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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 17일 경향신문 인터뷰에 앞서 서울 정동길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군과 경찰, 그리고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정원이 대통령의 명령에 복종하는 건 당연하지만 전제는 그 명령이 합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소한 3성 장군이라면 그만큼의 권한과 책임에 따른 선택을 했어야 하고 불법임을 알면서도 복종하기로 결정했다면 그에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성일 선임기자


자신들이 쟁취하고픈 목표 위해

기득권적 권력의 수레바퀴에

한두 사람 정도는 깔려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게 현실


707특임단, 그날 헬기에 탔을 때

38선 넘을 거라 생각했을 것

불법 알고 복종한 군 수뇌부와

예하 지휘관 잘잘못 잘 구별해야


국정원, 매일매일 전 세계서 전쟁

대공·민생치안 수사 전혀 달라

닭 잡는 칼·소 잡는 칼 뒤바뀌어

통합형 정보기관의 틀 고민할 때


평생 보수라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젠 진보·보수 나누는 것 무의미

다들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나라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바랄 뿐


12·3 불법계엄부터 4월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까지 123일. 온 국민이 충격과 혼돈에 빠진 그 기간,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61)의 시계는 특별히 더 무겁게 흘렀다. 불법계엄 당일인 2024년 12월3일 오후 8시22분과 10시53분에 이뤄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두 차례 전화통화 그리고 오후 11시6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의 통화는 그를 역사의 증언자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검찰, 경찰, 공수처 조사와 국회 국정조사특위, 헌재에 증인으로 나섰다. 그 길 끝에서 내려진 헌재의 대통령 파면 선고.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홍 전 차장에게 “싹 다 잡아들여!”라고 지시한 것과 여 전 방첩사령관이 불러준 정치인 체포 명단을 사실로 인정했다.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의 주장을 “거짓말” “내란공작과 탄핵공작 프레임”이라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지난 17일 홍장원 전 차장을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에서 만났다. 흰색 와이셔츠에 감색 정장, 푸른색 계열의 타이, 그리고 말끔히 빚은 헤어스타일 때문인지 무도인처럼 건장한 체격을 가진 그의 인상이 한층 더 절도 있어 보였다.

윤석열이 좌표 찍자 도미노처럼 공격

-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결국 파면됐습니다. 선고 순간, 어떤 감정이었습니까.

“복잡한 감정이 들었고 이제 매듭이 지어졌구나, 했습니다. 가능하면 빨리 잊고 개인의 일상에 집중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 건강은 괜찮은가요(그는 지난해 12월 일주일간 입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 방문 등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12월3일 비상계엄으로 긴장된 순간을 보내고 12월6일에 빵 터졌던 것 같아요. 지금은 건강해졌습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당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 윤 전 대통령 파면에 홍 전 차장의 증언이 결정적이었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홍 전 차장의 주장을 ‘거짓말’로 모는 공격이 집요했습니다.

“저에게 계엄의 123일은 2024년 12월6일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그날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12월3일 계엄 선포 당일 있었던 일을 보고드렸죠. 일부에선 제가 민주당과 어떤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몰아갔지만, 그 자리엔 국민의힘 소속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여야 간사(민주당은 김병기 의원이 대신 참석)가 계셨습니다. 조금 늦게 도착하셨지만 조태용 국정원장님도 제 옆에 앉아 계셨고요. 그런데 정보위 보고 직후 의외의 일이 벌어졌죠.”

- 어떤 일 말인가요.

“조태용 원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했어요. 핵심은 세 가지. 대통령께서 국정원에 정치인 체포 지시를 하지 않았다. 둘째, 내 명예를 걸고 홍장원 차장으로부터 일체 보고받은 바가 없다. 셋째, 홍장원 차장이 정치중립 의무를 위반했기에 경질을 인사 제청했다. 그러곤 바로 다음날 시민단체가 저를 정치중립 위반으로 고발하고, 바로 또 다음날 저를 피의자로 소환한다는 검찰 통보를 받았어요. 아,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건 시작에 불과했어요. 가장 결정적인 건 헌재에서의 대통령 발언이었죠.”

- 2월6일 열린 6차 변론에서 ‘12월6일 홍장원의 공작과 곽종근 특전사령관의 김병주TV 출연부터 내란공작과 탄핵공작 프레임이 시작한 것 같다’고 한 윤 전 대통령의 발언 말인가요.

