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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조선 협력 3대 과제
미국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에 있는 헌팅턴 잉걸스 조선소에서 군함을 만들고 있다. 이 회사는 미 최대 방산 조선업체다. 7일(현지시간) HD현대와 사업협력을 맺었다. [사진 헌팅턴 잉걸스]
한미 관세 협상에서 오는 7월까지 마련키로 한 ‘7월 패키지’에 ‘한·미 조선업 협력’이 키포인트로 떠올랐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체 회의에서 한국은 미국에 거북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새겨진 기념 주화를 선물했다. 미국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는 ‘조선업’에서 한국의 협력 의지를 전하고 상호·품목 관세 협상 카드로 굳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계에선 “실제 협력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목소리 나온다. 실제 미국과 협력을 추진해 미국 현지 조선소에서 배를 만든다고 해도 난제가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먼저 미국엔 배를 지을 수 있는 숙련된 인력이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미 노동통계국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조선소 인력이 2차세계대전 때와 비교해 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 조선소에선 100만 명 넘는 인력을 고용했는데, 1980년대 이후로는 조선업 종사자가 20만명을 넘은 적이 없다. 청년 노동력 유입도 없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조선학과를 폐지하거나 통폐합했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한국이 미국 측에 선물한 LNG 운반선과 거북선이 새겨진 기념주화. [사진 한국은행]
지난해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만 봐도 미국 내 선박 건조가 얼마나 쉽지 않은지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필리조선소는 약 1700명의 현지 인력을 고용했는데, 이중 3분의 2는 미숙련 간접고용이고 숙련공은 70여 명에 불과했다. 현재 한화오션이 한국에서 파견한 인력이 현지 1000여 명을 교육 중이다. 부족한 인력과 낮은 생산성 때문에 선박 건조 속도도 느리다. 필리조선소는 현재 상선 일감 3년치를 확보했지만, 총 규모는 10척 미만이다. 연간 상선 1~2척 정도에 그친다는 계산이다. 한국 한화오션의 경우 함정 외에 상선만 연간 30~40척을 건조하고 있다.

미국 내에 선박 기자재 공급망이 약화된 점도 문제다. 조선소 주변에 철강, 엔진 등을 공급할 수 있는 공급망이 확보돼야 하는데, 미국 조선업은 생태계 전반이 함께 무너졌다. HD현대중공업이 지난 7일 미국 최대 방산 조선소 헌팅턴 잉걸스와 건조 생산 효율을 높이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고 미국 대표 방산 기자재 업체와도 현지 공급망 협력 MOU를 맺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미국 내 건조가 단기간 내에 어렵다면, 미국 선박을 한국의 조선사에서 건조하거나 반조립 후 미국에서 최종 건조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현재는 미국의 규제 때문에 어렵다. 미 해군의 선박을 동맹국에서 예외적으로 건조할 수 있게 하는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이나 상선 건조에 대한 ‘미국을 위한 선박법’이 연방의회에 발의됐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

이처럼 한국 조선업계에 리스크가 작지 않은 만큼 향후 정부간 협상 내용이 중요하다. 기대를 모았던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수리(MRO) 사업의 경우 올해 들어서는 수주 소식이 아직 없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군사전문연구위원은 지난 21일 열린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에서 “국내 여러 조선사들이 미국 함정 MRO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상황인데, 자칫 저가 수주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국내 조선소 협의체가 미 해군 MRO를 일괄 수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호중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상무는 “현재는 군수지원함 MRO만 가능한데, 향후 군함 MRO까지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간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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