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헐리우드 넘어 전 세계로
“영화는 복음을 전하는 또 하나의 언어”
“영화는 복음을 전하는 또 하나의 언어”
모팩스튜디오(대표 장성호 감독)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The King of Kings)’의 스틸 컷. 모팩스튜디오 제공
개봉 10일 만에 북미 박스오피스 누적 수익 642억원(4533만 달러), 시네마 스코어(관객 설문) 최고 등급 A+ 달성. 전 세계 영화 팬들을 설레게 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나 유명 영화제의 수상작에 달린 수식어가 아니다. 한국 제작사인 모팩스튜디오(대표 장성호 감독)가 만든 K-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The King of Kings)’의 돌풍을 조명하는 기사의 머릿말이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제작에 나선데다 성경이야기를 주요 스토리로 담아내 국내 시장에서 기대보다 우려가 지배적이었던 작품이 대역전 드라마를 쓴 셈이다.
작품의 주역인 장성호 감독은 최근 북미 지역 홍보일정을 마치고 귀국해 국내에서 남미와 유럽 지역 홍보일정을 분주하게 조율 중이다. 그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돌이켜보면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주님이 함께하지 않으셨다면 절대 이룰 수 없었다”는 말부터 전했다.
모팩스튜디오(대표 장성호 감독)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The King of Kings)’의 스틸 컷. 모팩스튜디오 제공
누구나 재밌게 이해할 수 있는 예수님 이야기 작품의 시작은 장 감독이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예수의 생애(The life of our Lord, 1934)’에서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를 집필하기 시작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원작이 담고 있는 기독교적 메시지보다 더 집중했던 것은 디킨스가 생을 통해 보여 준 모습이었다.
모팩스튜디오(대표 장성호 감독)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The King of Kings)’의 스틸 컷. 모팩스튜디오 제공
“디킨스가 영국 국민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 중 하나가 서민들을 위해 수많은 낭독회를 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딱딱하게 책을 읽어주는 게 아니라 배우가 연기하듯 생동감 넘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죠. 어린 아들에게 예수님 얘기를 실감나게 전해줄 땐 아이가 이야기 세상에 빠져든 것처럼 반응했다고 해요. 교회 한 번도 안 가보고, 성경 한 번 안 읽어 본 사람도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였지요.”
수정에 재수정을 거치는 시나리오 작업에만 5년 이상을 쏟아 붓는 동안 서울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목회자들, 예일대 총신대 소속 신학자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과 함께 성경적 오류를 점검하고, 디즈니 출신 작가와도 협업하며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흥미롭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집중했다.
영화 ‘킹 오브 킹스’의 제작 현장 모습. 모팩스튜디오 제공
영화 ‘킹 오브 킹스’의 제작 현장 중 캐릭터 보드. 모팩스튜디오 제공
역경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한국영화계 시각특수효과(VFX) 1세대로 꼽히는 그는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 ‘해운대’ 드라마 ‘태양사신기’ ‘별에서 온 그대’ 등 수백여 편의 작품에 참여하며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렸다. 하지만 그런 그도 투자 확보에 대한 어려움은 피해갈 수 없었다.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저평가, 종교 콘텐츠에 대한 투자 기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투자 심사중단 등 숱한 걸림돌로 인해 제작은 수없이 멈춤과 재시작을 반복해야했다.
오랜 기도와 인내, 치열한 창작의 여정은 10년 만에 세계 최대의 영화 시장 헐리우드에서 결실을 맺었다. 찰스 디킨스가 19세기 런던에서 말썽꾸러기 막내아들에게 진정한 왕이 누구인지 이야기해 주며 시간 여행을 떠나는 이번 작품엔 영화 ‘듄’의 오스카 아이삭이 ‘예수’역을 맡고, ‘007 시리즈’의 피어스 브로스넌이 ‘본디오 빌라도’역 더빙에 참여했다. 케네스 브래너, 우마 서먼, 아역 배우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등 스타 배우들이 영화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가는 디킨스 가족으로 등장한다.
장 감독 스스로 “자신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성공을 거둘 줄은 몰랐다”고 고백할 만큼 반응은 폭발적이다. 현지 영화계에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북미 티켓 수입(약 767억원)을 어렵지 않게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흥행수입보다 놀라운 것은 상영 국가다. ‘킹 오브 킹스’는 현재 50여개국에서 상영 중이고 올해 연말까지 개봉을 확정한 국가를 포함하면 90개국에 달한다.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는 ‘어벤저스-엔드게임’의 전 세계 상영 국가가 60여개라는 점을 비춰봤을 때 엄청난 기록이다.
장성호 감독이 지난달 25일 미국에서 열린 영화 ‘킹 오브 킹스’의 시사회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팩스튜디오 제공
장성호 감독이 지난달 25일 미국에서 열린 시사회 현장에서 영화 ‘킹 오브 킹스’의 OST ‘리브 라이크 댓(Live like that)’을 부른 가수 크리스틴 체노웨스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모팩스튜디오 제공
숫자를 넘어선 감격, 경계 넘어선 문화 선교의 언어장 감독은 “기록을 뛰어 넘는 감격이 대중의 반응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간혹 성서 원칙론자들이 영화 속 표현을 두고 ‘성경을 곡해했다’고 비판할 때마다 일반 대중들의 ‘이해를 도와주는 방식이어서 괜찮다’며 반박하는 댓글을 달아주고 있다.
삼일교회 집사로 신앙생활 중인 그는 “인도, 파키스탄처럼 이슬람교 힌두교 신자들이 대다수인 문화권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 또한 고무적”이라며 “현재 상영을 협의 중인 곳까지 더하면 120여개국에서 개봉하게 되는데 이는 영화 산업 역사 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이 전 세계 스크린에서 역사적인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지만 그의 시선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모팩스튜디오(대표 장성호 감독)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The King of Kings)’의 스틸 컷. 모팩스튜디오 제공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 밭에 복음의 씨앗이 하나라도 뿌려지는 거예요. 영화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죠. 이를 위해선 기독교 콘텐츠에 대한 인식 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2, 제3의 ‘킹 오브 킹스’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 사명감을 품은 크리스천 전문가들의 진입, 높은 퀄리티를 보장하는 작품으로 선순환이 이뤄질 때 비로소 성경적 콘텐츠가 ‘문화선교의 언어’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