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책위, 집중투표제·이사 수 제한 찬성키로
이사 후보는 각각 3명씩 지지
외국계 기관들, 또다른 캐스팅보터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절 해석이 관건
고려아연이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는 가운데, 지분 4.5%를 보유한 캐스팅보터 국민연금이 사실상 기존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제한 등 주요 의안들에 있어 찬성표를 던지기로 한 것이다. 다만 이사 후보는 MBK파트너스-영풍 측에서 3명, 최 회장 측 후보 가운데 3명씩 균형 있게 지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최 회장 측 안건을 지지함에 따라, 이제는 지분 7%를 보유 중인 외국계 기관들의 선택이 매우 중요해졌다. 북미 최대 공적기금 두 곳은 MBK-영풍을 지지한 상태다.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결과 역시 중요하다. 법원이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을 위법하다고 판단하면 국민연금의 지지 여부와 관계 없이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적용할 수 없게 되지만, 반대로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한다면 최 회장 측이 승리에 한발짝 더 가까워지게 된다. 그만큼 주총의 승패를 가늠하기가 더 어려워진 상태다.
지분 4.5% 가진 ‘캐스팅보터’ 국민연금의 선택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안건에 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했다. 수책위는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안에 모두 찬성하기로 했다. 둘 다 최 회장 측이 제출한 의안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각 주주가 이사 후보의 수만큼 의결권을 받아서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지분 과반을 가진 대주주가 원하는 이사를 대거 선임할 수 있는 단순투표제와 달리, 소수주주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만약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승인되고 이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안을 표결에 부친다면, 최 회장 측은 원하는 복수의 후보를 이사회에 올리는 게 가능해진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된 상황에 이사 후보가 N명일 경우, 소수주주는 지분을 100/(N+1)% 이상 갖고 있으면 원하는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줘 이사 선임을 확실시할 수 있다. 이번 임시주총에 올라온 이사 후보가 21명이라는 점을 감안해 단순 계산하면 원하는 후보 1명을 선임하기 위해 필요한 지분은 4.5%로 추산된다.
따라서 지분이 여러 명에게 분산돼 있는 최 회장 측이 전략적으로 원하는 후보들에게 표를 나눠준다면, 해당 후보들의 선임은 확실시된다. 고려아연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최씨 일가 측은 52개 주주로 파악된다. 경원문화재단은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제외했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17.5%이며, 의결권 기준으로는 19.9% 수준이다.
아울러 국민연금 수책위는 이날 이사 수를 19인 이하로 제한한다는 최 회장 측 안건에 대해서도 찬성키로 결정했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에는 이사 수의 상한이 없는 상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가 승패를 결정 짓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봐왔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4.5%(발행 주식 수 기준)를 보유 중이다. MBK-영풍 연합(40.97%), 최씨 일가 및 우호 주주(34%대 추산)를 제외하고 단일 주주로서는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것이다. 그 외에 외국계 기관들이 7%를, 국내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이 도합 1% 미만을 보유 중이다. 자사주 비율이 12.26%지만 의결권은 없다.
다만 국민연금이 집중투표제 도입안을 지지했다고 해서 승부가 끝난 건 아니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의안은 의결권 행사가 발행주식총수의 3%로 제한되는 이른바 ‘3%룰’의 적용을 받는데, 이에 따라 최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 도입안을 통과시키려면 이미 확보한 우호 주주 외에도 70만~80만주의 표심을 얻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발행 주식 수 기준으로 3.4~3.8%, 의결권 기준으로 3.8~4.4%에 해당되는 규모다.
한편, 이날 수책위는 집중투표제와 이사회 규모 제한 의안에 대해선 최 회장을 지지하기로 했지만, 이사 후보는 양측에서 공평하게 3명씩 지지하기로 했다. MBK-영풍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서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김용진 서강대 교수, 변현철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최 회장 측 후보 중에서는 제임스 앤드류 머피 올리버와이먼 선임 고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 최재식 카이스트 교수에게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아울러 수책위는 MBK-영풍이 제안한 집행임원제도 도입 등 나머지 안건들에 대해 모두 찬성키로 했다.
7% 가진 외국계 기관 표심은?…양대 의결권 자문사는 반대 의견 제시
국민연금의 표심이 정해짐에 따라 이제 시선은 외국계 기관 투자자들에게 쏠리고 있다. 해외 기관 지분율은 약 7%로, 국민연금보다 2.5%포인트나 높다. 이들이 어느 편을 지지하냐에 따라 승부가 정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미국 1, 2위 공적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캘스터스)은 전날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안에 반대했다. 두 기관은 최윤범 회장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7명 전원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MBK파트너스-영풍 측 이사 후보 중 4명에 대해서만 선임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비롯한 해외 기관들의 표심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양대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주요 안건과 관련해 서로 상반된 입장을 밝힌 상태다. ISS는 지난 9일(한국 시각) 최 회장 측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최 회장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7명에 대해서도 전원 ‘반대’를 권고했다. 다만 이사회 정원을 16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데 대해선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줬다.