“전 국민이 TV로 지켜보는 가운데 좌표를 찍은 거예요. 당시 대통령은 직무배제 상태였지만 용산 대통령실은 건재했잖아요. 이후 국회 대정부질문 때 여당 의원이 법무장관 직무대행에게 왜 홍장원을 수사 안 하냐고 묻고, 조태용 원장께서는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하면서까지 CCTV를 공개하고 여당 의원들에게 제공해 저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갔어요. 그리고 헌재에 나와 ‘홍장원 메모가 네 종류더라’는 말도 했고요. 여기에 조선일보와 극우 유튜브들이 가세했죠.”

-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대통령이 좌표를 찍은 후 도미노처럼 저에 대한 공격, 더 나아가 가족까지 공격하는 것을 보며 영화 <내부자들>이 연상됐어요. 권력의 카르텔이구나, 탄핵공작 그림을 그리기 위해 서로 짜고 치면서 저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른 후 말을 이었다.

“소위 0.1%의 기득권적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이 쟁취하고 싶은 목표를 위해 한두 사람 정도는 권력의 수레바퀴에 깔려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현실, 그리고 자신들이 이 세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오만함에 상당한 분노를 느꼈습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17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계엄과 탄핵심판’ 등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당일 조태용 원장이 해외에 있는 줄 알았다고 주장합니다만, 추정하자면 그는 왜 홍 전 차장에게 지시를 내렸을까요.

“대통령께서 계엄 당일 저와 통화하기 22분 전인 오후 8시에 조 원장과 통화하고 저와 두 번째로 오후 10시53분에 통화한 뒤 30초 만에 조 원장하고 통화한 것은 헌재 재판 증언 과정에서 드러났어요. 대통령께선 항상 말씀이 다르시기 때문에 (헌재에서) 신뢰성을 인정받지 못하셨던 것 같고 심지어 저에 대한 경질 지시 시점도 국정원장과 말이 달라요. 계엄 당일, 원장이 아닌 제게 지시한 이유는 혹시 조 원장이 대통령께 홍장원 시키라고 건의하신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해봤습니다.”

체포 명단 듣는 순간 ‘친위 쿠데타’ 판단

- 윤 전 대통령이 홍 전 차장을 그만큼 신임한 건 아닐까요.

“그러셨을 수도 있겠죠. 저는 어느 정부에서든 주어진 임무에 못한다, 안 한다, 어렵다라는 말을 해본 적 없어요. 사실 국정원장이 계신데, 차장이 대통령께 직접 보고드리는 것은 굉장히 특이한 경우였어요. 대통령께선 여러 번 현안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홍 차장이 (대통령실에) 들어와서 보고하라’고 하셨어요. 그런 과정에서 제가 시키면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신 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는 “계엄 당일 오후 10시53분에 ‘싹 다 잡아들여!’라고 한 대통령 전화를 받은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고 회상했다. 누굴 잡아들이라는 목적어가 없어 의문이었지만, ‘대통령 특명이니 뭔가 큰 국면에 있어 작전이 전개되는가 보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통화한 방첩사령관의 정치인 체포 얘기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방첩사령관이 정치인 체포 명단을 쭉 불러주고 방첩사 구금시설에서 조사한다고 했을 때 머리에 번쩍 든 생각은 ‘이건 친위 쿠데타구나’였다”고 했다.

- 계엄이 성공했다면 대통령 명령을 거역했으니 무사하지 못했을 텐데 당시 그런 생각은 안 했습니까.

“조건 반사적으로 이건 선을 넘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군과 경찰은 상관의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어요. 군과 경찰 수뇌부 여럿이 수사를 받고 있고, 많은 군인이 영문도 모른 채 시민들과 대치해야 했습니다. 군경은 윗선의 부당한 지시에 어떻게 처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최소한 3성 장군, 예를 들면 이번 비상계엄에 참여한 핵심 주요 부대 지휘관인 방첩사령관,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은 군 수뇌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그만큼의 권한과 책임에 따른 선택을 했어야 하죠. 불법임을 알면서도 복종하기로 결정했다면 그에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삼청동 안가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에 대한 언급을 들었던 지휘관들이라면 동조 여부를 따져봐야겠죠. 하지만 예하 지휘관들이나 어느 병력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는 건 향후 군의 사기를 생각해서라도 잘 구별해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윤 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넘어선 안 될 선을 이미 넘었다고 봅니다. 계엄 종식 다음날인 지난해 12월5일, 저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대통령의 진정한 대국민 사과를 건의하는 문자를 보냈어요. 대통령께서 진심으로 국민들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어려움을 호소하시고 사과하셨다면 이 상황(파면)까지는 안 왔을 거예요.”

