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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발탁한 '일꾼'
친화력·추진력 강점인 성직자
2014년 교황 방한 가교 역할
진보적 교황 계승자로 부상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2023년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라자로 유흥식'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후 차기 교황으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74) 라자로 추기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교세가 확장하는 아시아 출신인 데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을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 추기경이 '역대 최초 아시아 출신 교황' '첫 한국인 출신 교황' 이변을 만들지 관심이 쏠린다.

유력 후보 12명 중 비서구권 3명



24일 가톨릭계에 따르면 교황청 안팎에서는 첫 남미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에 이어 아시아·아프리카 출신 교황 탄생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전날 교황청 사정에 정통한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가 차기 교황 유력 후보군으로 지목한 12인 중 비서구권은 총 3명. 유 추기경과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67) 추기경, 콩고민주공화국의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65) 추기경이다. 다른 두 명은 과거에도 교황직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유 추기경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문은 유 추기경에 대해 "남북한 화해를 모색한 포콜라레 운동의 일원"이라고 언급했다. 남북 평화를 상징할 인물로 평가했다.

보수적인 가톨릭계 분위기를 고려하면 비서구권 교황 탄생이 시기상조라지만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 특성상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워 이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3년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도 선출 당시 유력 후보가 아니었다.

유 추기경이 한국 출신이라는 점도 교황 선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가톨릭 교회 중에서도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인 드문 케이스다. 한국 가톨릭계는 활발한 해외 선교를 벌이며 교황청 납부금 규모가 세계 8, 9위다. 이를 감안해 유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면 아시아 등 제3세계로의 교세 확장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교황청, "동쪽에서 번개치듯 온 성직자"

바티칸에서 한국인 네 번째 추기경으로 서임된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2022년 가족과 친지 등을 만나 축하를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바티칸=연합뉴스


2023년 이탈리아에서 출간한 대담집 '라자로 유흥식 : 동쪽에서 번개가 치듯이'에서 유 추기경은 "제가 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며 전진할 때, 다른 사람들의 판단이나 장애물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며 "단순하게 앞으로 나아간다"고 밝혔다. 대담을 정리한 교황청 국무원 프란체스코 코센티노 신부는 서문에서 "순교자들의 피로 비옥해진 젊고 활기찬 동양의 교회에서 오신 그분의 묵상과 통찰이 마치 번개처럼 우리를 비춘다"고 평가했다.

유 추기경의 이력도 자발적인 가톨릭 신앙공동체를 키워낸 한국 천주교회와 결이 비슷하다. 충남 논산 출신인 그는 천주교 신자가 한 명도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홀어머니의 반대에도 성직자의 길을 시작했다. 가톨릭대 신학대 졸업 후에는 로마 라테라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주교품을 받고 2005년 대전교구장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인연도 깊다. 대전교구장이던 당시 아시아 청년대회를 준비했던 유 추기경은 "교황의 방한을 원한다"는 서한을 썼고, 교황은 2014년 방한으로 화답했다. 이를 계기로 교황은 그를 2021년 대전교구장 주교에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발탁하고, 대주교로 승격시켰다. 이듬해는 한국인으로는 네 번째 추기경에 서임됐다. 주교에서 추기경 승격까지 1년 만에 이뤄진 초고속 승품으로, 서울대교구장 재임 중 추기경에 서임됐던 전례를 깬 파격적인 조치였다.

2022년 유흥식 추기경이 서임식을 마친 뒤 바티칸 사도궁에서 성직자부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티칸=연합뉴스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2022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추기경의 상징인 빨간색 사제 각모(비레타)를 받고 있다. 바티칸=EPA 연합뉴스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 발언 화제

2021년 바티칸시국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봉헌된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에서 유흥식 대주교와 한인 사제들이 모여 있다. 바티칸=연합뉴스


유 추기경은 탁월한 업무 추진력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한국 천주교 사상 처음으로 임명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그는 전 세계 50만 명에 달하는 사제와 부제의 생활을 관장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교황청 내부 사정에 정통하고, 내부에서 신망도 두텁다. 그는 적극적인 추진력과 소탈한 친화력으로 교황청 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로마 라테라노대에 유학하며 1979년 로마에서 사제품을 받아 이탈리아어도 유창하다.

국내 사역 활동에서도 남다른 추진력이 눈에 띈다. 김대건 신부 등 숱한 순교자를 배출한 대전교구 출신으로 순교자 현양에 앞장섰고, 2023년에는 교황에게 건의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외벽에 김대건 신부 석상을 설치했다. 북한 등 저개발국 지원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장 시절에는 교황청 산하 비정부기구에서 국제 카리타스의 한국 대표로 활동하며 대북 지원사업의 물꼬를 텄다. 대전교구장 시절인 2020년 전 세계 교구 중 처음으로 저개발국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나눔 운동'을 시작했다.

12·3 불법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헌법재판소에 신속한 선고를 촉구해 화제가 됐다. 당시 유 추기경은 '고통에는 중립이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해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내린 사람들에 대한 시시비비를 명백히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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