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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론 트럼프 때문이다. 미국발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 침체를 예고한다.
2. 하지만 불충분한 설명이다. 우선 정부가 충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3. 보다 본질적으로는, 우리가 가진 성장의 잠재력 자체가 하강하고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 싸우는 미·중 보다 더 많이 떨어진 한국 성장률

1%로 떨어졌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2.2%까지 봤던 IMF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은 코로나 이후 전례없는 낙폭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많이 떨어져야 했을까.

사실 미국의 관세라는 일종의 자해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미국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은 그 영향을 받아서 떨어지니, 최초의 효과가 반감되어 적용되는 게 순리다. 그게 성장률 조정 계산의 기본이다.

그런데 스스로 자해한 미국이나 보복 관세 조치에 나선 중국보다 한국이 더 떨어졌다. 해석이 필요하다.

(지난해 10월 전망 대비 하향 폭은 한국 -1.2%p, 미국 -0.4%p, 중국 -0.5%p다. IMF는 매년 4월과 10월, 전체 회원국 대상 전망을 내놓는다.)

A. 세계화의 후퇴

우선 당연히 수출 노출도가 영향을 미쳤다. 국제무역에 더 많이 몸을 실은 나라일수록 충격이 크다. 한국은 어느 순간 내수 대신 수출 만으로 성장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만큼 수출 의존도가 높다.

게다가 한국의 제1교역국과 제2교역국이 싸우고 있다. 관세 전쟁의 두 주인공이다.

IMF가 발표한 세계 경제 성장률 하락에 가장 많이 기여한 두 국가가 각각 아래 그래픽 왼쪽의 짙은 파란색(미국)과 빨간색(중국)으로 표시됐다. 두 주인공이 영향을 많이 받으니,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B.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든다

그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경상수지 흑자다. 2024년 GDP대비 5.3%에 달하던 흑자가 1.8%p, 약 33% 줄어든다.

GDP 대비 감소폭이 거의 2%p에 달하는 점도, 전년 무역흑자의 3분의 1이 사라지는 점도 놀랍다.

하지만, 의외로 중국의 영향은 우리만큼 크지는 않다. 전년 대비 올해에 0.4%p 줄었을 뿐이다. GDP 대비 규모도 줄어든 비율(17%)도 한국보다 적다. 수출 감소가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왜 중국은 덜 영향을 받을까? 단지 수출 의존도가 낮기 때문일까?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이야기를 덧대어야 한다.

C. 국가의 재정 여력

IMF가 제시한 다음 그래프를 보면, 관세가 미국과 중국의 올해(2025)와 내년(2026)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성장은 저해하고 (마이너스), 물가는 상승 (플러스) 시킨다.
중국의 경우 성장을 저해하고(마이너스), 물가도 낮춘다(마이너스).

즉, 미국에는 공급 충격에 의한 스태그플레이션 압박이 되고, 중국에는 수요 충격에 의한 경기침체 압박이 된다.


눈여겨 볼 것은 2025년 중국 그래프에 있는 노란 막대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관세 충격을 어느 정도 상쇄(Offset) 시키는 효과를 낸다. 경기 침체 방향으로 난 충격을 정부의 재정지출로 완화한다는 이야기다.

이게 중국의 성장률이 떨어지긴 떨어지되, 우리보다 덜 떨어진 중요한 이유다. 우리도 중국처럼 수요충격을 겪는다.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내수 부진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니까. 차이가 있다면 저 노란 사각형의 크기다.

중국은 (IMF의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아시아 담당 국장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부족하긴 하지만 여튼 바른 방향의 정부 대응으로 충격을 줄여가고 있다". 우리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IMF는 우리시각 25일에 가진 아시아 지역 전망설명회 (REO, Asia)에서 관련 언급을 했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아시아 국장은 "한국의 경우 국제 무역 긴장 관계의 영향과 함께 정책 불확실성 policy uncertainty 의 부정적 요인을 같이 받았다. 1분기 성장률(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역시 내수침체와 외부 충격의 영향을 둘 다 보여준다"고 했다.