해군 제독이었던 아버지 ‘평생의 우상’

홍 전 차장은 1964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8·15 광복 후 월남해 6·25전쟁과 베트남전에 참전한 해군제독 고 홍영현씨(해군사관학교 3기)다. 어머니 고 김귀일씨도 월남 후 해군 간호장교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6·25전쟁 중 부상당해 응급실로 실려온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반해 끈질긴 구애 끝에 결혼했다고 한다. 홍 전 차장은 현재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합장된 두 분의 1녀2남 중 장남이다. 진해 도천국민학교 2학년 때 아버지 근무지가 서울 대방동 해군본부로 바뀜에 따라 가족 모두 서울로 올라왔다. 홍익국민학교, 숭문중, 마포고를 졸업했다.

소대장 시절 홍장원 차장(가운데)이 비무장 지대 GP 투입 직전 유국형(왼쪽), 김영일(오른쪽) 소대장과 웃고 있는 모습. 김영일씨 제공


- 어린 시절 어떤 아이였나요.

“수줍음이 많았습니다.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축구하며 놀 때 저는 혼자 조용히 벤치에 앉아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책 읽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국민학교 다닐 때 어머니가 <세계소년소녀문학전집> 한 질을 사주셨는데, 그게 독서의 시작이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문예편집부 활동을 하면서 교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 꿈은 뭐였습니까.

“군인이 되는 거였어요. 아버님이 제 평생의 우상이거든요. 양 소매 끝에 금색 줄이 있는 검은색 제복에 훈장을 달고 출근하시는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어요. 어머니 영향도 컸습니다. 어릴 때 주말에는 아침상에 둘러앉아 꼭 한두 시간씩 옛이야기, 주로 6·25전쟁 때 이야기를 들려주셨거든요.”(그는 아버지가 12·12 쿠데타에 성공한 전두환 일파에 의해 강제전역당했다는 항간의 이야기는 오해라고 말했다.)

- 그래서 서울대에 합격했음에도 육군사관학교(43기)를 선택한 거군요.

“육사 외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이미 육사에 합격했지만 서울대 합격자 수가 중요한 학교 측 바람 때문에 서울대에도 지원한 거예요.”

그는 졸업 당시 육사 교수 및 훈육장교가 가장 장래가 기대되는 육사생도에게 수여하는 대표화랑상을 받았다. 양 귀가 레슬러나 유도선수의 귀처럼 모양이 뭉개진 이유를 묻자 “생도 시절 럭비선수로 활약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태권도, 유도, 무도 유단자다. 국정원 재직 시절엔 복싱과 무아이타이를 배우기도 했다.

- 대위 진급 후 육군특수전사령부 예하 제707특수임무대대(현 제707특수임무단)에서 중대장으로 근무했다죠. 12·3 불법계엄 때 707특수임무단이 출동한 것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국회 투입 임무를 하기엔 너무 프로페셔널한 전쟁무기들입니다. 707특수임무단의 주 임무는 요인 암살, 납치, 특수지역 폭파 이런 거거든요. 쉽게 말해 참수(斬首)작전에 특화된 부대예요. 적의 최고 지휘부 공격이 임무니까 전투력이 매우 높고, 모두 부사관 간부로 구성된 숙련된 직업군인들이죠. 그만큼 자부심도 강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국회에 가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 미리 알았다면 안 했을 거예요.”

- 사전에 어떤 임무인지 알려줬다면 따르지 않았을 거란 건가요.

“707특수임무단에 속한 분들이 계엄 당일 공격형 헬기에 탔을 때는 추정컨대 38선을 넘을 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굉장히 답답한 부분 중 하나는 저격총에 샷건까지 전투용 무기로 완전무장하고 헬멧에 야시경까지 했잖아요. 얼마나 무겁겠어요. 이게 뭘 뜻하냐면, 그날 투입된 작전팀에게 어떤 임무인지 말해주지 않은 거예요. 서로 신뢰하지 않은 거죠. 그걸 보며 5·16과 12·12 쿠데타 노하우가 더는 구전되지 않고 단절됐구나, 생각했습니다.”

