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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회의원 류호정 - 목수가 된 전직 최연소 의원 21대 국회에서 정의당과 개혁신당 의원을 지낸 류호정 전 의원은 목수로 전직해 5개월째 일하고 있다. 28세이던 2020년 정의당 비례 1번으로 국회의원이 된 그는 2024년 1월 정의당을 탈당해 의원직을 내려놓은 뒤 개혁신당으로 옮겨 성남갑 공천을 받았으나 총선 직전 출마를 포기하고 정계를 떠났다. 최연소 의원이자 제3지대 정치인으로 거대 양당 기득권 정치에 도전했던 그가 기술직 노동자가 된 이유는 뭘까. 남양주의 가구 업체 ‘홈랩스’의 작업장에서 그를 만났다.

말싸움 정치로 4년…국회 한계 절감
의원들, 지역구 챙기느라 입법 뒷전
몸쓰는 목수로 살며 ‘시민정치’할 것
대선? 누가 당선돼도 구태 반복될 듯

“‘소주 저녁’ 익숙…목수 다 됐죠”
류호정 전 의원은 “끌과 망치가 익숙해졌다. 국회 밖에 나오니 못 보던 것들이 보인다. 정의당 시절 만든 모임 ‘세 번째 권력’을 통해 시민으로서 정치 참여를 계속하고 있다”며 “국회에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했다. 김성룡 기자

Q : 목수 일 해보니까 어떻습니까?

A :
“정계 은퇴해 실업자가 되니 뭐로 먹고 살까 고민하다 의원 되기 전 6년간 사무직으로 일했으니 이젠 몸 쓰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정부의 일자리 지원 카드를 활용해 지난해 7~12월 목공학원에 다닌 뒤 취직했어요. 식욕은 더 왕성해진 것 같아요. 목수업은 아침밥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안 먹고 일하면 힘 빠져 다치게 된다는 거죠. 또 일과 끝나면 ‘먼지 많이 먹었으니 삼겹살에 소주 한 잔으로 목구멍 소독해줘야 한다’는 얘기도 해요. 저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소주 저녁’을 하니 적응이 된 거겠죠?(웃음)”

Q : 목수로서 일과는요?

A :
“일감이 없으면 ‘나인 투 식스’지만 밤 11시에 출근해 야근도 하는 등 대중없어요. 주로 원목 가구를 맞춤 제작하죠. 참여한 제품이 4개쯤 되는데 보름에서 한 달 반까지 걸리죠. 높이 5m의 대형 간살문을 원목으로 만든 게 특히 보람 있었죠.”

Q : 취직은 어떻게 했나요?

A :
“전직 의원 경력이 구직엔 도움이 안 돼요. 업체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테니까요. 다행히 목공학원 다닐 때 학원 선배들과 만남의 자리가 있었는데 지금 업체 사장님에게 ‘최저 임금 받아도 좋으니 일을 배우게 해달라’고 간청했어요. 목공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데 학원 졸업하고 일을 못 하면 기술이 썩을 거란 걱정이 들었거든요. 그분이 ‘배우는 셈 치고 아르바이트 먼저 해봐라’고 하세요. 그래서 학원 졸업 시점인 지난해 12월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했어요. 한두 달 같이 일해보면 사람을 알게 되잖아요. 사장님이 설 직전 ‘2월부터 정식으로 일하면 좋겠다’고 해 취업이 성사됐습니다. 대학 나와 처음 취직했을 때처럼 기뻤죠.”

Q : 월급은요?

A :
“최저시급(1만300원) 기준으로 주휴수당 적용해 한 달에 210만원 받아요. 5명이 일하는 소기업이라 주 52시간 노동 외엔 노동법 적용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 있어요. 사장님도 직함만 대표지 노동자처럼 일해요. 복지를 다 챙기다 보면 회사 유지가 안 될 수도 있어요. (기업 논리에 관대해진 인상인데요?) 정치권에선 노사 사이에서 중도적인 발언을 하면 ‘배신자’라고 하죠. 그러나 이해 당사자들은 선명한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정치인들은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이들이잖아요.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어야죠.”

Q : 목수 월급으로 생활은 되나요?

A :
“월세로 상가주택에 고양이 두 마리랑 같이 사는데 방세 등 필수비용으로 150만원 나가죠. (식비는요?) 회사에서 밥 주잖아요. 남은 60만원 갖고 하고 싶은데 쓰면 잔고가 거의 안 남아요. 목수로 숙련되면 임금이 인상되겠죠.(웃음)”
“의원들, 특위·지역구서 말이 달라”

Q : 정치를 떠난 이유는요?

A :
“국회의원 시절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가 갈등을 조장하는 현실을 절감했어요. 여야가 상대방 발언 한마디 갖고 1주 내내 공격하다 다음 주 누군가 또 사고 치면 그거 공격하는 거로 세월을 보내더군요. 정책 논쟁 대신 말싸움만 하는 거예요. 저도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 ‘○○○ 의원의 말 어떻게 생각하나’는 질문받고 대답하고, 다음날 또 같은 질문받고 대답하고, 그런 게 쌓여 1년이 가더군요. ‘품평 정치’로 임기를 채우게 되니 회의가 들었죠. 국민이 원하는 정치는 별 게 아니라, 공존하고 절제하는 겁니다. 그래서 의원 마지막 해(2023년)엔 나부터 바뀌겠다고 마음먹고, 입장이 다른 상대방의 선의를 기대하면서 대화를 시도해봤어요. 결론적으로 잘 안 됐죠. 수십년간 쌓인 정치풍토가 저 하나 바뀐다고 변하지는 않더군요.”

