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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원장 마약류 구입 미보고' 혐의 기소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피고인 이름 적어
검찰 "공소장 실수... 적절한 조치 취할 것"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검찰이 다른 사람이 저지른 범죄 혐의로 50대 남성을 기소하고 5개월간 방치해 재판까지 받게 한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엉뚱한 혐의로 기소된 피해자는 적절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2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2월 A씨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하며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공소장에는 A씨가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의원 대표 원장으로 근무하며 2020년 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수백 차례 투약 및 구입하고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다.
검찰은 법원에 벌금 1,000만 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검사는 이 사건 증거로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마약류 사범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미이행 혐의 관련 기록을 첨부했다. 보호관찰소 회신 기록에는 A씨의 신원 정보와 함께 그가 여러 차례 이수명령 집행 지시를 받고도 응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함께 제출된 A씨의 수용기록만 보면, 그는 2021~2023년 여러 차례 수용시설에 수감돼 성형외과의원 원장으로 일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수사 검사의 착오로 A씨가 본래 재판 대상인 재활 프로그램 미이행 혐의와 상관없는 타인의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기소된 뒤 5개월 동안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서 A씨는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로 재판까지 받게 됐다. 별개 사건으로 치료감호 중 이달 17일 열린 이 사건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한 A씨는 "제 사건이 아니고 저는 의사도 아니다"라고 항의했다.
A씨는 "한 달 반 전부터 검찰에 (공소장 오류를 알리려고) 1주일에 한 번씩 통화했다. 판사님께 편지도 드렸다"면서 "여기까지 안 오려고 했는데 오게 돼서 마음고생이 있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십 건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경위를 파악해 향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례적인 오류에 대해 어떤 사후 조치를 취해야 할지를 두고 법조계 의견은 분분하다. 피고인 인적사항에 오타가 있는 정도라면 공소장 정정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이 경우 공소사실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A씨 측 변호인은 준비기일에서 "공소사실을 변경하는 건 동일성 원칙 때문에 어려워 보인다"면서 "(공소사실에 적힌) 성형외과 원장의 기소로 간주해서 피고인의 명칭 변경 후 추가 증거를 제출해 원장에 대한 사건으로 진행되는 게 가장 하자 없는 방법 아닌가"라고 제안했다. 다만 이 성형외과 원장이 이미 기소됐다면 이중 기소라서 불법이다.

천윤석 변호사(종합법률사무소 이정)는 "이미 재판이 시작된 상황에선 판례에 따라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한 뒤 원래 A씨 혐의에 대해 다시 기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사가 잘못 기소된 사람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해 보전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이윤제 명지대 법대 교수는 "애초 검사가 누구를 기소하려고 했는지에 따라 피고인 표시 정정, 공소취소 등의 방안도 따져 봐야 한다"면서 "기소로 피고인에게 실질적 불이익이 생겼다면 국가배상 청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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