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조작·부가세·농업 기준 등 직접 언급
"미국 향한 수십 년간 부당 행위 바로잡아야"
정부 관계자 "우리 향한 것 아닐 것… 오해 해소"
"미국 향한 수십 년간 부당 행위 바로잡아야"
정부 관계자 "우리 향한 것 아닐 것… 오해 해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사회관계망 트루스소셜에 올린 8가지 비관세 부정행위' 목록. 트루스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각국이 미국에 취한 ‘비관세 부정행위’(NON-TARIFF CHEATING) 8가지 유형을 자신의 사회관계망(SNS) 트루스소셜 계정에 소개했다. 당장 이번 주 한국과의 ‘2+2 관세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비관세 부정행위’를 언급하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환율 조작’을 비관세 부정행위의 첫 번째로 꼽으면서 △부가가치세 △원가 이하 덤핑 △수출 보조금 및 기타 정부 보조금 △자국 산업 보호용 농업 기준 △보호적 기술 기준 △위조, 도용 등 지식재산권(IP) 문제 △관세회피 환적 등을 나열했다. 당장 한국과의 협상을 목전에 두고 교역 상대국들에 대한 불만을 직접 거론한 것이어서, 우리 정부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환율 조작은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시절부터 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줄곧 강조해 온 사안이다. 교역 상대국들이 자국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통화가치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 이를 통해 대미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 정부에 원화 가치 하락을 통한 대미 무역 흑자를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가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히 ‘대미 관세’로 간주해온 부분이다. 부가세 시스템을 갖춘 국가의 기업들은 미국에 수출할 때 부가세를 환급받은 뒤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의 판매세만 부담하는 반면, 외국에 수출하는 미국 기업들은 미국에 없는 높은 세율의 부가세를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불공정 무역 장벽이다. 한국의 부가세율은 10%로, 19% 수준인 유럽 주요국보다 낮지만 미국의 판매세율(6.6%)보다 높다는 점에서 이를 ‘불공정한 관세’로 간주하고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밖에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행위로 나열한 농업 기준의 경우 한국의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나 감자 등의 수입 제한과 연결시킬 개연성이 있다. 보호적 기술 기준은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제한이나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등을 문제 삼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올린 별개의 게시물에서 “그들(세계 지도자와 기업 경영자들)은 수십 년간의 (미국에 대한) 부당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가장 쉬운 길은 ‘미국으로 와 미국에 건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열거한 비관세 부정행위들이 한국을 향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며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관련 오해를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