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앞 광장에서 열린 강동구·송파구 집중유세에서 '내란종식 1'이 새겨진 야구공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늑장 공개한 정책공약집을 통해 기획재정부 분리와 대법관 증원 공약을 공식화했다. 기획재정부 개편은 이점이 없지 않지만, 대통령 권력이 과도하게 커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대법관 증원도 사법부 독립 침해 가능성이 제기된다. 찬반 양론이 엇갈리는 민감한 정책들로, 국민적 공감대 없이 섣불리 추진할 성격이 아니다. 공론화를 통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다.
기획·예산과 재정·경제 기능을 핵심으로 하는 기재부는 역대 정권에서 쪼갰다 합쳤다를 반복했다. 정부 부처야 국민적 필요와 대통령 국정운영 철학에 맞춰 개편할 수 있다. 이 후보는 그간 기재부가 예산·세제·경제정책 권한을 모두 쥐고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대통령이 예산 통제권까지 틀어쥐면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상황이 우려되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기재부 권한 집중이 문제라면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 권한을 강화해 해결할 수도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바꿔 예산 편성 단계부터 민의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된 지 오래다.
대법관 증원 문제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먼저다. 대법원 처리 사건이 2007년 한 해 약 2만7,000건에서 2022년 약 4만8,000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면서 현재 14명인 대법관의 증원 필요성은 진작 제기됐다. 성별·세대·지역별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사법부까지 장악하려 한다는 불신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후보가 당선되고 대법관을 증원할 경우 새로 임명되는 대법관 상당수를 대통령과 민주당이 임명하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반헌법적 12·3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 건 국회다.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고, 법원은 내란 혐의에 대해 심판하고 있다. 삼권분립 원칙이 지켜지고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한 덕에 헌정질서 유린을 막고 대한민국을 다시 세워나갈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