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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14일 경북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인근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들이 박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절을 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은 높이 5m로 2011년 11월 성금 6억원을 들여 세워졌다. 백경열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는 등 기념사업을 강행하려 하자 지역사회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4·9인혁재단 등 대구지역 시민단체가 연대한 ‘박정희 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 관련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는 이날 기념사업 추진 근거를 담은 조례 제정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도 대구시에 제출했다.
이들은 “박정희는 독재의 화신이자 반민족·반인권·반자치의 대명사로, 우리 역사에서 이런 정치가가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새기고 교육해야 할 인물일뿐 존경하고 기려야 할 사람이 아니다”면서 “국채보상운동의 민족정신과 2·28민주운동으로 빛나는 대구의 역사와 시민정신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인물의 동상을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과 시민 지성의 산실이 되어야 할 대표 도서관에 세우는 것은 보수·수구의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야 할 대구시장이 할 일이 결코 아니다”며 “더구나 이런 일을 대구 시민의 세금으로 추진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도 지난달 29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반헌법적·반교육적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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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제정을 추진 중인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의 내용. 대구시 홈페이지 갈무리
전교조 대구지부는 “박정희라는 인물은 학교 교육에서 가장 논쟁적인 역사적 인물 중 하나이고, 현대사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박 전 대통령이) 산업화에 대한 공로가 크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상 우리나라 산업화에 가장 공이 있는 사람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그 시대를 힘겹게 살아낸 바로 우리네 부모, 조부모 등 노동자 계급”이라며 “한 사람을 영웅시하는 것은 학교 교육에서도 절대 경계해야 할 방식이다”고 밝혔다.
또한 전교조 대구지부는 “대구시는 지난해 부채 상환과 세수 부족 등의 이유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예산을 감축했다”면서 “‘없었던 사업’까지 만들어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지금까지 지자체 부채 문제 해결을 자랑으로 삼아왔던 홍 시장의 행보와도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11일 간부회의 자리에서 관련 조례안을 제정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동상건립준비위원회’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같은 날 대구시는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1일까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오는 22일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당초 대구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조례안을 만들 방침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만을 위한 내용으로 방향을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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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대구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광장의 모습. 백경열 기자
해당 조례안을 통해 대구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기념사업과 관련 행사, 그 밖에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기념사업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구시가 설립한 공사·공단 또는 출자·출연한 법인에 관리 및 운영을 위탁할 수 있게 했다. 예산 범위 내에서 위탁업무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조례안에 포함됐다.
대구시는 홍 시장의 지시에 따라 동대구역 광장과 대구도서관 내 공원 등 2곳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시는 전국 각지의 박 전 대통령 동상 설치비용을 조사한 결과 5억~27억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경우 최소한의 수준(5억원)으로 동상을 세운다고 가정하더라도 약 1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밖에 동대구역 광장 및 도서관 내 공원 앞에도 ‘박정희’라는 수식어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홍 시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고 밝힌 지 열흘 만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조례안이 통과된 후 추경 등을 통해 관련 예산을 반영하고 별도의 동상건립 준비 조직을 구성하는 등 후속 조치를 밟을 예정”이라면서 “구체적인 사업 윤곽이 나오지는 않은 상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