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 1층에서 고 문재학 어머니 김길자씨와 포옹하고 있다. 광주=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4일 광주를 찾아 “개헌은 꼭 해야 할 일”이라며 빠르면 내년 6월 지방선거, 늦어도 2028년 총선 때로 개헌 시간표를 제시했다. 지금 당장 개헌 중론을 모으긴 쉽지 않으니 “합의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개정해 나가자”는 현실론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과 대통령 4년 중임제, 국회 국무총리 추천제 등 권력구조 개편에 관한 소신도 재확인했다.
대표적 개헌론자였던 이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는 소극적이었다. 이달 초 우원식 국회의장이 6·3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고 제안하자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고 선을 그었다. 23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2차 방송토론에서는 “(개헌은) 국민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것도 아니고, 개정 헌법이 즉시 시행되는 것도 아니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부정적 여론이 일자 다시 선회했다. 이 전 대표는 “개헌은 중요하고 해야 할 일이지만, 100일 안에 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이냐는 데 동의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을 주워 담았다. 나아가 비상계엄 선포 요건 강화,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 구체적 각론을 언급하며 개헌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전 대표가 구체적 개헌 시점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사그라져가던 개헌 동력을 살릴 계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간 개헌 관련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서 국민적 불신을 키운 책임이 적지 않다. 그런 만큼 개헌에 대한 진심을 보여야 한다. 구체적 개헌 플랜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해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는 게 마땅하다.
민주당 내에서는 개헌이 정국 블랙홀이 되는 상황을 우려한다지만, 개헌은 국민 통합의 용광로가 될 수 있다. 더욱이 권력 집중은 국가와 정치 발전의 질곡이 된 지 오래다. 이 전 대표 스스로 “87년 체제가 너무 낡았고, 변화된 상황에 맞춰 국민 기본권과 자치 분권도 강화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극단적 대결정치로 인해 지금 대한민국 시스템은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 이 전 대표가 앞장서 권력분산 개헌의 물꼬를 트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