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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에 따라 전 세계 주요 선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와 캐나다에선 인기 없는 중도좌파 집권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반감을 가진 유권자 덕에 지지율이 급반등해 보수 야당을 꺾었다. 불과 5일 전 캐나다에 이어 3일(현지시간) 호주 총선에서 이런 흐름이 '판박이'로 재연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 29일 취임 100일 기념 연설을 하기 전 모습. AFP=연합뉴스

이날 호주 ABC방송에 따르면 개표율 63% 상황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은 하원 150석 중 85석을 이미 차지했다. 과반(76석) 확보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수 야당인 자유당·국민당 연합은 41석만 차지해 패배가 확실시된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2025년 5월 3일 호주 시드니 캔터베리-헐스톤 파크 RSL 클럽에서 열린 2025년 노동당 선거의 밤 행사에서 포옹을 받는 모습. EPA=연합뉴스
노동당은 지난 2월만 해도 자유당·국민당 연합에 지지율이 뒤처졌다. 그러나 불과 두 달여 만에 이를 뒤집고 극적으로 이겼다. 지난달 28일 열린 캐나다 총선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민심이 변한 건 양국 내에서 트럼프를 향한 반감이 높아져서다. '파이브 아이즈(앵글로색슨계 5개국의 정보 동맹체)' 소속으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양국에서 정치적 이변을 일으킨 동력은 트럼프의 '동맹국 때리기'라고 외신들은 짚었다.

2025년 5월 3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노동당 선거의 밤 행사에서 노동당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가 나오자 반응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특히 호주의 경우, 대미 무역적자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받았고, 10% 상호관세도 예고된 상황이다. 또 트럼프는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라고 공공연히 말해 캐나다인들의 반감을 샀다. 이에 양국 유권자들이 트럼프에 강한 반감을 가지면서 '트럼프 따라하기'에 주력해온 양국 보수 야당까지 미움을 받게 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 호주 자유당·국민당 연합을 이끈 피터 더튼 자유당 대표는 북동부 퀸즐랜드주 딕슨 지역구에서 노동당 후보에게 의원직을 내줬다. 더튼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처럼 정부효율부(DOGE)를 도입해 공공부문 인력 감축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캐나다에 이어) 또 다른 세계 지도자(앨버니지 총리)를 선거에서 띄워줬다"고 평했다. 로이터통신은 "자유당·국민당 연합이 총선에서 패배하고 더튼 대표가 의원직마저 상실해 5일 전 캐나다 보수당이 처한 운명을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호주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가운데), 파트너 조디 헤이든(왼쪽), 아들 네이선이 2025년 5월 3일 선거일에 투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싱가포르도 "안정 주력"
같은 날 치러진 싱가포르 총선에선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이 압승했다. AP통신에 따르면 PAP는 전체 의석 97석 중 87석(득표율 65.6%)을 확보했다. PAP는 93석 중 83석을 차지했던 지난 총선과 비교해서도 4석을 추가할 정도로 선전했다.

제1 야당인 노동자당(WP)은 10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싱가포르에서 여당이 이긴 건 트럼프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유권자들이 안정을 택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로런스 웡 총리가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위기를 강조하며 안정적인 여당을 지지해달라 호소했는데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BBC는 "싱가포르인들은 세계적 혼란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PAP를 향해 '안전한 비행'을 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총리이자 집권 인민행동당(PAP) 사무총장인 로렌스 웡(오른쪽)이 2025년 5월 3일 싱가포르에서 총선 결과가 발표된 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판 트럼프 패라지는 선전
반면 영국 잉글랜드 일부 지역에서 치러진 지방·보궐 선거에서는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영국개혁당이 압승했다. 이번 결과는 지난해 출범한 노동당 키어 스타머 내각이 트럼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여론의 불만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2일 개표가 완료된 런콘·헬스비 하원의원 보궐 선거에서 영국개혁당의 세라 포친 후보가 38.72%로 집권 노동당의 캐런 쇼어(38.70%) 후보를 6표 차이로 제쳤다. 이로써 지난해 처음 의석 4개를 획득해 하원에 진출했던 영국개혁당은 하원에서 5석을 확보하게 됐다.

영국을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의 길로 이끈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영국판 트럼프’로 불리며 반(反)이민, 반유럽통합을 내걸었다. 이번 선거 공약도 이민 단속 강화, 지역 지출 삭감 등이다. 영국개혁당은 개표 중인 지방선거에서도 선전했다. 6개 지방자치단체장을 뽑았는데, 이 중 현재까지 결과가 발표된 4개 지역은 노동당 당선 3곳, 영국개혁당 당선 1곳이다. 영국개혁당이 지자체장을 배출한 것은 처음이다.

이처럼 트럼프와의 친분이 반드시 선거에서 불리한 건 아니다. 지난달 에콰도르 대선에서 재선 고지에 오른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은 트럼프와 우호 관계라는 이미지가 승리에 도움이 됐다. 이달 치러질 루마니아 대선에선 극우 성향의 제오르제 시미온 결속동맹(AUR)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선두다. 시미온 대표는 "트럼프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지지한다"고 밝힐 만큼 친트럼프 성향이 강하다.

영국개혁당 대표인 나이절 패라지가 2025년 5월 2일 영국 스태퍼드에 있는 스태퍼드셔 카운티 쇼그라운드에서 열린 선거 후 행사에 참석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한편 캐나다의 국가 원수를 겸하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오는 26~27일 캐나다를 방문해 의회 개원식(27일)에서 국정 연설에 나선다. 그간 찰스 3세는 직접 트럼프의 위협에 반박하는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캐나다의 입장을 지지해왔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호감을 가진 찰스 3세가 캐나다 주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더 분명하게 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 3월 영국의 한 매체가 "미국이 영연방에 준회원국으로 초대될 수 있다"고 보도하자, 소셜미디어에 "나는 찰스 국왕을 아주 좋아한다. 내게는 괜찮게 들린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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