계엄 선포와 탄핵 절차 진행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대응하는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졌다. 즉, 정부가 재정으로 잘 대응했다면 경제 충격은 더 적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충격이 커졌다는 의미로 풀이가 가능하다.

정리하자면 우리는 국내·외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이중의 고충을 겪고 있다.

■ 타이완은요?

그런데 타이완은 다르다. IMF는 다른 나라들의 경제성장 전망을 대부분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는데, 유독 타이완만 상향했다.

2.7%에서 2.9%로 올렸다.


모두가 비슷한 이유를 마음속에 그리고 있을 것이다. TSMC. 맞다. 그 기업 때문이다.

미국의 블룸버그는 보름쯤 전, "TSMC의 분기 매출이 42% 급증했다"고 제목을 뽑은 기사를 실었다. 미국 관세라는 충격 앞에서 오히려 매출이 급증했다. AI 수요 때문이다. 더 나은 칩을 관세 발효 전에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치솟았다는 의미다.

라이칭더 타이완 총통은 미국의 관세 발효 전후로 블룸버그에 서한을 보내 "지난 5년 동안 반도체 및 AI 관련 부품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해 무역 흑자가 증가했다"고 썼다.

이게 본원적 수출 경쟁력의 힘이다.

한국과 타이완의 대조는 여기서 선명해진다. 한국은 1분기 역성장을 했다.

또, 앞서 살펴봤듯, IMF의 전망에서 한국 경상수지는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든 3.5%가 된다.

그런데 타이완은 올해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가 무려 18.5%다. 국가 GDP의 18%가 넘는 경상수지 흑자를 낸다. 지난해 15.7%에서 오히려 더 커졌다.

더 놀라운 건 내년이다. 내년에는 19.6%, 20%에 육박한다. 한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를 나타내는 숫자로는 경이로울 정도로 높다.

(그런데 실제 타이완의 성장률이나 흑자 폭은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 타이완 통계청은 올해 스스로의 성장률이 3.14%일거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3.29%보다 0.15% 포인트 낮아졌지만 그래도 3%대다.)

■ 이창용 "수출의 성장 기여도, 거의 0%"

함의는 분명하다. 역시 본원적 수출 경쟁력이 있다면 타이완처럼 극복할 수 있다. 그 어떤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명백하다. 우리가 왜 이렇게 큰 영향을 받는가? 본원적 수출 경쟁력을 잃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월, 한국 경제 성장 엔진이 꺼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1.8% 성장 전망을 제시하며 '그게 우리 실력'이라고 했다.

"우리는 수출 중심의 경제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간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부분을 살피면, 최근 3~4년간 거의 0%였다. 수출 산업의 경쟁력이 이미 많이 낮아졌다. 과거처럼 수출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변했다."
-2월 25일 금통위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 기자회견


어떤 면에선 수출 1등 기업 삼성전자가 상징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삼성은 세계 무대에서 TSMC와 경쟁하지만, 최근에는 경쟁한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실적이 나빠졌다. 직접 경쟁하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세계 점유율은 TSMC의 1/5 혹은 1/6에 그친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첨단 부문에선 SK하이닉스에 1위 자리를 뺏겼고, 저가 부문에서는 중국의 CXMT 때문에 중국 시장은 잠식당하고 있다.

그러니까 IMF가 우리 경제 전망을 이렇게 많이 낮춘 것은 단순히 1.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한 노출도가 높아서 만은 아니다.

2. 정부 대응이 부실해서다.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정부 역량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3. 초체력, 펀더멘털이 위기에 있다. 첨단 제조로 수출 전선을 헤쳐가던 우리 대표 기업들이 점점 쇠락하고 있다. 대표 주자가 살아나든지, 새로운 대표주자가 나오든지 해야 해결된다.

타이완을 보면, 그리고 TSMC를 보면, 마지막 이유이자 근원적 이유인 이 기초체력의 위기가 더욱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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