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 프란치스코 교황 출신 '예수회' 재조명
"자기 헌신, 이웃과 함께하는 현실 목표 추구"
"자기 헌신, 이웃과 함께하는 현실 목표 추구"
2014년 8월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교황 모습. 연합뉴스
"우리의 행동 양식은 도전하는 길이다."-'예수회 34차 총회교령' 중에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반 사제가 아닌 수도회(예수회) 출신이었다. 2000년 가톨릭 역사에서 첫 예수회 출신 교황으로, 수도회의 정신을 계승한 혁신적 행보가 주목을 받았던 만큼 그를 사제의 길로 이끌었던 수도회의 의미도 재조명되고 있다.
22일 천주교계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1540년 예수회가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배출한 교황이다. 예수회는 가톨릭교회 내의 수도회로 이냐시오 데 로욜라 성인이 프란시스코 사비에르 등과 결성했다. 회원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이 하느님을 찾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삼아 자기 헌신을 생활 태도로 표방하는 수도회에는 전 세계적으로 1만6,000명의 회원이 속해있다.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보기"를 핵심 모토로 하는 수도회답게 혁신적이고 현실적인 사역 활동으로 명성이 높다. 천주교계에는 "로마 예수회 총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하느님도 모르신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다른 수도회와 차별되는 개혁 정신은 예수회가 전 세계로 교육과 포교 무대를 확장하며 급격하게 성장하는 동력이 됐다. 예수회는 세계 100여 개국에 226개의 단과대학과 종합대학을 설립했으며, 4000여 개의 중·고교와 기타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에는 1542년 프란시스코 사비에르가 포교 활동을 위해 인도를 거쳐 일본에 건너온 것을 계기로 전파됐다. 한국에는 1954년에 진출해 서강대와 광주가톨릭대 등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은 "세계는 곧 나의 집"이라는 예수회의 신념과 정확히 일치했다. 예수회 소속인 이창현 신부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수회원은 하느님의 희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성사를 주고 복음을 선포하는 선교사로서 사명을 지닌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언행이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이슬람과 유대교, 정교회 지도자들과 만났고, '가톨릭 황무지'인 북한 방문도 추진했다. 교황의 방북설이 제기될 때마다 보수적인 교황청 내부에선 반대론이 상당했는데 그때마다 교황이 "나는 교황이기 이전에 선교사다. 사제가 없기 때문에 갈 수 없다가 아니라 사제가 없기 때문에 가야 한다"고 정면 돌파한 일화는 유명하다.
예수회 한국 관구는 예수회원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리는 추모 미사를 드리는 한편, 생전 교황의 행보와 사진을 게시한 추모 공간을 홈페이지에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