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의 중앙홀(로툰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는 퇴임하는 전임 대통령이 백악관의 새 주인인 후임 대통령을 축하하는 미국 정치의 전통적 모습이 8년 만에 재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자신을 축하하는 바이든 전 대통령을 면전에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의 중앙홀(로툰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우리 정부는 신뢰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며 “수년간 극단적이고 부패한 기득권이 우리 국민에게서 권력과 부를 뽑아갔으며 우리 사회의 기둥들은 쓰러지고 완전히 황폐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 정부는 국내에서 간단한 위기조차 관리할 수 없으며 동시에 해외에서는 계속되는 일련의 재앙적인 사건들에 비틀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사 듣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AFP연합뉴스
또 “정부는 우리의 훌륭하고 법을 준수하는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지만 위험한 범죄자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보호하고 있다”고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정책을 맹비난한 것이다.
그 순간 트럼프 대통령의 바로 뒤에 앉아 취임사를 듣던 바이든 전 대통령과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표정이 굳어지는 듯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평화로운 정권 이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권 인수에 협조하고 이날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취임식에는 관례상 전직 대통령과 전직 부통령이 참석하는데 이날 취임식에 공화당에서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가 왔다. 민주당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이 참석했다.
전직 부통령은 공화당의 댄 퀘일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부통령을 지냈으나 대선 뒤집기에 협조하지 않아 ‘배신자’ 낙인이 찍힌 마이크 펜스가 자리했다.
20일(현지시간) 취임식 참석한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부부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 AP연합뉴스
이날 취임식이 열린 로툰다에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하자 모두 일어서서 손뼉을 쳤다. 일부는 “USA”를 연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내 멜라니아 여사의 볼에 입맞춤한 뒤 바이든 대통령과 인사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은 한파 때문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1985년)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실내에서 진행됐다. 실내 취임식이 열린 로툰다에는 약 800석 정도의 자리가 마련됐으며 의사당 내 노예해방홀에 1800석 정도의 자리가 별도로 준비됐다.
로툰다에 자리가 부족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등 주요 정치인도 화면으로 취임식을 봤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반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등 빅테크 최고경영자들이 로툰다에서 내각 장관들보다 앞자리에 앉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권력 서열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