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사진)가 대사관 직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고 신고돼 외교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8일 “주중대사관 관련 제보가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면서 “외교부는 비위 행위에 대해 공정한 조사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베이징 주중 대사관에 근무하는 주재관 A씨는 이달 초 정 대사에게 폭언을 포함한 비위가 있다며 외교부 본부에 신고했다. A씨를 업무 시간 정 대사의 방에 불러 업무 관련 질책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인신모독성 발언을 들었으며 해당 발언을 녹음해 외교부에 제출했다고 알려졌다. A씨는 외교부 소속이 아닌 다른 부처에서 중국에 파견한 주재관이다.
외교부는 감찰담당관실 내에 ‘갑질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상담·신고 접수 시 사실관계를 조사해 필요하면 수사 의뢰 등을 하게 돼 있다. 외교부의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욕설·폭언·폭행과 외모·신체 비하 발언, 불필요한 신체접촉 등 모욕적 언행을 행하는 것을 갑질로 규정한다.
주중대사관 안팎에선 정 대사의 폭언이 평소 다른 직원들을 상대로도 빈번하게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일보는 여러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정 대사가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굳이 특정인을 지목하거나 ‘두뇌’를 언급하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해 왔다고 보도했다.
정 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동기이자 서울대 동문이다.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중국 전문가이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재직하다 윤 정부 첫 주중대사로 임명됐다. 두 사람은 개인적 인연을 오래 이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외교부가 윤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인 정 대사를 공정하게 조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정 대사는 취임 이후 여러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한 언론사가 취임 직후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 자신의 개인적인 발언을 실명 보도했다는 이유로 1년 넘게 특파원 간담회에서 사전에 이메일로 접수된 질문에만 답변하고 현장 질의는 받지 않아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취임 1년 반 동안 한·중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 대사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전부터 있었다.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대통령실은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미·중, 중·일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중국 측 APEC 대표단에 한국 담당자가 포함되지 않았단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대사관의 정보력 부재를 보여주는 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열린 주중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정 대사 부임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약 1년간 중국 현지 주요 인사를 만나는 데 쓰게 돼 있는 네트워크 구축비를 활용해 중국 외교부와 접촉한 횟수가 단 1건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사로서 중국 측과 부실하게 접촉했다고 질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