것은 사실”이라며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게 아니다. 계엄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뿐, 계엄이 벌어진 사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전 국민이 포고령을 확인했고, 군이 국회에 들어오는 것까지 확인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말은 약간 공허하게 들린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윤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명확한 의도를 갖고, 이 나라 민주주의를 완벽하게 파괴하고 군정에 의한 영구집권을 획책했는데, 이게 실실 웃으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할 상황이냐”며 “그렇다면 아무 일도 없는 협박죄, (피해자가) 죽지 않은 살인미수는 왜 처벌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