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끝난 18일 저녁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으로 추정되는 차량의 앞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렬 시위대는 법원뿐 아니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팀도 테러 대상으로 삼았다. 윤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렸던 18일 저녁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포위당한 수사팀은 한동안 차량에 갇힌 채 오도 가도 못하다가 경찰 도움을 받아 겨우 현장을 빠져나갔다. 공수처 수사관은 폭행을 당해 옷이 찢어지기도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19일 전날 상황을 전하며 "피해 상황을 조사해서 경찰에 수사 요청 등 강력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수처에 따르면, 차정현 부장검사를 포함한 검사 7명과 수사관 4명은 전날 오후 7시 30분쯤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청사를 나섰다. 카니발 차량 두 대에 나눠 타고 경기 과천의 공수처 건물로 복귀할 계획이었지만, 오후 7시 50분쯤 공덕오거리 인근에서 흥분한 시위대와 마주쳤다. 공수처 차량을 알아본 시위대는 도로 한복판에서 수사팀을 완전 포위한 채 "다 죽여버려"라고 외치는 등 원색적 욕설을 퍼부으며 차량을 공격했다. 일부는 태극기봉 등 기물을 이용해 차량 유리창을 부쉈고, 일부는 주먹 등으로 차량을 내려치고 날카로운 물건으로 타이어를 찢기도 했다.

곤경에 처한 수사팀은 오후 8시쯤 좌우로 흔들리는 차량 안에서 112에 전화해 경찰 출동을 요청했다. 출동한 경찰들도 상황 정리에 애를 먹었다. 시위대에 휘말려 쓰러지고 폭행을 당할 정도로 상황은 급박했다. 결국 경찰 도움을 받아 간신히 현장에서 빠져나온 수사팀은 타이어 훼손으로 차량 운행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인근에 차량을 주차한 뒤 각자 대중교통 등으로 복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끝난 18일 저녁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서 윤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아 파손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량. 연합뉴스

일부는 폭행을 당해 부상을 입었다. 공수처 차량이 습격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갔던 수사관은 플라스틱 시위 팻말과 경관봉 등으로 머리와 어깨 등을 가격당했다. 아수라장을 탈출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시위대가 붙잡고 늘어져 옷이 찢긴 채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공수처는 "정당한 법 집행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차정현 부장검사 등 수사팀에 대한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일보

위용성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