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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탄·반탄·이준석 다 끌어안고, 제7공화국으로
3년간 방휼지쟁하던 尹 집으로, 李는 국민이 보내야
43년 엄격히 자기 관리… 100명의 당심 지지 확보
한동훈과 3시간 끝장토론은 ‘살살’… “앙금 없도록”

“지금 해야 할 일은 탄핵으로 혼란한 나라를 수습하는 것이다. 탄핵은 이미 지나간 일이다. 미래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건설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려면 한덕수 총리와 이준석 대표도 같이 가야 하고, 집권 후에는 이재명 후보도 정치적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깜짝 선언’을 했다. 보수 진영의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 과정에서 한덕수 총리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단일화를 하겠다는 것까지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이재명 대표까지 언급하며 더불어민주당과도 함께 가겠다고 한 것이다.

당내에서도 당장 비판이 나왔다. 한동훈 후보는 “조국수홍도 모자라서 친명 연대까지 하나”라며 바로 날을 세웠다. 그러나 홍 후보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갈라져서 싸우는 시대를 끝내고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신념을 힘주어 말했다.

기자회견이 있던 당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있는 후보 캠프에서 홍 후보를 만났다. 흰색 셔츠에 붉은 계열 넥타이를 맨 홍 후보는 “(인터뷰에서) 같은 말을 다섯 번씩 반복하니 힘이 든다”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인터뷰를 시작했지만, 나라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강조할 때마다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스트롱맨’을 표방하는 그가 그동안 날 세워 싸우던 한동훈 후보와도 방식을 바꿔 점잖게 토론하겠다고 생각을 바꾼 것도 눈에 띄었다.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한덕수 대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함께 가겠다"고 밝혔다. /남강호 기자

홍 후보는 지금이 탄핵으로 싸우는 일을 멈추고 미래 대한민국을 어떻게 건설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또 집권하면 상대방을 억압하는 일을 멈춰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집권하자마자 개헌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2028년 국회의원 선거와 2030년 대통령 선거부터 새로운 헌법에 따라 치러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의료 대란 관련해서는 의료계의 요구를 들어주고 정원을 조금씩 늘리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했고, 미국과의 통상 전쟁에 대해서는 에너지 수입의 대폭 확대로 해결하는 방안을 내놨다. 25일로 예정된 한동훈 후보와의 토론에서는 ‘앙금이 생기지 않도록’ 순한 맛으로 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홍 후보와의 일문일답.

―국민 대통합을 위해 한 대행을 비롯, 이재명 민주당 후보까지 함께 가겠다고 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탄핵으로 혼란한 나라를 수습하는 것이다. 이 수습 방안을 만드는 것이 이번 선거다. 탄핵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미래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건설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 나라가 갈기갈기 찢어져 있지 않은가.

보수·진보, 좌파·우파, 우리 당내에서도 탄핵 찬성·반대가 서로 손가락질을 한다. 이런 대선을 치르고 새 정부가 출범한들 이 나라는 바뀌지 않는다. 자기 진영 논리로 상대방을 억압하고, 집권하면 감옥 보내고 하는 일이 노무현 정부 이후 20년 동안 이어졌다. 그런 일이 또 일어나면 되겠는가.

그래서 오늘(24일)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가 같이 가고 한덕수 총리는 물론 (민주당의) 비명도 들어오라고 하고 이준석 후보도 함께 가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그리고 집권하게 되면 이재명도 인정해 주자고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은 지난 2022년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홍준표 의원이 손잡고 시민들과 인사하는 모습. /뉴스1

―이재명을 인정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

“지금은 밉더라도 정치적 실체를 인정해 주자는 거다. 인정하고 협의해서 나라를 끌고 가야 할 것 아닌가.

우리가 집권한다고 이재명을 어떻게 해볼까 그런 식으로 정치를 하면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 지금은 밉지만 집권하면 인정하자는 거다.

국익이라는 것이 있다. 진영 논리를 떠나 ‘나라 전체의 이익이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대화하고 타협해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 좀 평온한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좌우 대결은 이제 끝내야 한다. 그래서 제7공화국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선진대국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공존하는 나라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지지자 중에는 탄핵 반대파도 있다. 어떻게 설득할 건가.

“탄핵 세력 내란 세력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민주당이 만든 프레임이다. 우리 당에서 계엄에 찬성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계엄은 잘못됐지만, 탄핵은 과하다. 자진 하야하도록 우리가 설득하자.’ 이게 석 달 전부터 내 일관된 주장이다. 우리 당에서 탄핵을 주도했던 건 정치적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일부 세력이 적과의 야합으로 탄핵을 해버렸다. 헌법재판소에 가니 법률적으로 탄핵이 됐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이 물러났으니 (탄핵 논란은) 여기서 끝내자는 것이다.”

홍 후보는 한 대행 출마 시 단일화 방안을 강구할 것이며, 이준석 후보와도 함께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남강호 기자

―이재명 후보와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민주당은 탄핵만 물고 늘어질 것이다. ‘어부지리(漁夫之利)’ 앞에 있는 고사성어가 ‘방휼지쟁(蚌鷸之爭)’이다. 도요새가 조개 속살을 파먹으려고 조개 안으로 부리를 집어넣으니까 조개가 입을 닫아버려 조개도, 도요새도 꼼짝 못 하게 됐다는 뜻이다.

결국 지나가던 어부가 이를 싹 다 잡아간다. 윤 전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는 3년간 방휼지쟁만 했다. 한 사람은 헌법재판소에서 보냈으니, 다른 한 사람은 국민 손으로 보내야 (갈등이) 종식된다. 국민이 어부가 되어 둘 다 잡자는 것이다.

