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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선원전 현판 일본서 소재 확인
일제 강점기 총독이 반출 뒤 '베일'
일본인 소장자 2023년 경매 내놔
2030년 선원전 복원 전 극적 귀환
일본 야마구치시 미야노에서 발견된 선원전 현판. 김성연씨 제공


조선 왕조 500년의 넋을 찾았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반출돼 100여 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경복궁 선원전 편액이 최근 일본에서 돌아왔다.

3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유산청은 경복궁 선원전 현판이 2023년 12월 26일 일본 후쿠오카 고미술 경매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입수해 거액을 주고 긴급 매입했다. 1930년대 일본인에 의해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현판은 세로 4m, 가로 2m 크기로, 검은색 바탕에 황금색 한자로 '선원전(璿源殿)'이라는 글씨가 쓰여있다. 글자를 풀면 '아름다운 옥(璿)'의 '뿌리(源)'로 왕실을 옥에 비유하여 '구슬의 근원' 또는 '구슬같은 뿌리'라는 의미다. 현판은 환수 당시 별다른 훼손 없이 상태가 양호했으며, 현판과 함께 궁궐의 전각 추녀마루에 올리는 잡상 1점도 함께 회수했다. 두 점 모두 현재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나라의 혼과 정기가 깃든 선원전 현판

'조선관' 철거 작업에 참여한 일본인 건설업자가 본인의 창고에 보관한 선원전 현판. 김성연씨 제공


선원전은 조선시대 역대 임금의 초상을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던 궁궐 건축물이다. 문화재적 가치가 가장 앞선 궁궐 건축물의 현판은 글씨를 나무판에 새겨 건물 상단에 걸어놓는 '이름표격' 문화재다. 건물의 기능과 성격을 알려 줄 뿐 아니라 문학·서예·장식·건축 예술이 집예돼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경복궁 선원전은 두 차례 훼철돼 현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일제강점기 시기 일제에 의해 본관이 훼철됐고, 이후 국립민속발물관 건축을 위해 부속 건물까지도 해체된 것으로 확인된다.

선원전 현판은 조선총독부 초대 총독을 지낸 테라우치 마사타케가 1916년 일본 총리 대신으로 임명돼 한국을 떠나면서 경복궁 내 미상의 건축물 일부와 함께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건축물은 일본 야마구치시 미야노에 지역의 테라우치 생가 옆에 '조선관'이라는 이름으로 이건됐으나 1951년 폭풍우에 건물이 훼손되면서 지금은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선원전 현판은 당시 건물에 따로 보관돼 있다가 철거 작업에 참여한 한 건설업자에게 극적으로 수거됐다. 이후 이 업자의 가족이 비밀리에 현판을 보관해왔다가 최근 고미술 경매에 내놓으면서 현판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일본 내 조선관 앞에서 미야노 지역 사람들이 찍은 단체 사진. 선원관 현판은 1951년 조선관이 폭풍우로 무너진 현장에서 극적으로 회수됐다. 보초 쇼부칸의 테라우치 마사타케 자료집· 김성연씨 제공


"마치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온 것처럼" 선원전 복원 앞두고 극적 환수

선원전 현판과 함께 발견된 이귀박. 김성연씨 제공


학계에서는 100년만에 돌아온 현판이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다. 소장자가 경매에 내놓기 수 년 전 우연히 현판을 발견한 김성연 구스마치 구루시마 다케히코 기념관 관장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소장자의 고메쿠라(창고)의 두꺼운 천장 대들보 끝에 거대한 나무판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는데 보는 순간 경외심이 생겼다"며 "비전문가가 봐도 조선 왕조의 최고 위엄이 담긴 진품임을 한눈에 직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복궁 선원전은 경복궁 완전 복원 계획에 따라 민속박물관 세종시로 이전하면 유구 조사를 거쳐 2030년부터 복원이 시작된다. 선원전 복원이 완료되면 이번에 환수된 현판이 상단에 걸릴 예정이다. 조선 땅을 떠나 잊힌 존재가 된 조선 왕조의 넋이 100년만에 스스로 돌아온 것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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