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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K2 전차. 사진=현대로템 제공


<편집자 주>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한국은 수십 년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방위산업에 온 힘을 쏟았다. 기술력은 높아졌고 무기 생산 시스템도 고도화됐다. 반면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수십 년간 전쟁이 없는 시대를 지나왔다. 그 결과 유럽의 무기고는 비어 있었다.

최근 고조되고 있는 지정학적 위기는 모든 것을 바꿔놨다. 한국 방위산업에는 기회가 찾아왔다.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국가들은 무기고를 채우기 위해 한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조선업 경쟁력을 잃은 미국도 중국과의 군함 경쟁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한국 조선업체를 찾고 있다.

방위산업은 반도체·2차전지·자동차 등에 이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수출 엔진으로 부상했다. 한국은 소총 한 자루도 못 만들던 나라에서 전 세계에 직접 개발해 만든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세계 10위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 K방산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K방산은 트럼프 시대에서 다시 한번 새로운 신화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진격의 K방산’ 시리즈를 통해 한국 방위산업의 달라진 위상과 경쟁력, 지속가능한 발전과 수출 확대를 위한 과제 등을 짚어볼 예정이다.


K방산의 성장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국내 방산 기업들은 가성비와 빠른 납기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2024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2019~2023년 한국의 세계 무기수출 시장점유율은 미국(42.0%), 프랑스(11.0%), 러시아(11.0%), 중국(5.8%), 독일(5.6%) 등에 이어 2.0%로 10위에 올랐다.

위상도 달라졌다. 방산 수출 대상 국가도 과거 아시아와 북미 중심의 일부 국가에서 중동지역과 유럽, 호주까지 확대하며 10개국 이상으로 확대됐다. 미국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의 ‘2025 군사력 랭킹’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5위의 방산 강국이다.

방산 빅4, 영업익 사상 첫 2조 돌파


국내 방산 빅4는 영업이익 2조원 시대를 열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2024년 연간 영업이익 합산 전망치는 2조3013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1년 전인 2023년 1조3350억원과 비교해 72%나 증가한 것이다.

방산 수출액은 2022년 173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135억 달러, 지난해 95억 달러(잠정)로 2년 연속 감소했다. 70억 달러 규모의 폴란드 K2 전차 2차 계약이 지연된 영향이다. 올해는 다르다.

폴란드향 2차 계약이 상반기 중 체결될 것으로 예상되고 중동,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수출 확대가 이뤄질 전망이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방산 수출액을 240억 달러(34조5600억원)로 전망했다. 2024년 목표치 200억 달러(28조8000억원)보다 20% 높여 잡았다.

방산 빅4 영업이익 현황. 그래픽=정다운 기자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베트남 정부와 K9 자주포 20문 도입을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규모는 총 3억 달러(약 4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이 K9 자주포를 도입하면 베트남으로 국산 무기를 수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튀르키예, 폴란드, 핀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이집트, 인도, 호주, 루마니아 등을 누비는 K9이 동남아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KAI는 필리핀과 다목적 전투기 FA-50 추가 공급 협상을 진행 중으로 이르면 상반기 내 약 1조원 규모의 FA-50 12대 공급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페루도 FA-50 도입을 검토 중이다. 다목적 기동헬기 수리온은 2024년 말 이라크 정부와 1358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LIG넥스원은 2024년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라크와 3조7000억원 규모의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중동 주요 3개국을 잇는 ‘K방공망 벨트’를 구축했다. 폴란드·캐나다·사우디아라비아의 잠수함 사업 수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World Defense Show 2024' 전시회의 한화 방산 통합부스 전경. 사진=한화 제공


가성비·빠른 납기·제조경쟁력 강점…아시아·중동 진격


K방산은 글로벌 방산 기업들과 구별되는 높은 가성비와 신속한 납기, 충분한 생산 능력, 품질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는 남북대치하에서 유사시 생산량 확보에 대비해 대규모 설비투자 및 공장 자동화가 선제적으로 이뤄져 있어 생산비용 절감과 빠른 납기가 가능하다.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 50%를 넘긴 K9 자주포의 가격은 대당 40억~50억원으로 독일 PzH5000(180억~200억원) 대비 매우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시대에도 K방산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20일(현지 시간) 취임식에서 “세계에서 본 적 없는 가장 강력한 군대를 건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주요국의 군비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방산의 호황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긴장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K방산 수출에는 도전과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한 국방비 증액 요구와 방산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 확대도 K방산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 ‘어젠다 47’을 통해 “미국의 무기고가 텅 비었다.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 미군에 기록적인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며 ‘미군 현대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자주포, 유도로켓 등 재래식무기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 진출도 기대된다.

미국은 첨단무기에 비해 재래식무기를 등한시해 자주포 개량에 실패, 해외에서 자주포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탄약운반차 K10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11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로버트 에이브럼스, 월터 샤프 등 전직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3사업장을 찾아 K9 자주포, K10 탄약운반차 등의 생산 라인을 둘러보기도 했다.

2024년 10월 25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3사업장에서 열린 폴란드 대통령 방문 환영 기념행사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안제이 두다 대통령,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등 참석자들과 함께 K9, 천무 등 실물장비 기동시연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다시 온 황금시대…美 방산협력 강화 과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의 자동화 성능 개량 버전인 K9A2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미 육군은 현재 기존에 개발된 자주포 체계 도입을 검토 중이며 K9 자주포가 후보 장비 중 하나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미 육군과 자주포 현대화 사업(SPH-M)을 위한 성능 시험 계약도 체결, 꿈의 무대인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했다. 국산 유도무기 사상 최초로 미국 국방부 해외비교성능시험(FCT)을 통과한 비궁의 미국 수출도 연내 성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궁 수출이 성사되면 국산 완제품 유도무기 최초의 미국 진출 사례가 된다. 비궁의 발당 양산가는 4000만원으로 다른 함대함 미사일 대비 저렴한 것이 강점이다. 비궁은 미국 시장 진출 이후에는 파이브 아이즈(뉴질랜드·미국·영국·캐나다·호주 동맹)와 오커스(호주·영국·미국 안보협의체) 등 동맹국으로 수주 확대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표한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 가능성에 따라 본격적인 K해양방산 시대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7년까지 글로벌 수출 점유율 5%를 넘는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주요 방산수출국들의 견제 심화, 금융지원·기술이전·현지생산 등 방산협력국의 요구사항 확대, 후발 진출국들과의 경쟁 심화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국정 리더십 공백 상태인 한국은 외교적 노력이 더 중요해졌다. 외교부 경제안보외교센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속적인 글로벌 방산협력 확대를 위해 한국이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자 첨단제조부문의 강력한 비교우위를 기반으로 다른 방산수출국과 차별되는 강점이 있음을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전략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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