(내가 집권하면) 윤석열 정권의 연장이 아니다.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이재명 정권의 나라가 되면 어떻게 될 것인지, 홍준표 정권의 나라가 되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잘 비교해 보여줄 것이다.

정당 선택이 아니라 인물과 정책을 선택하는 선거를 추진하겠다. 아무려면 내가 이재명 후보보다 못하겠는가."

―한 대행 출마설 계속 나오고 있다.

“처음엔 비상식으로 봤다. 탄핵당한 정권의 총리가 나오면 (선거 이슈가) ‘탄핵’으로 끝나버린다. 그럼 그 선거 이길 수 있겠나. 또 한 총리에게는 중립적인 선거 관리를 해야 할 책임이 제일 크다. 심판이 선수로 뛰겠다고 덤비는 경우가 있나.

그러나 당원과 국민 상당수가 한 총리까지 포함하라고 하니 그럼 들어오라는 것이다. 안 들어오더라도 밖에서 단일화할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이준석 후보도 언급했다.

“우리 당이 지금 몰락하게 된 출발점이 이준석을 강제로 쫓아낸 거다. 나는 이준석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우리 정치판에 이런 40대 인재가 드물다. 싸가지가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젊어서 말을 당돌하게 해서 그렇지 싸가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 내가 이준석 후보에게 그랬다. 내가 이 후보의 정치적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각자 열심히 하다가 같이 하자고 했다.”

―집권할 경우 개헌 로드맵은.

“역대 정부가 모두 개헌을 한다고 말만 하고 하지 못했다. 모든 정부 정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기 때문이다. (개헌을 추진하면) 정권의 업적이 되는 일을 하지 못한다.

나는 집권하자마자 4년 중임제, 국회 양원(상·하원)제를 추진하는 정부 개헌추진단을 만들겠다. 정부 개헌추진단은 국회 개헌특위와 협의해 개헌안을 조율하도록 하고,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동시 회부할 생각이다.

상원과 하원의원을 각각 50명, 150명으로 하고, 비례대표는 폐지해 국회의원 총수를 100명쯤 줄일 것이다. 계획대로 개헌이 된다면 2028년에 국회의원 선거를 하고, 2030년에는 대통령·지방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지난 22일 대권 주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를 찾아 김택우 의협 회장과 만난 홍준표 후보. 그는 의료계 요구 4가지를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뉴스1

―최근 대권 주자 가운데 처음으로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만났다.

“(의료 대란 관련) 의료계의 4가지 요구를 보니 전부 합당하더라. 대통령이 되면 전부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고 했을 때부터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살려면 이공계에 인재가 몰려야 하는데,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이공계가 몰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 수를 늘리게 된다면, 지방의대를 중심으로 수요에 따라 100명, 200명씩 늘리면 될 일이다. 한 번에 2000명을 늘리면 교육 환경이 뒷받침 되겠는가.”

―정부가 미국과 2+2 회담을 시작했다. 통상 문제는 결국 새 정부가 매듭지어야 할 텐데.

“통상 문제 해결은 무역 수지 균형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작년에 미국을 상대로 한 무역수지 흑자가 557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이런 대(對)한국 적자 규모는 일곱 번째로 큰 것이다.

이걸 해소하는 첫 번째 방법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는 것이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1400억달러 정도 된다. 이 중 절반을 미국으로 돌리면 미국이 무역 수지 흑자가 된다. 중동에서 가져오던 걸 미국으로 돌리는 것이니 우리는 손해가 없다. 부동산 업자 출신인 트럼프는 국제 관계를 거래로 본다. 손해 안 보면서도 미국이 이익을 볼 수 있는 길이 많다.

그리고 미국이 요구하는 것이 조선 아닌가. 우리나라가 세계 1위다. 이 외에도 반도체 등 동맹 맺을 것이 많다. 조만간 미국 인공지능(AI) 협회장이 방한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협의가 잘 되면 민감국가 문제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

홍 후보는 "한동훈 후보와의 3시간 끝장토론에선 앙금이 남지 않을 정도로 임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본선 진출 시 이재명 대표와의 토론은 시청률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강호 기자

―최근 ‘홍카콜라(콜라 같이 직설적이고 시원한 입담으로 붙은 별명)’답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통상 정치인들은 사적 대화하다가 마이크 들어오면 180도 달라진다. 나는 마이크가 있으나, 없으나 똑같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게 평생을 살아왔다. 이미지를 바꾼 게 아니고 방식을 바꾼 거다.”

―세 번째 대권 도전인데 달라진 점은.

“밑바닥부터 시작해 부모 도움 하나 안 받고 내 힘으로 학교 다니고, 검사하고, 43년 공직 생활했다. 내가 여성 스캔들이 있나, 뇌물 스캔들이 있나. 지난 43년간 엄격히 자기 관리하면서 살았다. 경남지사 할 때도 대구시장 할 때도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먹고, 저녁은 집에 가서 각시하고 둘이서 먹었다.

선거를 치르면서 국회의원들에게 손을 내밀어 본 일이 없다. 그렇게 하니 대선은 안 되더라. 이번에는 탄핵소추 직후부터 3개월 동안 당심을 잡는 데 주력했다. 의원과 당협위원장을 많이 만났다. 합해서 100명은 나를 지지한다.”

―25일 한동훈 후보와 3시간 끝장토론에 임하는 각오는.

“(기존의) 내 방식대로는 하긴 어렵다. 정식 대선 때는 후보가 된 뒤 경선 과정에서 생긴 앙금을 풀고 봉합할 시간이 있지만 이번엔 경선이 끝나면 한 달밖에 안 남는다. 봉합할 시간이 없다. 경선 때 앙금이 안 생기도록 토론해야 한다. 이번에는 참을 것이지만, 본선에서 이재명과 붙을 땐 시청률이 좋을 거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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