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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이재명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돌아왔다. 3년 전 여당 후보였던 그는 이번엔 야권의 막강한 주자로 탈바꿈했다. 2022년 3·9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0.73%포인트 차로 밀려 낙선한 지 3년만이다.

2022년 6·1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투표일을 하루 앞둔 5월 31일 인천 계양구청 일대에서 시민들과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낙선 3개월 만에 정계 복귀
이 후보에게 지난 3년은 ‘컴백’(come back)의 연속이었다. 대선 낙선 후 백의종군하던 기존의 문법을 깨고 3개월 만에 정치 전면에 복귀했다. 2022년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면서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인천계양을이 그의 새 둥지였다. 정치적 본거지인 성남과 경기도를 떠났다.

이 후보는 자신의 선거는 물론 당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지방선거를 이끌었다. 비명계는 물론 친명계 안에서도 대선 패배 당사자의 이른 등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스스로 ‘개딸’이라 칭하는 강성 팬덤을 등에 업고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다만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경기·호남·제주를 제외한 지역에서 국민의힘에 패배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책임론이 불거지며 ‘상처뿐인 영광’이란 평가가 뒤따랐다.

지난해 8월 18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송파구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당기를 받아 흔들고 있다. 전민규 기자


②DJ 이후 첫 당대표 연임
흔들리던 리더십은 같은 해 8·27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재확립되기 시작했다. 비명계 다수의 반대를 뚫고 출마한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득표로 당 대표에 당선된 것이다. 그의 득표율은 역대 최고인 77.8%였다. 당심을 확인한 이 후보는 당원 주권을 대폭 확대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밀어붙였다. 당과 원내 의사 결정에 강성 당원의 의사가 반영되는 만큼 이 후보의 영향력도 강해졌다. 2024년 1월 2일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부지에서 흉기에 목을 찔리는 정치테러를 당한 뒤로는 현 정부로부터 탄압받고, 반대진영에게서 위협받는 야당 지도자의 존재감도 부각됐다.

내친김에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한 이 후보는 지난해 8·18 전대 땐 득표율을 85.4%로 끌어올렸다. 민주당 역사상 연임 당대표가 등장한 건 김대중(DJ)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었다. 최고위원 등 지도부도 친명계가 석권했고, 원내지도부 역시 공공연히 ‘친명’임을 자처하는 의원들로 채워졌다.

2023년 9월 27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중앙지법의 구속영장 기각 뒤 대기하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③체포안 가결 후 기사회생
이 후보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불법 대북송금 의혹 등 각종 사법리스크가 그의 발목을 잡곤 했다. 검찰은 이 후보에 대해 2023년 2월과 9월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월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지만, 당내 적지 않은 이탈표가 나왔다.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박’(비명계 멸칭) 색출 바람이 불었다.

이 후보는 2023년 8월 31일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하면서 단식에 돌입했다. ‘방탄 단식’이라는 공세에 시달렸지만 24일간 단식을 이어갔다. 같은 기간 검찰은 이 후보를 한 차례 소환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고, 이번엔 민주당에서 최소 39표의 이탈표가 나오면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법원은 이 후보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영장 기각 후 빗속에서 지팡이를 짚고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교도관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은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는 위기가 기회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당 대표를 검찰에 팔아넘기려고 했다’는 당내 반감이 폭발하며 비명계는 급속도로 힘을 잃었다.

지난해 4월 10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총선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④비명횡사 논란에도 총선 대승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 후보와 대척점에 선 비명계 대다수가 낙천했다. 의정활동 하위 20% 평가가 비명계에 집중됐고, 경선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해진 비명계 상당수는 총선 기간 당을 떠났다. 정세균계 김영주 의원은 국민의힘으로 당적으로 옮겼다. 이낙연계 설훈 의원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라고 비판하며 탈당했다. 친문 중진이던 홍영표 의원도 컷오프되자 탈당했다.

박용진 전 의원의 경우 자신과 경쟁한 정봉주·조수진 후보가 과거 논란으로 사퇴해 공천 기회가 있었지만, 당은 돌연 친명계(한민수 의원)를 전략공천하며 출마가 봉쇄됐다.

반대로 이 후보 관련 형사사건의 변호인이던 김기표·김동아·박균택·양부남·이건태 의원은 대거 공천을 받아 원내에 입성했다. 이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참모였던 윤종군·조계원 의원 등도 비명계가 떠난 빈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비명횡사 논란은 민주당이 175석을 차지하며 사라졌다. 이 후보는 일극(一極)체제를 완성했고,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안았다.

지난 3월 26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나서며 민주당 의원 60여명이 도열한 가운데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⑤선거법 2심 무죄로 대선 장애물 제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는 이 후보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사법리스크의 일부도 덜어냈다. 지난해 11월 15일 1심에서 유죄(징역 1년, 집행유예 2년)를 선고받은 허위사실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가 지난 3월 26일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이 후보는 항소심 선고 직후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역량이 소진된 데 대해서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역량을 산불 예방이나 국민 삶을 개선하는 데 썼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이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이례적으로 빠르게 합의기일을 진행 중인 점은 대선 전 마지막 변수로 남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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