Q : 국회의원 시절 기억나는 일은요?

A :
“저출산 대책으로 발족한 ‘인구위기 특별위원회’에 참여했는데 의원들이 ‘류호정만 설득하면 성공’이라고 하더군요. 당시 29세로 딱 초혼·초산 연령대였거든요. 내심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의원들이 특위에선 ‘노동·육아·사교육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신들 지역구에는 과학고 유치를 요구하고, 환경노동위 가면 ‘주 69시간 노동’까지 주장하니 특위에서 발언한 거랑 불일치가 넘쳐나는 현실을 절감했죠. ‘오후에 지역구 가야 하니 특위에선 오전 질의만 하고 가겠다’는 의원도 많았어요. 그러면서도 내겐 ‘지금 안 낳으면 후회할걸’이라고 모 다선 의원 선배가 말하더군요. 그런 얘기 하느니 특위에서 제시된 해법들을 입법하는 게 훨씬 나았을 텐데…. (입법이 이뤄졌습니까?) 안 됐죠. 그러다 끝났죠.”

Q : 거대 양당 체제에서 ‘제3지대’ 정치인으로 분투했는데요.

A :
“거대 양당의 힘은 상임위에서 법안 논의를 주도하는 간사의 권력에서 확인돼요. 정의당 같은 군소정당은 간사가 없으니 법안 통과가 극히 어렵습니다. 법안 발의부터 의원 10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그것도 쉽지 않아요. 제가 문신 시술 합법화 법안을 발의할 때 눈썹 문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홍준표 의원에게 대뜸 전화를 걸었죠. ‘눈썹 문신하신 게 생각나 연락드렸어요’라며 동의를 부탁하니까 그분이 ‘빵’ 터지세요. ‘법안을 의원실로 보내. 언론에 공개해도 돼’라고 답해주셔서 이슈가 됐죠. 입법은 못 됐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문신 합법화’가 양당 공약에 들어갔죠. 동물보호법과 오피스텔 관리비 투명화법이 어렵게 입법에 성공한 데도 보람을 느낍니다. 덧붙이자면 제3지대 세력은 꼭 필요하다고 믿어요. 다원주의에 기반해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로 타협하는 문화는 정치의 본령이니까요.”

Q : 국민연금 개혁이 청년들한테 불리하게 돌아가는데요.

A :
“저도 노후가 걱정되지만 노후 준비 못 하고 일만 하신 부모님 세대는 연금이 절실한데 세대 갈등으로만 비화해 안타깝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초저출산이니 광범위하게 다룰 문제인데 정치인들이 갈등만 부추기고 있죠.”
“의원직, 성공 상징 ‘트로피’ 아냐”

Q : 국회를 나온 뒤 시야가 달라진 듯합니다.

A :
“의원 때는 매일 답변을 해야 했거든요. 지금은 지켜보면서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된 듯해요. 국회에 있으면 매주 지지율 챙기고, 재선도 신경 써야 하고, 문자 폭탄 스트레스도 받고, 휴대폰 배터리가 실시간 방전되죠.(웃음) 당직과 공천부터 강성 지지층 의견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양극단의 언어 대신 중간쯤에 있는 말이 존중받고, 타협하는 문화가 확산해야 합니다.”

Q : 국회의원들이 법안 발의만 하고 입법엔 소홀한 이유는 뭔가요.

A :
“의원들이 대개 월~목요일에만 국회에 있고, 금·토·일요일은 지역구 내려가서 행사 참석·축사·등산 등 엄청난 일정을 소화해야 해요. 그러니 안되는 거죠. 이런 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Q : “의원 아닌 시민으로서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했는데요?

A :
“기후 위기를 예로 든다면 국가적 해법도 중요하지만, 쓰레기 재활용 같은 개인적 실천도 필요하잖아요. ‘나라가 안 해주면 내가 해봐야 소용없다’는 비관주의 대신 개인 단위에서 실천하며 국가에 정책을 압박하는 시민정치가 일상화돼야죠. 그런 생각에서 정의당 시절 제3지대 모임 ‘세번째 권력’을 조직했는데 지금도 저랑 회원들은 매달 모여 ‘생활 속의 정치’ 토론을 이어가고 있어요.”

Q : 정치를 다시 할 마음은 정말 없습니까?

A :
“국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국회를 겪고 나니 의원 더 한다고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국회의원직이 성공한 아저씨들이 갖는 ‘트로피’가 돼선 안되고, 임기 끝나면 생활인으로 돌아가는 관행이 정착돼야 합니다. 그래야 의원들 인식이 시민 눈높이에 머무르게 되거든요. 이번 국회에서 특히 아쉬운 게, 20대 의원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이예요. 20대는 좌고우면할 인맥이 없으니 옳은 일을 밀어붙일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Q : 대통령 탄핵에 이어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있는데요.

A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을 혼내고 탄핵하면서 줄탄핵을 밀어붙인 국회도 같이 혼냈잖아요. 계엄이 부적절한 것과 별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국민 반감도 상당하며 정치가 더욱 양극화됐다는 의미라 실망스럽죠. 대선에서 누가 당선된들 서로를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고 갈등하는 정치가 반복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헌재가 훈계한 문장의 주어만 달라지는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강찬호 논설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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