- 1992년 6월 대위로 전역하고 그해 8월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현 국정원)로 이직한 이유는 뭔가요.

“707특수임무대대의 대테러 관련 활동 지원을 당시 안기부가 했어요. 안기부가 굉장히 특수한 무기도 지원해주고 미 육군 특수부대인 델타포스와 합동훈련 섭외도 하는 것을 보며 매력을 느꼈죠. 마침 당시 안기부에서는 전역장교들을 많이 뽑아 지원했습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국정원에 재직 중인 1998년 보스턴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2004년 런던대 대학원에서 전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진은 미국 브라운대에서 당시 석사학위를 밟고 있던 친구 홍창성(현 미네소타주립대 교수)씨와 함께한 모습. 홍창성 교수 제공


- 30년간 블랙요원으로서 ‘빨갱이를 때려잡는 일’을 했다고 말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신분을 위장했느냐 안 했느냐가 블랙과 화이트의 차이예요. 저는 블랙요원으로서 주로 대북 관련 공작활동을 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정보를 가진 사람에게 접근해 첩보를 수집하는 일이죠. 제3국에서 기업가로 위장해 활동했어요. 남북 간 긴장과 각국 정보기관들의 경쟁 속에서 하는 일이니, 총탄이 날아다니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군대는 유사시 전쟁에 대비하지만 국정원은 세계 곳곳에서 매일매일 치열하게 전쟁을 합니다. 상상 속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죠.”

국정원의 미래 경쟁력 핵심은 AI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영국 대한민국대사관 정무공사를 끝으로 2020년 12월31일 해임됐다. 2년10개월간 민간인으로 지내다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2023년 11월 국정원 1차장으로 임명돼 복직했다.

- 문재인 정부 때 적폐청산 조사를 받았다죠.

“이병기, 이병호 원장께서 특수활동비 문제로 구속되셨잖아요. 비서실장인 저도 참고인으로 소환돼 검찰 조사를 세게 받았어요. 또 제가 오랫동안 해외활동을 하며 기업도 운영했으니, 비리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는 투서들이 있었어요. 4개월간 내부 감사관실에서 조사를 받았죠. 하지만 10원 하나 틀리지 않았음이 오히려 입증됐어요. 그럼에도 과거 정부의 핵심 인물이란 이유 때문인지, 승진에서 누락돼 계급정년으로 옷을 벗었습니다.”

- 국정원은 문재인 정부 때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완전히 이관했어요. 윤 전 대통령은 12·3 불법계엄 때 홍 전 차장에게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주겠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대공수사는 오랜 시간을 투자해 인맥과 노하우가 쌓여야 할 수 있는 난도 높은 분야예요. 또 사상범죄이고요. 당연히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수사관이 단번에 수행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닭 잡는 칼과 소 잡는 칼이 따로 있는 건데, 뒤바뀐 거죠. 연구를 통해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미국은 정보기관이 18개, 영국은 4개이고, 유럽 대다수 국가도 해외정보기관과 국내정보기관이 분리돼 있습니다. 우리도 지금의 통합형 정보기관의 틀을 바꿔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17일 경향신문 인터뷰에 앞서 서울 정동길을 걷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 국가정보기관의 미래 경쟁력의 핵심은 뭐라 생각합니까.

“AI죠. 2022년 2월 어느 날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앞 정원에 모여 있던 기자들에게 ‘몇시간 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어요. 이런 예측적 정보 분석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AI의 힘입니다. 미국 CIA는 이미 여러 개의 AI 정보 예측 시스템을 갖췄고, 각국도 앞다퉈 이러한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어요. 우리는 뒤처진 건 아닌지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인터뷰 말미, 그에게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의 답은 이랬다.

“평생 ‘나는 보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더 이상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고, 다들 편안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평생 빨갱이를 잡았듯이 이 사회에 불운하거나 피해를 끼칠 뭔가가 생기면 견제하고 싶고, 이 나라를 잘 지켜서 안전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인 사회를 꿈꿀 뿐입니다.”

박주연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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