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수첩에 북 공격 유도·사살 대상으로 정의구현사제단 지목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2023년 4월17일 창원시 창동사거리에서 연 시국기도회 모습. 최상원 기자 [email protected]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 메모에 수거(체포) 대상으로 지목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가 “순교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2·3 내란사태를 사전 기획한 비선으로 지목된 노 전 사령관은 지난달 10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제단 소속 송년홍 신부는 5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수거 대상에 사제단이 지목된 데 대해 “한 사람도 아니고, 그 많은 신부님들을 한꺼번에 다 (수거한다고 한 것에) 끔찍한 마음도 들었지만 동시에 감사하다는 생각도 했다”며 “순교의 영광을, 순교의 기회를 주셔서 (그렇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이 확보한 노 전 사령관의 60~70쪽짜리 수첩에는 정치인·언론인·종교인 등을 수거 대상으로 명시하고 ‘엔엘엘(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사살’이라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는데, 최근 문화방송(MBC)은 구체적으로 사제단이 수거 대상으로 지목됐다고 보도했다.
송 신부는 그간 윤석열 정부 퇴진운동에 앞장서 온 사제단의 행보가 수거 대상에 오르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가장 먼저 탄핵을 외치고, 전국을 다니면서 시국기도회를 한 것이 눈엣가시처럼 보이지 않았을까”라며 “심지어 대구에서도 2000명 이상 모여서 탄핵도 외치고, 도심 행진도 하고 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거 대상에는 사제단뿐만 아니라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진보 성향 인사들과 단체들이 여럿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신부는 “(메모 내용이) 이해가 잘 안된다”면서도 “우리나라를 위해서, 교회를 위해서, 민주주의와 정의, 평화를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하라고 자극제를 준 것 아닌가 그렇게 위로를 해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주 월요일마다 전주 중앙성당에서 시국기도회를 하고 있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제단은 박정희 유신정권이 폭압으로 치닫던 1974년 9월 출범한 이래 한국 민주주의 진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데 앞장섰고, 1987년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 내용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폭로해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