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직장 상사가 참석하지 않은 술자리에서 부하 직원이 동료 직원들에게 “상사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말을 했다. 이런 경우에도 명예훼손으로 처벌을 받게 될까? ”다른 사람에게 추가로 말이 퍼져나가지 않도록 적극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유죄가 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육군 부사관인 30대 남성 A씨의 군형법 위반 혐의(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상관 명예훼손)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1심에서 선고된 형량이 2심에 이어 3심에서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A씨는 지난 2022년 1월 같은 부대 소속 간부 2명과 술을 마시며 자신의 상관인 B씨, C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 등은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여기에서 A씨는 다른 참석자들에게 “주임원사 B씨와 간부 C씨가 그렇고 그런 사이다”라며 B씨와 C씨가 불륜 관계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런 내용이 B씨와 C씨에게 알려지면서 A씨는 군사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이 술자리에서 한 말은 ‘공연성(公然性)‘이 없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불특정 또는 다수가 발언 내용을 알 수 있어야 명예훼손이 되는데 자신이 발언한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나를 포함해 3명만 있던 술자리였고, 아파트라는 폐쇄된 장소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명예훼손죄 구성요건인 공연성이 결여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인 군사법원은 A씨 발언을 유죄로 보면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가 항소했지만 2심인 서울고등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는 당시 소속 부대에 B씨와 C씨가 불륜 관계라는 소문이 퍼져있는 상태에서 그 내용을 복수의 동료 간부들에게 이야기했다”며 “A씨가 이야기한 내용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개연성이 있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이 한 말이 추가로 다른 사람에게 퍼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했다는 정황이 없다”라며 “이는 소문의 전파 가능성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3심인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원심의 판단에 상관명예훼손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한 것이다.
한편 A씨와 술자리에 함께 있던 다른 간부도 성행위를 묘사하는 손동작을 하며 “(B씨와 C씨가) 뻔한 사이지 않겠냐”고 말했다는 혐의(상관 명예훼손)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