반면 글래스루이스는 집중투표제 도입 및 이사 수 제한 등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이사 선임도 최 회장 측에서 추천한 후보들에 대해서만 찬성 의견을 냈다.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상법 조문 해석이 관건
MBK-영풍으로서는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결과가 더 중요해졌다. 쟁점은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게 가능한지’ 여부다.
양측은 집중투표제와 관련한 상법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 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우리 상법은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 선임을 청구하는 게 예외적 조건에서 가능하다고 규정하는데, 이 ‘예외적 조건’을 무엇으로 볼 지가 관건이다.
이날 MBK파트너스-영풍과 최윤범 회장 측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김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맞붙었다.
MBK-영풍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문제 삼는 의안은 제1-1호 의안 통과를 전제로 한 2, 3호 의안이다. 제1-1호 의안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안이며, 2, 3호 의안은 1-1호가 가결된다는 조건하에 상정한 이사 선임안이다.
이와 관련, MBK-영풍과 최 회장 양측은 다음 상법 조문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구절은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이다. MBK-영풍은 이 구절이 ‘청구할 수 있다’를 수식한다고 본다. 바꿔 말하면, 이사 선임을 집중투표 방식으로 청구하려면 그(청구) 시점에 ‘정관에서 달리 정하고 있지 않아야만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을 청구한 주체는 최 회장 측 주주 유미개발이다. MBK-영풍은 유미개발이 이사 선임을 청구했던 지난달 10일 기준으로 집중투표제가 고려아연 정관에 허용돼있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의안 상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상장사들은 정관에 의해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게 일반적이다. 유미개발은 해당 정관을 변경해 집중투표제를 허용하자고 주주제안을 한 것이다.
반면 최 회장 측에서는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이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을 수식하는 구절이라고 주장한다.
최 회장 측에서는 상법 제363조의2도 근거로 내세운다. 일반적인 주주제안 요건을 규정하는 해당 조항에는 “주주총회일의 6주 전에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일정한 사항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는데, 여기에는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가 없다. 즉, 정관 내용과 관계 없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도 주주제안과 성격이 같기 때문에 주총일 6주 전까지 제안하면 된다며, 유미개발의 의안이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가처분 결과는 늦어도 오는 21일까지는 나올 전망이다.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양측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 방식이 아닌 일반투표 방식으로 이사들을 뽑아야 한다. 이 경우 46%가 넘는 의결권 지분을 가진 MBK-영풍이 유리해진다. 반면 가처분이 기각된다면,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뽑아야 할 공산이 커진다. 이 경우엔 최 회장 측이 한층 유리해진다.
이사 후보는 각각 3명씩 지지
외국계 기관들, 또다른 캐스팅보터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절 해석이 관건
/뉴스1
고려아연이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는 가운데, 지분 4.5%를 보유한 캐스팅보터 국민연금이 사실상 기존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제한 등 주요 의안들에 있어 찬성표를 던지기로 한 것이다. 다만 이사 후보는 MBK파트너스-영풍 측에서 3명, 최 회장 측 후보 가운데 3명씩 균형 있게 지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최 회장 측 안건을 지지함에 따라, 이제는 지분 7%를 보유 중인 외국계 기관들의 선택이 매우 중요해졌다. 북미 최대 공적기금 두 곳은 MBK-영풍을 지지한 상태다.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결과 역시 중요하다. 법원이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을 위법하다고 판단하면 국민연금의 지지 여부와 관계 없이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적용할 수 없게 되지만, 반대로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한다면 최 회장 측이 승리에 한발짝 더 가까워지게 된다. 그만큼 주총의 승패를 가늠하기가 더 어려워진 상태다.
지분 4.5% 가진 ‘캐스팅보터’ 국민연금의 선택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안건에 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했다. 수책위는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안에 모두 찬성하기로 했다. 둘 다 최 회장 측이 제출한 의안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각 주주가 이사 후보의 수만큼 의결권을 받아서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지분 과반을 가진 대주주가 원하는 이사를 대거 선임할 수 있는 단순투표제와 달리, 소수주주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만약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승인되고 이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안을 표결에 부친다면, 최 회장 측은 원하는 복수의 후보를 이사회에 올리는 게 가능해진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된 상황에 이사 후보가 N명일 경우, 소수주주는 지분을 100/(N+1)% 이상 갖고 있으면 원하는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줘 이사 선임을 확실시할 수 있다. 이번 임시주총에 올라온 이사 후보가 21명이라는 점을 감안해 단순 계산하면 원하는 후보 1명을 선임하기 위해 필요한 지분은 4.5%로 추산된다.
따라서 지분이 여러 명에게 분산돼 있는 최 회장 측이 전략적으로 원하는 후보들에게 표를 나눠준다면, 해당 후보들의 선임은 확실시된다. 고려아연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최씨 일가 측은 52개 주주로 파악된다. 경원문화재단은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제외했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17.5%이며, 의결권 기준으로는 19.9% 수준이다.
아울러 국민연금 수책위는 이날 이사 수를 19인 이하로 제한한다는 최 회장 측 안건에 대해서도 찬성키로 결정했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에는 이사 수의 상한이 없는 상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가 승패를 결정 짓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봐왔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4.5%(발행 주식 수 기준)를 보유 중이다. MBK-영풍 연합(40.97%), 최씨 일가 및 우호 주주(34%대 추산)를 제외하고 단일 주주로서는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것이다. 그 외에 외국계 기관들이 7%를, 국내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이 도합 1% 미만을 보유 중이다. 자사주 비율이 12.26%지만 의결권은 없다.
다만 국민연금이 집중투표제 도입안을 지지했다고 해서 승부가 끝난 건 아니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의안은 의결권 행사가 발행주식총수의 3%로 제한되는 이른바 ‘3%룰’의 적용을 받는데, 이에 따라 최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 도입안을 통과시키려면 이미 확보한 우호 주주 외에도 70만~80만주의 표심을 얻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발행 주식 수 기준으로 3.4~3.8%, 의결권 기준으로 3.8~4.4%에 해당되는 규모다.
한편, 이날 수책위는 집중투표제와 이사회 규모 제한 의안에 대해선 최 회장을 지지하기로 했지만, 이사 후보는 양측에서 공평하게 3명씩 지지하기로 했다. MBK-영풍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서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김용진 서강대 교수, 변현철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최 회장 측 후보 중에서는 제임스 앤드류 머피 올리버와이먼 선임 고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 최재식 카이스트 교수에게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아울러 수책위는 MBK-영풍이 제안한 집행임원제도 도입 등 나머지 안건들에 대해 모두 찬성키로 했다.
7% 가진 외국계 기관 표심은?…양대 의결권 자문사는 반대 의견 제시
국민연금의 표심이 정해짐에 따라 이제 시선은 외국계 기관 투자자들에게 쏠리고 있다. 해외 기관 지분율은 약 7%로, 국민연금보다 2.5%포인트나 높다. 이들이 어느 편을 지지하냐에 따라 승부가 정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미국 1, 2위 공적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캘스터스)은 전날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안에 반대했다. 두 기관은 최윤범 회장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7명 전원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MBK파트너스-영풍 측 이사 후보 중 4명에 대해서만 선임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비롯한 해외 기관들의 표심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양대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주요 안건과 관련해 서로 상반된 입장을 밝힌 상태다. ISS는 지난 9일(한국 시각) 최 회장 측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최 회장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7명에 대해서도 전원 ‘반대’를 권고했다. 다만 이사회 정원을 16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데 대해선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줬다.
반면 글래스루이스는 집중투표제 도입 및 이사 수 제한 등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이사 선임도 최 회장 측에서 추천한 후보들에 대해서만 찬성 의견을 냈다.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상법 조문 해석이 관건
MBK-영풍으로서는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결과가 더 중요해졌다. 쟁점은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게 가능한지’ 여부다.
양측은 집중투표제와 관련한 상법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 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우리 상법은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 선임을 청구하는 게 예외적 조건에서 가능하다고 규정하는데, 이 ‘예외적 조건’을 무엇으로 볼 지가 관건이다.
이날 MBK파트너스-영풍과 최윤범 회장 측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김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맞붙었다.
MBK-영풍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문제 삼는 의안은 제1-1호 의안 통과를 전제로 한 2, 3호 의안이다. 제1-1호 의안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안이며, 2, 3호 의안은 1-1호가 가결된다는 조건하에 상정한 이사 선임안이다.
이와 관련, MBK-영풍과 최 회장 양측은 다음 상법 조문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2인 이상의 이사의 선임을 목적으로 하는 총회의 소집이 있는 때에는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에 대하여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상법 제382조의2 제1항
여기서 문제가 되는 구절은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이다. MBK-영풍은 이 구절이 ‘청구할 수 있다’를 수식한다고 본다. 바꿔 말하면, 이사 선임을 집중투표 방식으로 청구하려면 그(청구) 시점에 ‘정관에서 달리 정하고 있지 않아야만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을 청구한 주체는 최 회장 측 주주 유미개발이다. MBK-영풍은 유미개발이 이사 선임을 청구했던 지난달 10일 기준으로 집중투표제가 고려아연 정관에 허용돼있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의안 상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상장사들은 정관에 의해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게 일반적이다. 유미개발은 해당 정관을 변경해 집중투표제를 허용하자고 주주제안을 한 것이다.
반면 최 회장 측에서는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이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을 수식하는 구절이라고 주장한다.
최 회장 측에서는 상법 제363조의2도 근거로 내세운다. 일반적인 주주제안 요건을 규정하는 해당 조항에는 “주주총회일의 6주 전에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일정한 사항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는데, 여기에는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가 없다. 즉, 정관 내용과 관계 없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도 주주제안과 성격이 같기 때문에 주총일 6주 전까지 제안하면 된다며, 유미개발의 의안이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가처분 결과는 늦어도 오는 21일까지는 나올 전망이다.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양측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 방식이 아닌 일반투표 방식으로 이사들을 뽑아야 한다. 이 경우 46%가 넘는 의결권 지분을 가진 MBK-영풍이 유리해진다. 반면 가처분이 기각된다면,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뽑아야 할 공산이 커진다. 이 경우엔 최 회장 측이 한층 유리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